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얼핏 보면 여성은 진보하지 않았다거나 혹은 정체되었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겁니다.
결국 여성은 열등한 존재라는 거냐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거구요.
그건 어쩌면 진화=진보라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구요.
저희집에 강아지 순돌이가 있습니다.
제가 인간이라서 순돌이보다 더 진보한 존재라고 할 수 있을까 싶어요
온갖 일을 겪으면서도 저보다 훨씬 오래 사는 저 푸른 나무들은 저보다 진보한 걸까요?
강아지가 진화해 온 길이 있고 인간이 진화해 온 길이 있듯이
인간 가운데도 남성이 진화해 온 길이 있고 여성이 진화해 온 길이 있을 겁니다
남성이 진화해 온 길을 인간이 진화해 온 길이라고 하기 보다는
남성과 여성 모두가 진화해 온 길을 알게 될 때 우리는 인간의 진화에 좀 더 가까이 가게 되겠지요
과거 7000만 년간 여성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자유를 이만큼이라도 얻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그 자유를 완성하는 길은 험난하고도 고된 여정이 될 것이다. 그 일은 지성과 불굴의 의지, 용기를 가진 여성의 몫이다. - 본문 가운데
이 책은 여성+생물학과 관련 있다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여성은 과거로부터 진화해 온 여성이기도 하고, 지성과 의지를 가지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여성이기도 할 겁니다.
사라 블래퍼 흘디, <여성은 진화하지 않았다>, 서해문집, 2006
과학의 가장 큰 강점은 비록 늦더라도 잘못된 지식을 바로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 - 12
페미니스트는 지금까지 최소한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암컷에 대해 밝혀진 생물학적 사실을 거부한다. 첫번째 이유는 '생물학은 숙명론적이다'라는 일반적인 오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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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이유는 그동안 남성 우위론을 정당화하기 위해 생물학적 연구결과들을 계속 이용해 왔고, 연구 자체도 이런 편견을 기초로 계획되고 진행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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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영장류에 대한 대부분의 연구는 수컷이 어떻게 우위를 확보해 나가는지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암컷은 그저 자녀양육만 할 줄 아는 나약한 존재로밖에는 인식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종종 암컷 사이에서 우위성이나 자기주장이 나타나는 경우에도 특별한 예외인 것처럼 무시됐고, 암컷끼리 혹은 암컷과 수컷 사이의 갈등 행동도 무시됐다. - 35
우위...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행동을 강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을 가리킨다. 영장류에서는 목표를 놓고 경쟁하는 일대일의 관계를 관찰하면 쉽게 우위를 판별할 수 있다. 영장류에서 '우위성dominant'이라는 용어는 일대일의 경쟁에서 언제나 이기는 쪽을 말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우위 개념이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우위성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고 상황에 따라 우열이 크게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실제 활동에서 우위성이 언제나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 37
인류가 다른 동물과 전적으로 다른 점은 인류가 언어를 사용하고, 가치 체계와 고도의 기술을 창조해 다음 세대로 전달하며 자신의 의지에 따라 어떤 결정을 내리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줄 아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인류는 이상적인 사회조직과 유토피아를 꿈꾸고 그것을 실현시키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 43
여성이 동물의 세계에서 발견되는여러 가지 사례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이유는 그것이 여성의 지위 향상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속단하기 때문이다. - 45
이런 점에서 보면 영장류 암컷은 남성이나 여성보다 자립도가 훨씬 높다. 인류의 약 80퍼센트는 아버지와 형제가 결혼 전의 여성을 지배한다. 남성이 갖고 있는 그러한 '권한'은 다른 영장류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 45
다윈주의자들은 서로 다른 개체 간의 경쟁의 언급하지만 경쟁이나 결과 그 어느 것에 대해서도 가치를 판단하지 않는다. 자연선택설은 어떤 개체나 집단이 다른 쪽을 지배하는 것을 이해하는 데 매우 유력한 수단이지만 종속을 용인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반면 사회적 다위니즘은 사회적 불평등을 정당화하려고 한다....그들은 성의 사회적 불평등이나 계급이나 인종 간의 불평등은 자연선택이 작용한 결과이므로 손을 쓸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인위적으로 간섭하게 되면 종의 번영이 방해받기 때문이라는 것 - 50
인간은 남녀의 성적 불평등을 극단적으로 확대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원하기만 한다면 남녀의 사회적 평등을 실현시킬 수 있는 잠재력도 가지고 있는 존재다. - 53
성의 사회적 불평등은 분명히 심각한 문제다. 우리가 이를 바로잡기 위해 뭔가 건설적인 일을 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 먼저 불평등의 원인을 포괄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인류가 갖고 있는 성적 불평등의 원인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이라는 종의 진화 계통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그동안 일어났던 진화의 전체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 - 53
유인원, 원숭이, 여우원숭이 등의 다른 영장류 암컷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암컷이 수컷의 행동을 직접 지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반면 영장류 수컷이나 인류의 남성은 어느 연령에서나 어떤 문화에서나 암컷 위에 군림했으며 뛰어난 전투 능력으로 암컷을 지배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 56
양분을 많이 갖고 있는 큰 세포와 짝을 맺기 위해 작은 세포가 서로 경쟁하는 동안 그들은 더욱 작지만 민첩하고 더 빨리 움직일 수 있도록 진화됐고 마침내 오늘날의 ㅈ어자와 비슷한 모양으로 변했을 것이다. 이와 반대로 작은 세포의 습격을 받는 난자는 자손에게 유전물질의 반을 공급할 뿐 아니라 수정난이 발생하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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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난자가 영양분을 더 풍부하게 축적해 가는 동안 정자는 영양분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면서 특화되어 결국 서로 다른 두 개의 성이 만들어진 것이다. - 63
암컷과 수컷의 최초의 불평등은 배우자 세포의 크기가 서로 다른 이형배우자의 출현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이형배우자는 수컷이 암컷을 찾아 경쟁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유산으로 남겼다. 암컷을 찾아 끊임없이 방랑하고 경쟁자를 물리치는 데 필요한 공격성과 무기를 갖추고 계속해서 새로운 교미 상대를 찾는 난잡한 자질을 갖는 수컷이 번식하는 데 유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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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의 강도가 증가하면 할수록 수컷에게서 공격성과 강한 힘, 큰 체격을 진화시키려는 선택 압력도 증가하게 된다. - 66
파타스원숭이처럼 수컷의 번식능력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암컷과 수컷의 체격 차이도 커진다. 반면 암수가 한 마리씩 짝을 짓고 함께 영역을 방어하며 새끼를 기르는 일부일처제에서는 암수의 체격이 거의 비슷하다. 일부일처제에서는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수컷 경쟁의 필요성이 훨씬 적기 때문에 공격성이나 강한 힘, 큰 체격을 가진 수컷이 특별히 유리할 이유가 없다. - 67
왜냐하면 번식을 결정하는 암컷이 수동적인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윈이 지적한 바와 같이 암컷의 선호도 때문에 수컷 경쟁이 더욱 복잡해진다. 자연 상태의 영장류에서는 암컷의 선호도가 결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 68
열두 살 정도 먹은 새로운 리더는 곧 청년기에 들어갈 나이였다...단단한 근육질 몸집은 오늘날 랑구르 수컷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도도하고 거만스럽게 걸으며 매일같이 엄청나게 큰 소리를 지른다. 랑구르 수컷은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기 위해 "후-프 와-프"하는 소리를 자주 질러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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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주변에 있는 다른 집단의 수컷이 "와-프"하는 소리를 반복한다. 그는 자신이 있는 곳을 분명히 알리며 "내가 여기에 있다. 나는 원기왕성하고 너와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뭇가지 사이를 뛰어다니기도 한다. - 143
힘들여 집단의 리더 자리에 오른 새로운 리더도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남길 수 있는 기간은 겨우 2년 정도 밖에 안 된다....암컷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수컷의 자식이든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는 번식 면에서는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굳이 새로운 리더를 위해 자신의 번식 계획을 단축시킬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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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수컷은 오랫동안 기다릴 수 없다. 어떻게 해서든 암컷의 번식 주기를 단축시키고 빨리 자신의 자식을 낳도록 해야만 한다. 어떠헥 하면 암컷의 번식 주기를 단축시킬 수 있는가? 임신 기간은 어쩔 수 없지만 수유 기간은 단축시킬 수 있다. 만일 젖을 먹고 있는 쫓겨난 리더의 새끼를 죽여 버린다면 그 새끼의 어미는 즉시 다시 임신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 145
중요한 것은 리더 수컷은 확실하게 자신의 새끼가 아닌 새끼, 잘 알지 못하는 암컷이 데리고 있는 새끼만 공격한다. - 152
원숭이 집단에서 가장 쉽게 눈에 띄는 장면은 혈연관계에 있는 암컷이 모여 털 속 깊숙이 피부 밑에 붙어 있는 기생충을 서로 잡아 주는, 이른바 '털 고르기'라 부르는 광경이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암컷끼리 싸우는 것을 보기는 쉽지 않다. 싸우는 모습보다는 매일같이 한데 모여 서로 털 고르기를 하거나 그밖에 친밀한 행동을 하는 모습을 훨씬 더 많이 볼 수 있다. 집단이 위기를 만나면 암컷이 서로 단결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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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집단의 동료가 함께 자기 영역을 방어하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다. 또한 많은 종에서 암컷들이 새끼를 돌려가며 돌보는 '유아 공유'가 육가의 일부분으로 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협력자들도 똑같은 자원을 놓고 다투는 경우에는 서로 경쟁하는 적이 된다. - 170
암컷끼리의 경쟁이 얼마나 미묘하고 복잡한지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예는 한 암컷이 다른 암컷의 월경주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때때로 상위 암컷이 단지 옆에 있다는 거산으로, 혹은 아무 관련이 없어 보이는 상위 암컷의 행동 때문에 하위 암컷의 번식이 억압당하는 경우도 있다. - 174
일부다처제 영장류에서 친척관계에 있는 암컷들은 서로 매우 긴밀한 도움을 주고받는다. 이처럼 혈연적인 연대가 없다면 암컷들은 고릴라나 망토비비와 같이 리더 수컷에게 비굴하게 종속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암컷끼리의 상호 원조 조직이 있다 하더라도 일대일 관계에서는 거의 언제나 수컷이 우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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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조직은 비슷하지만 암컷 입장에서 보면 겔라다개코원숭이와 망토비비의 집단생활에서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인간 이외의 영장류 가운데 아마 망토비비의 암컷이 가장 비참하고 예속적인 생활을 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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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겔라다개코원숭이 암컷은 어느 정도 수컷에 예속되어 있지만 흥분하면 동료 암컷들과 결속해 수컷을 공격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반된 차이의 근본적인 원인은 암컷끼리의 동료애가 서로 다르다는 데 있다. - 175
긴밀하게 조직된 겔라다개코원숭이 사회의 암컷 사이에서는 저차원적인 경쟁이 끊임없이 일어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경쟁의 대부분은 집단의 리더인 성숙한 수컷에게 더 가까이 가기 위한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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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적으로 볼 때 상위 암컷이 갖는 이익은 물질적 자원에 그 누구보다도 먼저 접근할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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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사육 중인 무리나 자연 집단에서 모두 상위 암컷이 가장 먼저 임신한다는 사실은 던버 부부 외에도 여러 명의 학자들이 알고 있었다. 여섯 종의 서로 다른 구세계 원숭이를 사육하면서 연구하는 델마 로웰은 다음과 같은 충격적인 보고를 했다. "어떤 경우든 제일 먼저 새끼를 낳는 것은 순위가 가장 높은 상위 암컷이며 암컷은 거의 예외 없이 순위에 따라 임신한다" - 182-185
암컷이 경쟁한다는 것, 특히 위계질서에서 높은 지위를 추구한다는 점도 번식에 대한 구속만큼이나 강력하면서도 보편적인 암컷의 특질임에는 틀림없다. 물질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야말로 성공적인 임신과 수유의 핵심임을 생각할 때, 그 능력은 곧 암컷이 어떤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가와 너무도 밀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암컷의 지위, 그 자체가 하나의 목적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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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종에서 보면 암컷의 서열은 오랫동안 지속되고 자녀들에게 계승되어 장기적인 이익을 준다. - 212
아직 전체적인 그림은 완성되지 않았지만 영장류의 성적 행동은 지금까지 생각해 온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이 명확해지고 있다. 영장류 암컷이 임신 가능성이 없는 시기에도 성행위에 탐닉한다거나 임신하는 데 필요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빈도로 또 필요 이사으로 많은 파트너와 성행위를 가지려 하는 것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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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이외의 많은 영장류 암컷이 생식과 관련이 없는 비생산적인 교미에 열중한다는 사실 - 225
여러 상대와 난교를 할 때 암컷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한 가지 가능성은 암컷이 우수한 유전자를 갖고 있는 수컷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 - 242
누가 친부인가 하는 문제는 체내 수정을 하는 모든 동물에서 필연적으로 불확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비가 확실치 않은 새끼를 임신한 암컷이유리하다. 비록 수컷의 입장에서 볼 때 적극적으로 양육 투자를 하기에 충분할 만큼 생물학적인 부친이 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해도 자신과 교미한 암컷에게서 태어난 새끼의 진짜 아비가 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암컷은 이렇듯 누가 아비인지 확실하게 알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냄으로써 수컷이 태어나는 새끼를 공격해 생존을 위협하는 것만은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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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이 다른 수컷을 유혹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이익은 교미한 수컷이 훗날 암컷의 자녀를 만나더라도 '아비같이' 행동하게 된다는 것 - 246
영장류의 암컷이 성공적으로 새끼를 낳아 기르기 위해서는 상당히 어려운 도전을 극복해야만 한다. 그것은 자원을 놓고 벌이는 경쟁이 될 수도 있고 새끼의 생명을 위협하는 성숙한 수컷을 물리치는 것일 수도 있고 수컷 자체를 놓고 혹은 수컷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암컷끼리의 경쟁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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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에게는 성적인 행동이 수정의 문제에 국한된 경우가 많지만 암컷의 입장에서는 성적인 배우자 관계나 짝짓기가 훨씬 광범위한 의미를 갖는다. 수컷의 행동이 새끼의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영장류에서 특히 더욱 그렇다. - 252
'성.여성.가족 > 성.여성.가족-책과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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