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줍잖은 저의 사고? 생각?...암튼 뭐 그런 것들을 만드는데 큰 영향을 미친 책이 몇 권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다윈의 <종의 기원>이에요. 머리가 나빠서 죄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ㅠㅠ
종의 기원을 읽고 나니 세상이 정말 다르게 보이더라구요. 여성회관 강당에서 3,500원 주고 영화 <트랜스포머>를 보고 나왔을 때 주변에 있던 자동차들이 곧 변신을 할 것처럼 보였던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풀하우스>를 읽고 나니 또 한 번 세상이 다르게 보여요. 인간으로서의 저 자신도 조금 다르게 느껴지구요. 음...뭐랄까...세상이 좀 더 풍요롭게 느껴지고, 저 자신이 좀 더 겸손해진다고 해야할지...제가 착해서 겸손해지는 게 아니라 저라는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를 좀 더 알게 됨으로써 겸손해진다고 해야할지...암튼 그래요.
자연에 대해, 생명에 대해 안다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길이겠지요.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진 오만이나 자만을 조금 누그러뜨리고, 우주와 삶의 경이로움을 조금 더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거구요. ^^
스티븐 제이 굴드, <풀하우스>, 2012, 사이언스북스
진보가 생명의 역사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특성이라거나 진화의 방향을 규정하는 힘이라는 주장은 이론적(다윈 이론의 진화 메커니즘을 설명함으로써)으로 또는 실질적(살아 있는 생명체 중 박테리아가 압도적 다수라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으로 얼마든지 논파할 수 있따.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인간만이 고등한 존재라는 주장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이 편협한 주장에 근거해 진화에는 어떤 경향이 존재한다고 우기고 있다. - 13
우리는 인간의 우월성에 대한 관습적 개념을 포기하고 생명 모두를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는 그 개체들 중의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를 소중한 한 요소로 포함하고 있는 전체 시스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것을 통해 우리는 거짓된 위안 대신 생명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게 될 것이며, 우리 행성이 거쳐 온 생명 다양성의 역사가 만든 풀하우스full house 안에서 정말 멋진 삶wonderful life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 15
프로이트는 <과학의 역사에서 일어났던 모든 혁신들은 종류는 다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절대적 확신이라는 인간의 오만을 차례로 뒤엎어 나간 것이다>라고 말했다. - 33
다윈이 진보를 진화의 예정된 결과로 보기를 거부한 것은 그의 다른 과격한 생각들 중에서도 가장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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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빅토리아 시대의 대부분의 사상가들은 생물학적인 변화를 진보와 동일하게 보았기 때문에 <진화evolution>가 다윈이 말한 <변이를 동반한 상속desccent with modification>을 지칭하는 단어로, 우리의 언어에 정착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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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은 자신의 비진보주의를 표명하는 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었따. 생명의 역사의 진보를 주장하는 다른 저자의 책 여백에 <더 고등하거나 더 하등하다는 말은 있을 수 없다>고 메모하기도 했다. 또 근본적으로 내재된 발전 과정에 의한 진화론을 제창한 고생물학자 앨피우스 하이어트에게 보내는 서신에는 이렇게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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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진보를 향한 내재적인 경향 같은 것은 없다고 결론 내릴 수밖에 없다네. - 190
자연선택은 <국지적으로 변하는 환경에 대한 적응>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며 이 시나리오에도 진보 같은 것에 대한 언급은 없다. 자연선택의 원리로부터 그러한 주장을 끌어낼 수 없다. 털이 난 매머드가 털 없는 코끼로보다 전 우주적으로 더 낫거나 전반적으로 더 우월한 것은 아니다. 매머드의 <향상>은 전적으로 기후가 추워진 지역에 국한된 이야기이다(털이 거의 없는 코끼리 조상은 따뜻한 지역에서 여전히 더 유리하다). 자연선택은 눈앞에 있는 주변 환경에 대한 적응만을 낳을 수 있다. - 193
자연선택은 지역적인 적응을 강화시킬 뿐이다. 적응 양상은 더할 나위 없이 정교한 적응도 어디까지나 지역적이고 일반적인 진보나 복잡화 경향의 어느 단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 194
지구는 아직도 박테리아로 초만원이고 곤충들은 다세포 동물위에 군림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포유류는 4000여 종 밖에 되지 않으나 곤충은 분류된 것만 100만 종이다). 진보가 정말 그렇게 확실한 사실이라면 우리의 생명을 앗아가는 박테리아와 우리의 피크닉을 망치는 개미 떼와 같은 것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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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다윈은 그의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올바른 질문을 던졌다. <진보를 통해 이득을 얻은 기생충을 볼 때 진화적으로 '고등'하다는 것은 어떻게 정의됩니까?> - 202
<디스커버>(1993년6월호)에 실린 로리 올리벤스타인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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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맥시(<복잡성과 진화-누구나 아는 것>이란 논문을 발표)에 의하면, 누구나 생물이 진화하면서 복잡해져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원시생명 수프에서 합성된 최초의 세포에서 호모 사피엔스의 놀라운 복잡성까지 생명의 진화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더 큰 복잡성을 향한 장거리 행진이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 사실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문제는...그것을 확인해 줄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증거를 요구하는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명백백한 사실이라는 이유로 그 누구도 증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진리.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진리만큼 폭력적인 지적 독단도 없다. - 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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