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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낫 유>를 보고

순돌이 아빠^.^ 2020. 7. 18. 07:46

youtu.be/HUegapBrfAk

여러번 눈물이 나더라구요. 케이트와 벡이 옷을 벗고 함께 샤워를 할 때도 그렇고, 케이트가 벡의 곁에서 떠나갈 때도 그렇고, 마지막에 벡이 무대위에서 노래할 때도 그렇고...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두려워 노래를 하지 못하던 벡이 큰 목소리로 노래를 해요. 케이트가 남겨 준 신발을 신고.  

난 넘어져도 앞으로 넘어져 

 


무엇이 벡에게 용기가 되었을까요? 잘하거나 못하거나 바라봐 주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격려해 주던 케이트 때문이었겠지요. 

엄마는 늘 벡을 야단쳐요. 도대체 그게 뭐냐고, 왜 쓸데 없는 데 시간을 낭비하냐고, 그렇게 해서 뭐가 되겠냐고...학교 교수를 비롯해 여러 놈들은 주로 섹스를 원하구요. 섹스를 원해서 나쁘다기 보다는 벡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관심 없고 그저 섹스만 원했던 게 거시기 했던 거겠죠. 

다른 사람들이 나를, 특히 내가 가깝다고 느끼고 내가 의지하고 싶었던 사람들이 나를 쓸모 없다고 여기고, 그저 몸뚱이나 원한다고 싶어지면...나도 모르게 내 자신이 나를 그런 존재로 여길 수도 있어요. 엄마가 나를 쓸모 없는 인간 취급하면 나도 어느새 그게 익숙해져서 나 자신을 쓸모 없는 인간으로 여기는 거지요. 남들이 나를 그저 섹스 파트너로만 여기면 어느새 나도 나 자신을 섹스만 재미나게 하면 그만인 인간으로 여기는 거지요.  

 

그렇지 않다는 거, 비록 실수도 하고 사고도 치지만 나도 무언가를 해내고 싶고, 좀 더 잘 하고 싶다는 거...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고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걸 나 자신이 느끼기 위해서는 때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요. 케이트가 몸을 움직이기 위해 벡의 도움이 필요하듯, 벡이 삶의 길을 찾는데 케이트의 도움이 필요한 거지요.  

일방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기만 해야 하는 상황이 싫을 수도 있어요. 내 스스로 무언가 결정하지 못한다는 것이 화가 날 수도 있구요. 그런만큼 도움을 주고 받을 때는 가만히 살펴보고 서로의 마음이 어떤지 알아보는 것이 좋겠지요.  

그러다 그러다 보면 남들이 듣지 못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도 있고,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낄 수도 있어요. 참으로 참으로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가까워지는 순간이겠지요. 가족이라서 가까워지는 게 아니라, 살을 맞대고 부빈다고 해서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듣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그 마음의 소리를, 나 자신조차 도대체 무언지 알 수 없었던 나 자신을 다른 사람이 알아봐주고 함께 느껴주는 거지요. 

 

케이트가 답답하고 절망스럽고 가슴이 터질 것 같아 소리를 지르고 싶어해요. 하지만 근육이 점점 굳어져서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요. 그러자 벡이 그 마음을 알고 냅다 있는 힘껏 아~~~ 하면서 소리를 질러요. 덩달아 케이트도 함께 입을 벌리고 소리를 지르지요. 비록 작은 소리 밖에 나오지 않지만...그 장면을 보는데 정말 눈물 나더라구요. 

케이트는 몸이 아파서 더 이상 피아노를 칠 수 없어요. 그런데 벡이 피아노를 칠 때 벡의 손 위에 케이트가 손을 올려요. 자신을 칠 수 없지만 벡이 손가락을 움직이며 음악을 만들어 갈 때 케이트도 그 느낌을 함께 하는 거지요. 피아노를 쳐본 사람은 알 거에요. 그냥 듣기만 하는 것도 좋지만 내가 직접 손을 움직여 소리를 내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케이트는 남편인 에반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바라봐 주길 바랬대요. 어느 순간 에반이 그렇지 않았다는 것도 알았지만...에반이 바라보는 대로의 모습이고도 싶었다고.  

우리도 그렇잖아요. 사랑 받고 싶으니까.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으로 바라봐 주길 바라지만...때론 조금 내 모습을 감추고서라도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고...상대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봐라봐 주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되지 않아서 후회를 하기도 하고 실수를 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그러다가 누군가 나를 깊이 받아들여주고, 나 자신보다 더 나 자신을 차근히 이해해준다 싶으면 편안해지고 따뜻해지고 길을 찾게 되고 용기가 되는 거겠지요. 그런 존재가 내 마음에, 내 삶에 스며드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간절한 일인지...

 

그래서 당신이 

유아 낫 유, 남들이 말하는 예전 그 모습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는

 

그래서 당신이

유아 낫 유, 외롭고 허전한 모습으로 혼자인 게 아니라

삶의 어느 순간에라도 우리로 함꼐 있을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