1.
제가 사는 고양시에 <고양시 교향악단>이란 게 생겼어요. 7월14일에 첫 연주회가 있었구요.
첫번째 곡은 바그너의 <발키리의 비행>이에요. 바그너와 발키리...늘 애매한 감정이 들어요.
톰 크루즈가 나오는 <작전명 발키리>라는 영화가 있어요. 거기도 이 음악이 나와요. 독일 정부가 짜 둔 작전의 이름이 발키리이기도 하구요. 히틀러가 톰 크루즈에게 그런 식으로 말해요. 바그너의 음악을 모르면 이 전쟁의 의미를 모를 거라나 뭐라나.
히틀러가 바그너를 좋아했다고 하지요. 바그너의 작품 공연을 보고 또 보고 했다더라구요. 게다가 바그나가 강한 반유대주의자이기도 했구요.
어릴 때는 서정주의 시를 참 좋아했어요. 눈이 부시게 푸른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혼자 중얼거리기도 하고 그랬지요. 그러다 서정주가 일본의 전쟁을 찬양하는 시를 보고는 그의 시를 끊었어요. 담배 끊듯이요. 그냥 적당히 못 이기는 척한 정도가 아니었으니까요.
바그너와 음악...음...그러게요...
2.
문지영이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정말 정말 멋지고 감동이었어요. 어쩜 저리 연주할까 싶구요.
피아노는 망치로 현을 때려서 소리를 내잖아요. 그래서 음을 오래 지속하기가 어려워요. 그런데 저런 분들이 연주를 하면 이상하게도 음들이 쭈~욱 이어지는 것 같아요. 물결이 일렁이고 바람이 부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마지막에 다다라 '아~ 여기쯤에서 이제 끝나겠구나. 당다당 하겠네'라며 예상을 하고 있는데도 당다당 하니까 몸이 찌릿하더라구요. ^^
피아니스트의 손을 볼 수 있도록 2층 맨 앞쪽 자리에 앉았어요. 우리가 듣는 소리는 한 음이고, 한 마디이지만 그 한 음과 한 마디의 소리를 내기 위해 손가락이 얼마나 움직이는지 몰라요. 오리가 물위에 유유히 떠다니기 위해 몰속에서 발을 열심히 움직이는 것처럼, 부드럽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기 위해 손가락이 정말 정신없이 움직이는 거에요.
감사합니다. 멋진 음악 들려주셔서 ^.^
3.
마지막은 부르크너의 교향곡 7번이었어요.
고양시 교향악단이 연주를 정말 멋지게 하더라구요. 연주가 끝나고 저뿐만 아니라 거기 있던 많은 사람들이 한동안 계속 박수를 쳤어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냥 손을 앞으로 쭈욱 뻗어 박수를 치게 되더라구요. 좋은 음악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박수로라도 하고 싶었나봐요. 감동이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건지도 모르구요.
아참 첫 연주회인데도 매진이었다고 하더라구요. 아주 유명한 피아니스트나 오케스트라가 온 것도 아닌데 클래식 음악 공연이 매진되다니 ㅋㅋㅋ
아무튼 유명하거나 말거나 그게 뭐 중요하겠어요. 좋은 음악을 함께 나누고, 거기서 기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면 좋은 거지요.
정부의 지원이 있으니 이런 공연을 5천원 내고 볼 수 있어 좋아요. 기왕 세금 거둔 거 많은 이들의 기쁨과 즐거움을 위해 쓰면 좋잖아요. 거창한 성장이나 화려한 건축보다는 인간의 마음에 따쓰히 남는 무언가를 하면 좋잖아요. ^^
답답했던 사람들
크게 숨을 쉬고
지쳤던 사람들
가만히 쉬었다 가고
힘들었던 사람들
조금 더 용기를 내어보게 하는
인간의 마음에서 인간의 마음로 전해지는
그런 예술과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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