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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다그치고 몰아세우는 내 안의 또다른 목소리

순돌이 아빠^.^ 2020. 6. 29. 10:54

선장은 계속해서 내가 일하고 자고 먹는 시간을 정해놓고 명령을 따르라고 했다. 그의 규칙은 점점 더 엄격해졌고, 상황별로 요구 사항이 추가되기도 했다.
...
나는 피곤하고 정신없는 청소년이었다. 선장이 크게 소리 지르는 것을 그만두기를, 그리고 학교, 숙제, 집안일, 아르바이트, 공부 등 새벽 4시부터 자정까지 이어지는 수많은 요구를 그만두기를 절망적으로 바랄 뿐이었다. 때로는 너무나 피곤해서 당장이라고 쓰러질 것만 같았다. 체육 시간에 다리가 풀려 주저앉을 정도로 완전히 지쳐 있었다. 하지만 쉴 수 없었따. 그러면 선장이 뭐라고 할 테니까. 한편으로는 의식을 잃어 정당하게 쉬는 시간을 얻을 수 있도록, 남은 힘을 모조리 짜내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궁금하다...어째서 이런 엄청난 유구에 대들지 못했을까? 다른 사람이 나를 그런 식으로 다루도록 내버려둔 이유가 뭘까?
답은 간단하면서도 잔인하다. 내가 바로 그 선장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내가 나(나와 적대적이었떤 또 다른 나)와 벌인 개인적 내전이었다...하나도 정당하지 못했던 그의 요구는 결국 내가 나 자신에게 요구한 터무니없는 것들이었다. - 54

 

- 아른힐 레우벵, <나는 자주 죽고 싶었고 가끔 정말 살고 싶었다>. 생각정원, 2020

 

 

문득 문득 생각하면 

도대체 내가 왜 이러나 싶고

이런 어이없는 짓을 왜 자꾸하는지 싶고

지금 당장에라도 그만두게 하고 싶지만

 

어느 순간 돌아보면 또 그러고 있고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내 안에 살고 있는 것 같고

그리 하지 않으면 무언가 좋지 않는 큰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나이지만

내가 아닌 것 같은

또다른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