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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디아 무라드, <더 라스트 걸>을 읽고

순돌이 아빠^.^ 2019. 6. 15. 17:16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떠올랐던 느낌은 '조마조마'입니다.


혹시나

어쩌나 

제발...

싶은 순간들이 너무 많더라구요


전쟁과 폭력...그리고 여성...

21세기에도 아직까지 이런 일이 벌어질까 싶은...

정말로...이 분이 폭력의 마지막 희생자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그 고통스럽고 아픈 순간들을 지나고

힘들고 상처 깊은 이야기를 증언해 주셔서.


다른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 주셔서.

제 마음에 평화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셔서...






나디아 무라드, <더 라스트 걸>, 북트리거, 2019

 

이 책은 야지디를 위해 쓰였습니다. - 3

 

이라크에서 싸움이 일어나자-이라크는 항상 분쟁이 있는 것 같았다-수니파 마을들은 우리를 하잘것없는 야지디 이웃이라고 무시했고, 해묵은 편견은 쉽게 증오로 굳어졌다. 그 증오에서 폭력이 일어나기 일쑤였다. - 17

 

그들은 우리를 공격하거나 충성 서약을 하라고 회유했다. 우리더러 악마를 숭배한다거나 불결하다면서 종교를 폄하했고, 신앙을 포기하라고 요구했다. - 19

 

어머니는 날 사랑했지만, 사실 날 갖기 전에는 임신을 원치 않았다고 한다. 나를 임신하기 전 몇 달간 기회만 있으면 어머니는 푼돈을 모았다. 시장에 갔다가 잔돈을 챙기거나 몰래 토마토 한 근을 팔아 푼돈을 챙기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게 돈을 모아, 아버지에게 감히 요구하지 모사는 피임약을 구입했다.

...

어머니는 석 달치 피임약을 구입할 수 있었지만, 돈이 떨어져서 피임약을 구할 수 없게 되자마자 열한 번째이자 마지막 자식인 나를 임신하게 되었다. - 29

 

아무리 고생스러워도 난 코초 아닌 어디서도 살고 싶지 않았다. 겨울에 골목마다 진흙탕으로 변해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까이 사니 굳이 어디 멀리 갈 필요가 없었다. 여름에 숨 막히는 더위가 찾아올 땐 가족이 모두 옥상에서 나란히 누워 자면 그만이었다. 옥상에서 이웃들과 수다 떨고 웃으며 잠드는 날도 많았다. 농사일이 힘들어도 소박한 행복을 누릴 만큼의 돈은 벌 수 있었다. 난 어릴 때 버려진 상자와 쓰레기로 미니어처 코초를 만들며 놀았을 정도로 마을을 좋아했다. - 40

 

세상의 모든 좋은 어머니들이 그렇겠지만, 코초는 어머니 샤미가 인생을 바쳐 우리를 먹이고 희망을 갖게 한 곳이었다.

...

인근에 테러범들이 있을 때에도 어머니는 그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

나의 21년간 하루하루의 중심에 어머니가 있었다.

...

21년간 매일 아침 밀가루 반죽이 탁 탁 탁 화덕 벽에 부딪치는 소리와 상큼한 버터 냄새에 잠을 깼다. 그걸로 어머니가 곁에 있는 걸 알았다. 난 잠에 취해 어머니가 있는 화덕 앞으로 갔고, 겨울에는 화덕 옆에 앉아 손을 쬐면서 온갖 얘기를 늘어놓았다. 학교, 결혼식, 언니 오빠와 싸운 일 같은 사소한 이야기 말이다. - 41

 

야지디 처녀 두아는 이슬람으로 개종하고 무슬림 남자와 결혼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고, 친척들에 의해 돌에 맞아 죽었다. 다른 야지디들도 똑같이 그녀의 죽음을 끔찍해했지만...

..

아직도 이라크 전역에서 명예 살인이 일어나고 있고, 야지디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야지디 입장에서 개종은 가족과 공동체를 배신하는 행위를 여겨진다. - 69

 

 

isis...야지디 가정들을 약탈해 자루에 보석, 자동차 열쇠, 휴대폰을 쓸어 담고, 야지디의 소와 양을 자기네 가축으로 삼느라 바빴다. 이라크와 시리아의 조직원에게 젊은 여자들을 보내 성 노예로 이용했고, 남자들은 살해했다. - 93

 

200미터쯤 앞에 무장병 몇 명이 검문소를 지키고 있었다. 전에 페슈메르가들이 지켰고, 그 전에는 이라크군이 지켰던 검문소였다. IS는 헐렁한 검은 바지와 셔츠를 입고 옆에 무기를 차고 있었다. 그들은 모랫바닥을 탁탁 치고 서로 대화하면서 손을 움직였는데, 우린 그게 무슨 암호라도 되는 듯이 자세히 살폈다. 그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우리에겐 두려움이었다. - 100

 

ISIS가 포위한 뒤로는 밤에 바로 옆에 누운 사람과 소곤대는 것도 위험해 보였다. 우린 최대한 눈에 안 띠려 했다...사람들은 친척들을 살피러 가거나, 물품을 가지러 가거나, 아픈 사람을 도우러 갈 때만 집을 나섰다. 그때도 빗자루를 피해 달아나는 벌레들처럼 늘 피할 곳이 있는 쪽으로 잽싸게 걸었다. - 102

 

그는 모든 야지디 남자처럼 자신의 용맹함에 자부심을 갖고, 투사로 자처하던 사람이었다. 쉽게 체념할 것 같지 않은 사내였다. 그런데 무장병이 다가가 손목을 가리키자, 사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어떤 저항도 하지 않았다. 그저 손을 내밀고 시선을 돌렸을 뿐이다. 무장병은 손목시계를 빼서 자루에 넣었고 사내는 팔을 내렸다. 그 순간 isis가 얼마나 위험한지 깨달았다. 그들은 우리 남자들을 무력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 131

 

엘리아스 오빠도 마소우드가 탄 트럭을 향해 줄을 서서 천천히 걸어갔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그는 우리 가족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런 엘리아스가 완전히 풀 죽은 모습으로 있었다. - 133

 

곧 문이 닫히고 트럭이 학교 뒤쪽으로 굴러갔다. 잠시 뒤 우린 총소리를 들었다.

 

내가 창문에서 떨어지며 쓰러진 순간 휴게실에 비명이 난무했다. ‘저들이 남자들을 죽였어!’ 여자들이 고함치자 무장병들을 욕하면서 조용히 하라고 다그쳤다. 어머니는 꼼짝 않고 바닥에 앉아 침묵했다. 나는 어머니에게 달려갔다. 어려서부터 겁이 나는 일이 있을 때마다 난 어머니에게 달려가 위를 받았다. - 134

 

이 낯선 자가 난폭하게 몸을 만지는데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아부 바타트는 계속 버스 안을 오가면서 통로에 앉은 소녀들을 더듬고 만졌다. 우리가 인간이 아닌 것처럼. 그는 우리가 몸을 빼거나 화낼 걱정은 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가 다시 다가왔을 때, 난 그의 손을 붙잡아 옷에 넣지 못하게 했다. 너무 두려워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눈물이 그의 손에 뚝뚝 떨어졌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 153

 

캐스린은 이십 대 후반에서 삼십대 초반쯤 되는 여인 옆에 앉아 있었다...그 여인은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있었는데, 하나는 젖도 떼지 않은 아기였다. 게다가 임신 중이었다...그녀가 내게 아래층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난 고개만 저었다.

많이 아프니?” 그녀가 물었다.

 

모르는 사이였지만 난 그녀에게 몸을 기댔다. 기운이 없었다. 개가 고개를 끄덕였다.

 

난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그녀에게 모두 이야기 했다. 코초를 떠나 어머니와 자매들과 헤어진 일, 오빠들이 차에 실리는 걸 목격한 일...“그들이 날 때렸어요나는 어깨와 배의 담뱃불 자국을 보여 주었다. 뻘겋게 화상을 입은 부분이 아팠다.

 

그녀가 가방에 손을 넣어 튜브를 꺼내서 내게 건넸다. “이거 기저귀 연고인데, 화상 입은데 도움이 될 거야” - 162

 

곧 우리는 합의 내용을 바꾸었다. 자살하지 않기로 했따. 대신 최대한 서로 돕고 기회가 생기는 대로 달아나기로 했다. - 167

 

겁먹고 놀란 상태인 우린 그저 조용히 앉아 있었다. 캐스린, 니스린, 질란, 로지안과 같이 있게 해 주신 신께 감사했다. 가족이 곁에 없었다면 아무 힘이 없어 너교을 놓았을지도 모른다. 운이 나쁜 사람도 있었다. 한 여자는 코초에서 알던 사람 모두와 헤어지자 참지 못하고 울었다. ‘다들 아는 이들과 함께 있는데 난 아무도 없어요그녀는 무릎위에서 손을 비비며 울먹였다. - 169

 

is의 종교 선전은 지하드 전사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미끼로 다가왔지만, 그저 돈에 끌려서 is 조직원이 되려고 전 세계에서 온 이들도 많았다...모술을 떠나지 않은 주민들에게 2003년 이후 빼앗긴 권력을 되찾게 될 것이라고 선전했다. 2003년 바스당 조직을 해체하고, 이라크 내 시아파에게 권력을 재분배했던 미국으로부터 이라크의 권리를 되찾아 주겠다는 말이었다. - 189

 

남자들이 다에시에 합류하는 이유는 뻔했다. 그들은 돈, 권력, 섹스를 원했다...그들은 isis가 채택한 율법의 도움을 받아, 부인과 딸들에게 전적인 권한을 행사했다. - 195

 

캐슬린은 누가 아프면 함께 울어 주었다. 상대방의 상처가 아물 때까지 아픔을 느낀다고 했다. - 201

 

야지디 여자들은 남자들의 공격에 어떻게 맞서 싸웠는지, 어떻게 더 힘센 남자들을 때리려 했는지 이야기한다. 강간하려고 작심한 다에시를 물리치지는 못했겠지만, 적어도 저항했다는 점이 상처를 아물게 했다. 여자들은 말한다. ‘그들이 하는 대로 가만히 둔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저항하려 했꼬, 그들을 때리고 얼굴에 침 뱉으려 했어요 뭐든 하려 했죠

...

그들은 is로부터 해방된 뒤에, 다에시의 팔을 세게 긁어서 피가 나게 한 적이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었다. 혹은 다에시가 강간하는 동안 뺨을 때려 멍들게 했다고도 했다. ‘적어도 난 그가 멋대로 하게 내버려 두지 않았어요그들은 말했다. 그들의 작은 몸짓은 그들을 진짜 소유한 게 아니라는, isis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다. - 207

 

가끔 강간한 다음 그는 탈출을 시도해도 소용없다고 말하곤 했다. 그는 말했다. ‘이제 넌 처녀가 아니야. 그리고 무슬림이지. 가족이 널 죽일 거야. 몸이 망가졌으니강제로 당한 일이었지만 난 그의 말이 맞다고 믿었다. 내가 망가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 219

 

아부 무아와야는 오후 여덟 시경 방에 들어오자 내 턱을 잡고 벽에 밀쳤다. “왜 저항하지 않지?” 그가 물었다. 그가 화나는 모양이었다. 집에 쌓인 야지디 여자의 옷더미로 봐서 많은 사비야가 거쳐 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마 나를 제외하고 모두 반항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는 반항하더라도 여자들을 가질 수 있는 위치에 있음을 느끼며 좋아했겠지. - 234

 

나는 희망을 놓아 버린 나 자신에게 충격을 받았다. 하지 살만의 집에서 경비병들에게 유린당한 뒤, isis와 강간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그냥 멍했다. 새로 온 남자에게 뭘 할 거냐고 묻지 않았다. 건드리지 말라며 설득하려 들지도 않았다.

...

탈출하거나 다시 가족을 만날 생각은 포기했다. 내 몸은 내 몸이 아니다. 난 말하거나 싸우거나 바깥세상을 생각할 여력이 없다. 그저 강간을 비롯한 상황을 내 삶으로 받아들이는 데서 오는 멍함만 있을 뿐이다. - 235

 

희망을 잃는 것은 죽음과 다름없다. - 236

 

난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았다. 내가 느끼는 무력감은 망토와 비슷했다. 아바야보다 무겁고, 검고, 더욱 앞을 가리는 망토 말이다. - 239

 

지난 몇 년간 난 나세르의 가족을 자주 생각했다. 그들은 큰 위험을 무릅쓰고 날 도왔다. 그 가족이 사비야를 받아 주었다는 걸 isis가 알게 되면 그들을 죽였을 것이다. 다에시는 아마 딸들을 감금하고 아들들은 군에 보냈을 것이다. 사방에 다에시가 깔려 있었으니, 적발될 염려도 컸다. - 290

 

우리는 같이 방에서 나왔다. 그가 주었던 도움에 대한 고마움을 제대로 표현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지난 이틀간 우리는 모든 공포스럽고 슬픈 순간을 함께 했다. 모든 걱정스러운 눈빛과 모든 소름끼치는 질문을 함께 했다. 내가 메스꺼우면 그가 달래 주었다. 모든 검문소에서 그의 침착한 태도 덕분에 난 두려움으로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 나세르와 가족이 베푼 은혜를 난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 344

 

어머니의 사망을 확인한 뒤, 난 캐스린과 재회하리라는 희망에 매달렸다. 내 조카이자 단짝인 캐스린은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사람이었다. 내가 어머니 없이 남은 인생을 살려면 캐스린이 곁에 있어야 했다. - 366

 

테러범들은 야지디 소녀가 달아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혹은 우리가 그들에게 당한 일을 세상에 낱낱이 밝힐 용기가 있을 줄은 몰랐겠지. 우린 그들이 지은 죄를 책임지게 만드는 것으로 저항한다. 매번 경험담을 말할 때마다 난 테러범들의 힘을 빼앗는다고 느낀다. - 385

 

다시 수많은 청중 앞에서 내가 겪은 일을 말해야 했다. 자기 사연을 말하는 일은 여러 번 해도 쉽지 않다. 매번 이야기할 때마다 기억이 되살아난다.

...

때로 내 이야기를 아주 여러 번 들은 야즈다 회원들도 내가 말할 때 흐느끼곤 한다...진솔하고 담담하게 전하는 사연은 내가 테러에 맞서는 최고의 무기이다. - 3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