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아이들의 돌팔매질이 시작되면 여자아이들은 모두 도망치기에 바빴지만 릴라는 달랐다. 그녀는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계속 걸어가다가 이따금 멈춰서기까지 했다. 릴라는 날아오는 돌의 궤적을 자세히 관찰하고 침착한 태도로 피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우아함이 느껴지는 몸놀림이었다.
...
나는 처음에는 건물 모퉁이에 숨어서 릴라가 오는지 훔쳐보았다. 하지만 릴라가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녀 곁으로 다가가 돌멩이를 집어주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나도 그녀와 함께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 35
아다와 카르멜라와 나는 솔라라 형제와의 일이 일어난 후부터는 본능적으로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고 우리에게 던지는 저속한 말을 못들은척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웠다.
릴라는 달랐다. 그녀와 함께하는 일요일 산책은 언제나 긴장의 연속이었다.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면 시선을 맞받았다. 누군가 자신에게 뭐라고 하면 정말 자신에게 말을 거는 건지 의심스럽다는 듯이 멈춰 서서 가끔 호기심 어린 태도로 대꾸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남자들은 우리에게 언지는 저속한 농담을 오히려 릴라에게는 하지 않았다. - 188
- 엘레나 페란테, <나의 눈부신 친구>, 한길사,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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