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여성.가족/성.여성.가족-책과영화

권김현영,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를 읽고

순돌이 아빠^.^ 2020. 6. 8. 20:45

youtu.be/MJx1M7dOVdY?list=TLPQMDgwNjIwMjCS0nNhj2rsAg

 

 

저는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는 걸 좋아합니다. 어떤 때는  머리가 3개 쯤 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그러면 더 많이 읽을 수 있을 테니까요 ^^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면 제가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껴볼 수도 있고, 제가 알지 못했던 것을 알 수 있게 되어 좋습니다.

이번처럼 여성, 여성의 삶에 관한 글을 읽으면 더욱 그렇습니다. 제가 남성이기에 느끼지 못했고, 알지 못했고,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았던 것들에 대해 들어 볼 수 있으니까요. 

때론 당황스럽고, 때론 후회되기도 하고, 때론 미안하기도 하고, 때론 아쉽기도 하고, 때론 이런 일이 있었구나... 싶기도 하고, 때론 아하! 싶기도 하고, 때론 용기도 나고 그렇습니다. ^^

글쓴이의 글을 <한겨레>에서 읽었고, 그게 좋아서 책도 사서 읽었습니다. 책도 역시 좋았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좋은 생각을 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뵐 일은 없으니...그냥 마음으로 커피 한잔 보냅니다. ^.^ 

 

권김현영,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2019, 휴머니스트

 


달리기는 항상 좋아했으니까...
...
"싫다고 했잖아. 다른 반 남자애들도 잔뜩 구경 온다며" 그 아이는 정말 싫은 모양이었다.
...
"싫다면 할 수 없지. 그런데 남자애들이 구경 오는 건 왜 싫은데?" 그런 데 꽤 둔했던 나는 물었다.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놀린단 말야" "응? 왜?" "가슴이 흔들린다고 놀린다고!" - 26

여성주의 심리상담가 미리암 그린스팬에 따르면, 독립적이고 자아존중감이 강한 여성일수록 친밀함 속에서 자아가 사라질까 두려워한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정체성은 아내나 어머니, 딸과 같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 여성이 자기 자신에 대해 독립적으로 생각할수록 기존 여성 정체성과 갈등이 생기게 된다. 많은 여성은 직업적 성공을 위해 사적인 관계의 달콤함을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편으론,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과 남성 간의 친밀한 관계가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경험하면서 타인과의 관계를 '무서워'하게 된다. - 38

왜 이렇게 전국에 퀴어축제가 열리는 것인지 궁금하던 차에, 예상치 못한 답을 들었따. 서울이 아닌 지역에 사는 10대에게 가장 필요한 축제라는 것이다. 10대 성소수자 청소년이 겪는 어려움은 전 세계 공통이고, 한국 역시 더하면 더하지 조금도 덜하지 않을 터였다. 게다가 비서울 지역이라면 더욱 고립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긍정해주는 타인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소중하겠는가. - 138

여자 연예인은 친절하지 않았다거나, 애교를 거부했다거나, 심지어 집들이 음식을 충분히 장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도 논란이 된다.
...
웃어주지 않는 여자에 대한 불만은 비단 연예인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여성 노동의 기본 조건에 감정노동과 외모 관리가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
웃음은 일하는 여자의 '의무'가 됐다. 하지만 의무이므로 이에 따른 보상은 주어지지 않는다. 대신 웃어주지 않는 여자는 그 자체로 논란이 되어 사실상 '처벌'을 받는다. 남성 사회는 웃어주지 않는 여자를 왜 이렇게까지 싫어하는 걸까. - 228

2011년 사진작가 그레이스 브라운은 성폭력, 가정폭력, 아동학대 피해자와 함께 <언브레이커블 프로젝트>라는 사진 전시를 기획했다. 패하자는 가해자가 한 말을 종이에 적어 두 손으로 들고 자신의 얼굴과 가해자의 말이 같이 나오도록 사진을 찍었따. 이 작업에 참여한 피해자들은 가해자에게 욕설이나 위협보다는 이런 말을 훨씬 많이 들었다. "닥치고 좋아하는 척해" "너도 이걸 원하는 걸 알아" "걱정 마, 너도 좋아하게 될 거야" "난 네가 저항할 때가 좋더라" 등등. 그중 가장 많이 나온 표현은 "사랑해"였다. - 230

그렇다면 가해자의 힘을 축소하고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여자의 힘을 기르는 방식은 어떨까? 여성주의 자기방어운동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
여자들이 반격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어떻게 변할까? 여자들은 더는 쉬운 타깃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것이고, 방심했기 때문에 반격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여성의 몸은 자기방어훈련을 통해 새로운 자기 이미지를 만들어갈 수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많은 이가 자기방어훈련으로 자신감이 생겼고 무작위의 공포심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으며 자신의 몸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즐거웠다고 말했다.
...
전에는 위험상황을 떠올리면 분노하거나 짜증을 내거나 공포심을 느꼈는데, 자기방어훈련을 받으면서는 그런 감정보다는 '내가 해 낼 수 있을까' 하며 마치 경기장에 나가는 것 같은 살짝 긴장감이 들었고, 그런 감정 변화가 정말 즐거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 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