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요 ㅠㅠ
미쉬낀도 불쌍하고 나스따샤도 불쌍하고....내 안에, 우리 안에 미쉬낀이 있고, 나스따샤가 있고, 로고진이 있고, 아글라야갸 있는 것 같아 불쌍해요.
인간이란 존재가 슬퍼요.
그리고 그 속에서...아...내가 이런 사람이구나...우리가 그렇게 살았구나 싶은 마음이 들어요. 애처로움 속에서도 조금은 더 나아질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생기기도 하구요.
어디서부터 시작된 열정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달려가고
얼핏 봤을 뿐인데 모든 것을 아는 것마냥 빠져들고
곱씹고 되뇌이며 자신을 질책하기도 하고
이게 아니지 하면서도 어느 순간 그 길로 들어가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고
때론 안타까운 사연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도움을 주려고도 하고
엉망진창인 것 같은 곳에서도 더 나은 삶을 찾아 힘써 나아가려고도 하는
저같은 인간의 마음을 이렇게 잘 표현한 글이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책입니다.
제가 그동안 읽었던 도 선생의 책들
<죄와 벌> <까라마조프 형제들> <지하생활자의 수기>
어느 것 하나 제 마음을 울리지 않은 글이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
아참,
미쉬낀이 겪은 뇌의 발작이나 장군이 겪은 뇌졸중
그리고 이들의 감정이나 생각, 행동 등을 보면
케빈 넬슨의 <뇌의 가장 깊숙한 곳>, 라마찬드란의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 실험실> 등에서 볼 수 있는
뇌의 기능이 정신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에 관한 설명과 상당히 비슷해요
마치 도 선생이 뇌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었거나
자신이 그런 일을 직접 겪었던 것 같이...
도스또옙스끼, <백치>, 동서문화사, 2017
이와 같은 만물박사들은 사회의 어느 특정 계층에서나 이따금, 아니, 아주 빈번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무엇이든 알고 있고, 쉴 새 없는 호기심에 가득 찬 자신들의 지혜와 능력을 멈추지 않고 한 곳에만 집중시킨다. 오늘날 어느 사상가가 지적했듯이 이들이 집중하고 있는 곳에는 보다 중요한 인생에 대한 관심과 견해가 결여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
누가 어디서 근무를 하는데 그의 지인이 누구이고, 재산은 얼마나 있는가, 또 어디의 현지사가 아무개인데, 그가 누구와 결혼을 했는지...누구와 사촌지간인지...등등의 모든 지식을 의미하는 것
...
만물박사들은 흔히 자신들의 지식이 완전한 학문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에 위안을 받으며 자존심을 세우고, 고상한 정신적 만족감까지 느낀다. - 15
열정의 노예가 된 인간은 아무리 나이가 들었더라도 완전히 눈이 멀어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것에도 희망이 있다고 믿는 법이다. 그뿐이랴? 아무리 총명한 자라도 이성을 잃으면 어리석은 아이처럼 행동하게 마련이다. - 68
"문득 어느 술 취한 병사가 흐트러진 차림새로 나무 보도 위를 비틀거리며 걸어오는 것을 보았어. 그는 나에게 오더니 느닷없이 '귀족 양반, 은 십자가를 사세요. 단돈 20꼬뻬이까예요! 순은이라고요!' 하는 거야.
...
첫눈에 은이 아니라 주석으로 만들어진 걸 알 수 있었지. 나는 20꼬뻬이까짜리 은화를 꺼내 그에게 주고 십자가를 당장 목에 걸었네. 그의 얼굴을 보니 아주 흡족해 보였어. 멍청한 귀족 한 명을 잘도 속여넘겼구나 하는 표정이었지. 그러고 나선 분명 그 돈으로 술을 마시러 가버렸을 거야.
...
길을 걸으면서 생각했지. 그리스도를 판 저 병사를 비난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다. 술에 취해 있는 연약한 그 가슴속에 무엇이 있는지는 오로지 신만이 알고 있다는 생각을 했지. - 278
"아니오, 공작. 아글라야는 이해하지 못할 거요! 아글라야는 여자로서, 인간으로서 당신을 사랑한 것이지 결코...관념적인 정신으로 사랑한 게 아니오! 잘 들으시오 공작, 당신은 아글라야도, 나스따샤도 결코 사랑한 적이 없소! 이게 가장 확실한 거요!" - 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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