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렵,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한여름 스키 점프애데 기어 올라가 낡를 펼치고 날아내리며,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이나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곳에 닿으면 어떨지 상상하곤 했다. 학창 시절 학문적인 글을 제외한 모든 글에 누군가를 죽이는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이런 글은 굉장히 어두웠다. 나는 점점 말수가 줄어들었고 대신 음악을 자주 들었따. 책도 많이 읽었는데, 대부분 타리에이 베소스, 카프카, 도스토옙스키가 쓴 매우 슬프고 두꺼운 책들로, 열네 살짜리 소녀에게는 사실 너무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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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증세를 실제로 이상하다고 여긴 사람은 많지 않았다. 나는 10대였고, 일반적으로 이 나이대의 청소년들은 예측 불가능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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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보면 내 안에 무언가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준 경고 신호는, 정체성에 대한 확신이 서서히 사라졌다는 점이다. 바꾸어 말해 내가 정말로 존재하는지, 혹시 책 속의 누가 만들어낸 인물은 아닌지 혼란스러웠다. - 21
- 아른힐 레우벵, <나는 자주 죽고 싶었고 가끔 정말 살고 싶었다>. 생각정원,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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