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bert bandura, <도덕성의 분리와 비도덕적 행위의 정당화>를 읽고

남들이 보면 아동학대인데

때리는 부모는 교육이라고 하지요

그냥 그렇게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 그렇게 믿고 있을 수 있습니다

조선인들이 보면 침략 전쟁일뿐인데

일본은 해방이니 보호니 하는 말들을 내세웁니다

나쁜 짓인데 나쁜 짓이 아니라고 하는 거지요

나쁜 짓은 커녕 되레 좋은 일을 해 주고 있다고 합니다

자기 아이들에게는 친구들과 싸우지 말고 친하게 지내라라고 하면서

유대인들을 가두고 죽이는 일에 별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계이거나 로봇이어서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정당화하고 

책임을 떠넘기고

근사할 말로 꾸미고 

모른체 하고 등등을 통해

악행은 선행이라고 하고

저 놈 때문이라고 소리치며 책임에서 벗어나고

살인이고 폭력인 것이 부수적인 피해가 되거나 신의 뜻이 되기도 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것은 기억하면서 불리한 것은 세상에 없었던 일처럼 여기기도 하지요

albert bandura, <도덕성의 분리와 비도덕적 행위의 정당화>, 교육과학사, 2018

도덕의 본질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도덕적으로 행동하게 되는지와 더불어, 비도덕적으로 행동하면서도 어떻게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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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도덕적 기준을 위반하면서도 자존감의 손상 없이 많족해하는 모순 행위는 도덕적 기준을 철저히 엄수하는 행위보다 설명하기 훨씬 더 복잡하다. 이런 위반은 자신이 저지른 유해한 행위를 도덕적 기준에 따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덕적 자기제재로부터 행동을 분리해 그에 대한 책임을 면제받으려는 사고방식에서 비롯된다. 도덕성의 분리는 주로 대규모 비인간적 행위나 중대한 도덕적 곤경과 결부해 거론되곤 하지만, 사실상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직면하는 모든 유형의 도덕적 곤경에서 흔히 발생된다. - 9

도덕적 행위는 자기제재를 통해 도덕적 기준에 위반되는 행위는 억제하고, 그 기준에 충실한 행위는 활성화함으로써 실행된다. 비도덕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자기영향력을 발휘해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거나, 도덕적으로 행동하려고 애쓴다. 사람들이 자신의 도덕적 기준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것은 자기제재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도덕적 행위는 억제적 측면의 자제력과 주도적 측면의 실천행위로 구분된다. 억제적 측면의 자제력은 비인간적인 행동을 스스로 통제한다. 인도주의적 윤리가 바탕이 된 주도적 측면은, 설령 자신의 희생이 따르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곤경에 처했을 때 측은한 마음을 드러내고 돌봐주는 것이다. 비인간적인 대우나 부당한 제도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주도적 측면의 도덕적 용기가 필요하다. 보편적인 도덕성은 그릇된 행위를 삼가는 것 뿐 아니라, 주도적인 선善의 실천이 포함되어야 한다. - 10

성공적인 사회화는 사회적 통제를 내면화하여 스스로 유해한 행위를 자제할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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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수시로 내리는 결정이나 선택 및 행동에 대해서는 그들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시민사회는 공포만으로 통제될 수 없다. 유해한 행위를 제재하기 위해서는 법률제도, 사회적 감시 그리고 처벌 등과 같은 다양한 제도가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평가적 제재다. - 15

행위와 관련된 이러한 기능들은 개인의 행동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과적 능력에 대한 신념을 바탕으로 형성된다...자신의 행동에 의해 원하는 결과를 성취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다면,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인내하지 않고 쉽게 포기해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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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효능감은 인지, 동기, 정서 그리고 판단 과정에서 행위자가 수행하는 기능의 질적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낙관적으로 생각하는지 혹은 비관적으로 생각하는지, 활용할 만한 자신의 능력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지 부정적으로 인식하는지에 따라 행위자가 수행하는 기능의 수준이 달라진다. 이러한 신념은 목표나 도전과제를 설정하는 단계에서부터, 목표를 향한 노력정도, 그리고 역경극복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침으로써 동기부여 과정에서 자기조절을 담당한다.

자기효능감이 낮은 살마들이 어려움에 직면하면, 그들이 했떤 지금까지의 노력을 의미 없게 생각하며 쉽게 포기해버린다. 그러나 효능감이 높은 사람들에게 장애물은 기술개선이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어려움에 직면하더라도 그 과정을 견디게 된다. - 16

인과관계를 철학적으로 분석한 이스마엘에 의하면, 사람들은 심사숙고와 자기성찰이라는 행동 특성 덕분에 이미 고착된 환경적 영향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즉, 선택의 여지없이 정해진 환경이라는 인식을 깨고,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으로 변형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 심사숙고와 자기성찰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연환경과 사회환경을 새롭게 창조하거나 개선하며, 환경의 영향에 대해 다양하고 유연한 반응을 할 수 있는 것은 심사숙고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 21

사회인지이론에서 제시하는 자유는 단순히 제약이나 강압을 수동적으로 회피하기 위해 행동을 선택하는 자유라기보다, 자신이 세운 목표와 원하는 미래에 맞춰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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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역량을 확장시키고 자기조절과 자기 신념을 강화하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선택의 범위가 확대된다. 또한 행위(작인, agency)의 자유를 추구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향상시킨 사람들은 원하는 미래의 목표도 성공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부정적 사고를 통제하고, 심리적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전략과 기술까지도 개발할 수 있다. - 21

자기성찰보다 사회적 인정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들이 외부 압력에 의해 유해한 행위를 하면,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환멸을 느끼거나 경멸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자책하거나 질책 받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이들 역시 자기견책을 회피하기 위해 도덕적 기준으로부터 유해한 행위를 분리하여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 23

집단행동은 집단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추구하는 바를 성취하기 위해 함께 하는 것이다. 그들이 공유하는 신념은 단순히 각 구성원들의 신념을 합한 것이 아니라, 집단 구성원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창의적으로 형성된다. 집단 신념이 형성되는 과정에는 구성원 모두가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특히 집단 지도자의 영향력이 가장 크게 작용된다...집단 신념은 단순히 각 구성원들일 가진 신념의 합이 아니며, 집단 구성원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새롭게 창조된 결과 - 26

아동은 자신의 유해한 행위를 다른 사람 탓이나 좋지 못한 상황 탓으로 돌려 책임을 전이함으로써, 자신을 향한 비난을 피하고 면제를 주장한다...또한 신체적 자극, 모욕, 괴롭힘에 대해서는 피해를 주려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장난이었다며 유해한 행위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거나 왜곡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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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도덕적 기준이 점차 발달함에 따라, 아동들은 다른 사람의 평가 뿐 아니라, 자신에 대한 자기평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는 행동조절의 무게중심이 사회적 제재에서 자기 평가적 제재로 변화해가는 발달적 전환을 의미한다. - 52

유해한 행위를 저지른 후에 예상되는 죄의식을 감소시키는 것은 그러한 탈억제 과정 중 하나다. 탈억제는 유해한 행위에 대한 규제를 약화시킨다. 유해한 수단이 가치 있는 목적을 위한 것으로 정당화됨으로써, 유해한 행위를 저지른 사람은 죄책감을 느끼거나 보상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보다는 오히려 유해한 행위를 잘 해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되면서 그런 행위의 유해성이 최소화되거나 무시된다. 유해한 행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자기제재를 필요로 하는 도덕적 곤경에 빠지지 않는 이유는 이러한 정당화 과정 때문이다. - 54

도덕성의 분리 수준이 높은 사람은 분리 수준이 낮은 사람에 비해 비행행동 후에 예측되는 죄책감을 덜 표현하며, 친사회적 대인관계 성향이 약하고, 품고 있던 불만을 반추할 가능성이 높아져 화를 쉽게 낸다. - 56

죄책감을 느끼는 방관자들은 학교폭력의 도덕적 부당함을 깨닫고 있지만, 그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단념했다. 하지만 타인의 고통에 대해 느끼는 연민과 어려운 사회관계관리효능감이 결합된다면, 피해자들을 방어하려는 의지가 향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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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혼자 학대를 막을 능력에 대한 확신은 없지만 다른 사람이 함께 동참할 때는 대담해진다. 공동으로 개입하는 상황에서 집단효능감은 힘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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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과 교사가 공격행동을 줄이기 위한 공동협업에 더 높은 집단효능감을 가질수록, 학년 말에 또래의 공격행동은 더 낮아졌다. - 60

일단 도덕성의 분리가 유발된 후에는 휴해한 행위를 규제하는 방향이 아니라, 그러한 규제를 제거하려는 방향으로 개인적, 사회적 영향력이 발휘된다. - 73

도덕적 통제는 자신이 저지른 유해한 행위 때문에 피해가 유발되었다는 것을 인정할 때 가장 강력하게 작동된다. - 87

분리를 실행하기 위한 또 다른 수단인 책임전이는 피해유발 과정에서 개인의 의도적 역할을 최소화하거나 모호하게 만들 때 사용된다. 만일 합법적 권위가 개인의 행위를 책임진다면, 모든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시 말해, 책임을 권위자에게 전이함으로써, 자신의 행동이 권위자의 명령에 의해 실행된 것으로 간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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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전이를 통해 비인간적인 행동에 대한 자기면제를 주장하는 경우는 특정 정권 하에 강제로 행해진 대량살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모습을 찾을 수 있다. 나치정부의 사령관과 부하들은 전례 없는 극악무도한 행위에 대해 개인적 책임이 없음을 선언했다. 이들은 단지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 88

총기 산업 측에서는 총기의 치명성을 상승시킨 이유가 대중의 요구 때문이라며 비난을 대중에게로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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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피해의 책임을 전적으로 총기 사용자에게 전가함으로써, 총기 사용자로부터 총기를 분리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전미총기협회의 면제를 뒷받침하는 인관관계 구호인 '사람을 죽이는 것은 총이 아니라 사람이다'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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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인관관계의 분리는 폐암발병의 주요 요인이 발암물질인 담배가 아니라, 흡연자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인간행위는 수단을 통해 실행되므로 총을 쏘는 사람이 행위자가 된다. 총기 산업은 원하는 목적달성을 위한 치명적 수단이 되는 총기를 제공한다. - 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