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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순돌이 아빠^.^ 2019. 6. 25. 09:52

이 책이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어떤 연예인이 이 책을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공격을 받았지요.


논란이 한창일 때 저는 그 논란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어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논란이 또한 의아합니다

읽는 것만으로 문제가 될 게 무언가 싶구요




예전에 한국 정부가 러시아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곡을 연주하지 못하게 한 적이 있습니다

러시아와 소련, 공산 국가의 작곡가라는 거지요


근데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을 직접 들어보면 연주를 허용할지 안 할지 말 것도 없습니다

요즘에는 오케스트라들이 심심찮게 연주하고 있구요


그냥 세상에 있는 여러 음악 가운데 한 곡이고

차이코프스키와 같이 러시아 출신 작곡가의 곡일뿐입니다




이 책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한 번 읽어 보면 이 책을 읽는다고 욕을 할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누구를 죽여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

세상 모든 문제가 다 니들 때문이야 라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직접 경험 했든 아니면 생각해 보지 않았던 문제이든 간에

우리 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고 


나의 일이자 내가 알고 있는 누군가의 일입니다

없는 얘기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있는 얘기를 그냥 그대로 한 겁니다




여성 인권은 지지하지만 페미니즘은 싫을 수 있을 거에요

페미니즘은 좋지만 페미니스트는 싫을 수 있을 거구요


그리고 기왕 욕을 하거나 비판을 할 거면

읽어보지 않고 하는 것보다 읽어보고 하는 게 더 자세 나오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냥 싫고, 그냥 나대는 게 열받는다고 하기 보다는

내가 읽어 보니 이런 저런 부분이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게 더 있어 보이구요 ^^ 


그리 길지도 어렵지도 않은 책이니

미드나 영드 몇 편 보는 시간에 편하게 책장 넘기면 좋을 것 같아요. ^^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2018, 민음사

 

 

언니는 분유 맛없어?”

맛있어

근데 왜 안 먹어?”

치사해서

...

할머니가 혼내는 게 단순히 김지영 씨가 더 이상 분유 먹을 나이가 아니라거나 동생 먹을 게 부족해진다거나 하는 이유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억양과 눈빛, 고개의 각도와 어깨의 높이, 내쉬고 들이쉬는 숨까지 모두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말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최대한 표현하자면, ‘감히귀한 내 손자 것에 욕심을 내? 하는 느낌이었다. 남동생과 남동생의 몫은 소중하고 귀해서 아무나 함부로 손대서는 안 되고, 김지영씨는 그 아무보다도 못한 존재인 듯했다. - 24

 

나도 선생님 되고 싶었는데

...

진짜야, 초등학교 때는 오 남매 중에서 엄마가 제일 공부 잘했다. 큰외삼촌보다 더 잘했어

근데 왜 선생님 안 했어?”

돈 벌어서 오빠들 학교 보내야 했으니까. 다 그랬어. 그때 여자들은 다 그러고 살았어

그럼 선생님 지금 하면 되잖아

지금은, 돈 벌어서 너희들 학교 보내야 하니까. 다 그래. 요즘 애 엄마들은 다 이러고 살아” - 36

 

시간이 늦지는 않았지만 중요한 일을 앞두고 조바심 내면서 헤매기 싫어 곧바로 택시를 탔다.

...

나 원래 첫 손님으로 여자 안 태우는데, 딱 보니까 면접 가는 거 같아서 태워 준 거야” - 100

 

가해자들이 작은 것 하나라도 잃을까 전전긍긍하는 동안 피해자들은 모든 것을 잃을 각오를 해야 했다.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