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뭉클 했습니다.
기쁘고 행복해서 뭉클한 게 아니라
안타깝고 안쓰러워 뭉클했습니다.
제가 제롬을 닮은 시절도 있었고
제가 알리사를 닮은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또 뭉클했습니다.
우리가 사랑을
우리가 기쁨을
우리가 행복을
더 많이 느끼고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나누며 살았더라면
그래서 내가 나 자신으로 충분하고
그래서 내가 내 마음과 감정으로 살아가고
그래서 내가 살아 꿈틀대는 생명력으로 다른 이와 함께 할 수 있다면
알리사에게는 아름다운 꽃다발을
제롬에게는 따뜻한 위로를
제 자신에게는 빛나는 용기를 안겨 주고 싶습니다
.
앙드레 지드, <좁은 문>, 동서문화사, 2014
이런 준엄한 교훈은 의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 뿐 아니라 이미 소질을 갖추고 있는 하나의 영혼을 발견한 것이었다. 또한 부모님이 보여 주신 모범은 내 마음에서 싹트기 시작한 충동을 억눌러 주던 청교도적 규율과 결합되어 이 영혼을 '덕'이라 불리는 곳으로 이끌어가 버렸다. 이렇듯 자신을 억제하는 것은 남들이 방종하는 것만큼 내게는 자연스러웠고, 내가 복종했더던 이 엄한 규율도 혐오감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내 마음을 기쁘게 했다. 내가 원하는 미래는 행복 그 자체보다도 행복에 이르기까지의 무한한 노력이었다. 나는 이미 행복과 덕을 혼돈하고 있었다. - 25
"혼자서 나아갈 만큼 강하지 못한 거니? 하느님을 만나려면 누구나 혼자 가지 않으면 안 돼"
"그렇지만 내게 길을 가르쳐 줄 사람은 너야"
"왜 너는 예수님이 아니 다른 안내자를 찾는 거야?...우리가 서로 가장 가까이 있을 수 있는 건 우리 둘이 저마다 자기자신을 잊고 하느님께 기도드릴 때라고 생각하지 않니?"
...
"...나는 널 찾기 위해서 네가 찬양하는 것을 나 역시 찬양하는 것 같아"
"너의 찬양은 순수하지가 않구나"
"나를 너무 궁지에 몰아넣지 마. 천국이라도 거기서 널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이라면 난 싫어" - 29
나는 네가 제의한 것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 )네가 제의한 것! 우리의 약혼을 이렇게 부르다니!) 나는 너에 비해서 너무 나이가 않지 않은가 두려워. 너는 아직 여자들을 사귈 기회가 없었으니까 그렇게 생각되지 않을 거야. 그렇지만 내 생각으로는, 내가 너의 것이 되고 나서 네 마음에 들지 못한다면 나중에 나도 괴로워질 거야. - 43
"이젠 나도 모르겠어. 막상 여기 와보니 차라리 편지를 쓰는 편이 좋았을 것 같아. 벌써 온 것을 후회하고 있어. 그녀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겠니?"
"오빠를 자유롭게 해주려는 거야" - 45
그리고 판단, 토론, 비평 등이 내게는 단지 내가 생각하는 바를 나타내려는 방법에 지나지 않았음에 비해 그녀는 이 모든 것을 이용해서 자기의 생각을 내게 숨기려는 것 같았다. - 51
알리사와 단둘이 있게 되었을 때, 나는 곧 왜 지난여름에 약혼하지 않았느냐고 아주 간단하게 물었어.
....
자기 동생보다 먼저 결혼하기가 싫었기 때문이라고 대답...가엾은 알리사는 아버지를 떠날 수가 없다는 거야...그 애는 참 지각이 있더구나. - 55
"언니는 내가 자기보다 먼저 결혼하길 바라고 있다는 것을 알알아?"
...
"그리고 내가 누구와 결혼하기를 바라고 있는지 알아?"
...
"그건 오빠야!" 그녀는 소리쳤다.
"말도 안 돼!" - 57
"오해? 그 애가 널 사랑하는 걸 모른다면 그건 장님이나 마찬가지야"
"그럼 알리사는..."
"알리사는 희생을 하는 거지. 동생의 비밀을 알게 되자 자기가 양보하려한 거지..." -59
왜냐하면 결국 우리가 편지를 주곱다는 건 단지 커다란 환상에 지나지 않으며, 서로가 자기 자신에 대하여 편지를 쓰고 있음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야.
...
바로 이런 점에서도 네가 눈치채기 훨씬 전부터 나는 네 사랑이 무엇보다도 머릿속의 사랑, 애정과 신뢰에 대한 아름답고 지적인 집착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 - 84
알리사에게서 온 엽서를 받아 보고 나는 그녀가 이번에 겪은 내 슬픔보다도 우리의 침묵의 맹세를 더욱 중요시하고 있음을 알았다. - 87
"제롬" 그녀는 나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말을 시작했다. "나는 지금 네 곁에서 더할 수 없는 행복을 느끼고 있어...하지만 내 말을 들어 봐, 우리는 행복하려고 태어난 건 아냐"
"그렇다면 영혼이 행복 말고 무엇을 바란단 말이야?" 나는 성급히 소리쳤다. 그녀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성스러운 것을..." - 90
그녀는 팔을 뻗쳐 내 어깨 위에 두 손을 얹고 형언할 수 없는 사랑에 가득찬 눈으로 붙드는 듯 혹은 가라는 듯 한동안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107
주여, 비열한 저의 마음은 도저히 이 사랑을 극복할 수 없게 되었으니, 제발 그가 저를 사랑하지 않도록 만들 힘을 제게 주시옵소서
...
그는 저를 사랑한다는 일보다 훌륭한 것을 위하여 태어난 것이 아니옵니까?
...
영웅적일 수 있는 모든 것이 행복 속에서는 얼마나 위축되고 있습니까! - 116
행복이 바로 곁에 있어 손짓을 해준다면...손을 내밀기만 하면 잡을 수 있을 텐데...오늘 아침 그와 이야기하면서 나는 희생을 완수했다.
...
그리운 제롬, 나는 언제나 끝없는 애정으로 널 사랑하고 있어. 하지만 내 입으로 그런 말은 결코 못하게 될 거야. 내가 내 눈과 입술과 영혼에 가하는 속박이 너무도 견디기 힘들어서 너와 헤어진다는 것은 내게 해방이기도 하고 쓰디쓴 만족이기도 하다.
...
주여! 제롬과 제가 서로 의지하면서 당신에게로 나아가게 하여 주시옵소서. 한평생을 통해 마치 두 사람의 순례자처럼 때때로 둘 중 한 사람이 "피곤하면 내게 기대"라고 말하면, 다른 한 사람이 "네가 곁에 있는 것을 느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대답하면서 당신을 향해 나아가도록 도와주시옵소서.
아닙니다, 주여! 당신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시는 길은 좁은 길입니다. 둘이서 나란히 걸어가기에는 너무도 좁은 길입니다. - 116
주여, 제가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그가 필요하다는 것을 당신은 잘 아시옵니다.
...
주여, 당신께 이 마음을 바치겠사오니 제발 그를 제게 주옵소서. 주여, 한번만 더 그를 만나게 하여 주시옵소서. - 121
하늘에 둥지를 친 작은 새처럼 오늘 내 영혼은 가볍고 즐겁다...내 기쁨을 숨기고 싶지 않다. 평소에는 그처럼 내게 무관심한 로베르조차 나의 기쁨을 알아챘다.
...
오오! 기다림이란 이토록 나를 지치게 하는 것일까!
주여, 행복의 큰 문을 잠시 동안만이라도 제게 보여 주시옵소서! - 123
무슨 일이 있었던가? 그에게 무엇이라 이야기했던가? 내가 무슨 짓을 했던가? 무엇 때문에 나는 그의 앞에서 언제나 내 '덕행'을 과장하는 것일까? 나의 온 마음이 부정하는 '덕행'이 무슨 가치가 있는 것일까? 하느님이 내 입술에서 나오게 하신 말씀을 나는 몰래 배반하고 있었다. - 124
나는 이대로, 자신이 다시 홀로라는 것을 깨닫기 전에 빨리 죽고 싶다. -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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