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착취.폭력/지배.착취.폭력-여러가지

폭력과 무기력

순돌이 아빠^.^ 2019. 6. 14. 15:59

그는 모든 야지디 남자처럼 자신의 용맹함에 자부심을 갖고, 투사로 자처하던 사람이었다. 쉽게 체념할 것 같지 않은 사내였다. 그런데 무장병이 다가가 손목을 가리키자, 사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어떤 저항도 하지 않았다. 그저 손을 내밀고 시선을 돌렸을 뿐이다. 무장병은 손목시계를 빼서 자루에 넣었고 사내는 팔을 내렸다. 그 순간 isis가 얼마나 위험한지 깨달았다. 그들은 우리 남자들을 무력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 131


엘리아스 오빠도 마소우드가 탄 트럭을 향해 줄을 서서 천천히 걸어갔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그는 우리 가족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런 엘리아스가 완전히 풀 죽은 모습으로 있었다. - 133



나는 희망을 놓아 버린 나 자신에게 충격을 받았다. 하지 살만의 집에서 경비병들에게 유린당한 뒤, isis와 강간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그냥 멍했다. 새로 온 남자에게 뭘 할 거냐고 묻지 않았다. 건드리지 말라며 설득하려 들지도 않았다.

...

탈출하거나 다시 가족을 만날 생각은 포기했다. 내 몸은 내 몸이 아니다. 난 말하거나 싸우거나 바깥세상을 생각할 여력이 없다. 그저 강간을 비롯한 상황을 내 삶으로 받아들이는 데서 오는 멍함만 있을 뿐이다. - 235


희망을 잃는 것은 죽음과 다름없다. - 236


난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았다. 내가 느끼는 무력감은 망토와 비슷했다. 아바야보다 무겁고, 검고, 더욱 앞을 가리는 망토 말이다. - 239


나디아 무라드, <더 라스트 걸the last girl>, 북트리거,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