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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도록 지지하고 격려하는

순돌이 아빠^.^ 2021. 2. 13. 10:05

넷플릭스 드라마 <빨간머리> 시즌1:4화에서 앤이 자다말고 마릴라의 방으로 찾아와요.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요.

 

앤 : 저는 혼란스러워요. 목사님 말씀이 걱정이에요....학교에 가지 말고 아내가 되라는 얘기요. 

i'm in a quandary. it worries me what the minister said...it's the not going to school and being a wife part. 

마릴라 : 나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어. 난 목사님 생각이 좀 구식인 것 같구나. 네 생각은 어떻니? 

i've been pondering about that, too. his thinking seems a mite old-fashioned to me. what do you think? 

앤 : 뭐 상상할 여지가 그리 많지는 않죠. 그건 확실해요. 

well it doesn't provide much scope for the imagination. that's for sure and certainn. 

마릴라 : 난 네가 스스로 결정해야 할 것 같구나. 뭘 하고 싶은지 뭐가 되고 싶은지 그리고 의지를 갖고 해내렴. 

you know, it seems to me you should decide for yourself...what you want to do and be and set your mind to it. 

앤 : 이제 다이애나랑 루비가 있으니 학교도 다닐만할 거에요.

마릴라 : 넌 머리가 좋고 영리해 앤. 그걸 썩혀야 할 이유는 없잖니. 내가 어릴 때는 선택권이 없었지. 선택은 네 몫이라고 생각한다. 

you've got a good and nimble mind, anne. i don't see why you should limit it. in my day, we didn't get to choose. i think you should make your own decision.

 

quandary

[…에 관한] 곤혹, 난처한 입장, 궁지, 진퇴 양난(dilemma)[about, over ‥]

어려운 지경에 빠져 어쩔 줄 모르는 상태. 주로 be in a quandary(어찌 할 바를 모르다)의 구로 쓰임.

 

앤이 혼란스럽고 곤란한 처지에 빠졌어요. 목사가 여자는 학교 갈 필요도 없고 살림 사는 거 배워서 시집이나 가면 된다고 했거든요. 

 

이에 대해 마릴라가 목사의 생각은 구식 같다고 해요. 앤의 문제를 풀어보려고 불러 왔던 목사의 생각이 구식이라고 하는 거지요. 그리고 앤의 생각을 물어요.

 

목사는 앤의 생각이 중요하지 않다고 했지만 마릴라는 앤의 생각을 물어요. 그냥 건성으로 '그래 니 생각은 뭔데?'라고 묻는 게 아니라 진지하게 묻고 귀담아 들어요. 

'라떼'도 꺼내요. 자기가 어릴 때는 선택권이 없었다구요. 그렇다고 내가 선택권이 없었으니 너도 없어야 한다거나, 나는 선택권이 없었지만 너는 선택권을 갖게 됐으니 고마운 줄 알고 살아라고 하지 않아요. 

 

마릴라가 라떼를 떠올리면, 그런 선택권 없이 살았던 세월을 떠올리면 온갖 복잡한 마음이 들겠지요. 많은 일들이 있었을 거구요.

 

그 경험을 참고 삼아요. 그 경험을 절대시하거나 삶의 기준으로 삼는 게 아니구요.

 

내가 이런 저런 일을 겪고 보니 이런 면이 있는 것 같아...그러니 너는...그리고 니가 바라는...

 

그렇게 더 나은 길을 갈 수 있도록 함께 길을 열어줘요. 나의 경험에 머무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너의 삶, 너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는 거지요. 

 

인생 문제에 여러 가지 해결책을 제시하고 그 결과를 설명하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삶을 선택하느냐는 궁극적으로 조언을 구하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지혜로운 사람들은 모든 사람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과, 자신이 그들보다 먼저 그 길을 갔고 그 길을 안내하는 유익한 길잡이 이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 shan j. lopez편, <인간의 강점 발견하기>, 학지사, 2013

부모는 자식의, 교사는 학생의, 목사는 신자의, 정치인은 시민의 선택이나 판단에 대해 못 미더워하고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불안해하는 것을 넘어 잘못 됐다고 하고 틀렸다고 하지요. 그렇게 하면 인생을 망칠 거라고, 그렇게 하면 나라가 망할 거라고 하지요.

 

니가 낮은 곳에 있어야 내가 높은 곳에 있겠지요.

니 생각이 틀려야 내 생각이 옳겠지요.

 

니가 생각을 할 수 없어야 내가 대신 생각해 주겠지요. 

니가 선택을 할 수 없어야 내가 선택한대로 하겠지요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는 스스로 생각하거나 선택하지 말라고 우겨대는 부모가 나와요. 자기 생각하는 것이 옳고, 반드시 그래야 하고, 모두 너를 위한 일이라고 하지요.  

 

그 부모의 말대로 아이가 살았다고 치죠. 원하는 대학도 갔다고 치죠. 그래서 의사가 되고 돈을 많이 벌었다고 치죠. 그 다음은요? 

 

바로 그 부모처럼 되진 않았을까요? 늘 뭔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할 것 같고, 그토록 많은 것을 가지고서도 낭떠러지에 떨어질 것 같은 불안감에 시달리며...

 

삶의 만족이나 기쁨, 행복은 멀리한채 경쟁과 불안으로 자신을 끊임없이 내모는 그런 사람이 되진 않았을까요?

 

그 부모가 그랬듯이 그 아이도 자신의 부모처럼 자기 아이를 또다시 경쟁과 불안의 구렁텅이로 빠뜨리지 않았을까요?

 

겉으로는 지위와 재산이 되물림 되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속으론 공허와 무기력, 방황과 허무가 되물림 되는 건 아닐까요?

시즌1:6화에서 조세핀 할머니가 앤에게 이런 말을 해요.

 

조세핀 : 네 야망과 포부를 길잡이로 삼도록 해라.

my advice is to let your ambitions and your aspiratios be your guide. 

앤 : 하지만 너무 많은데요

조세핀 : 잘됐구나. 아직 시간은 많아. 운이 좋다면 말이다...네가 원하는 것과 잘하는 걸 알아낼 시간은 충분하단다. 

앤 : 저는 뭔가 엄청난 일을 진짜 잘해내고 싶어요...제가 아는 애들은 모두 아내가 되는 일에만 열중하죠. 

i'd like to be very, very good at something astonishing...all the girls i know are preoccupied with becoming a wife. 

조세핀 : 넌 어떻게 생각하니?

what do you think about that?

앤 : 신부가 되고 싶기는 하지만 아내가 되는 건 모르겠어요.

well, i've always wanted to be a bride. but i don't really expect to be a wife.

조세핀 : 흥미롭구나.

앤 : 제 고민이 이해되세요?

조세핀 : 그래. 내 생각을 말해보마. 네가 결혼을 원한다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단다...네가 경력을 선택하면 네가 직접 흰 드레스를 주문해서 입고 싶을 때 입으면 되지.

first, you can get married anytime in your life, if you choose to do so...and two, if you want a career, you can buy a white dress yourself. 

앤 :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요? 그 생각이 정말 마음에 드는데요. 자립한 여성이 되는 거에요. 

i'm going to be my own woman. 

조세핀 : 난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사람을 항상 지지하지. 

i'm a proponent for making one's own way in the world. 

 

조세핀의 드레스 얘기에서 빵 터졌어요. 어떻게 저런 멋진 생각을 저런 표정과 저런 목소리로 ㅋㅋㅋ ^^

 

조세핀도 마릴라와 같이 앤의 생각을 물어본 뒤에 선택choose에 대해 이야기 해요. 자신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는...

 

앤이 자립한 여성이 되고 싶다고 하지요. i'm going to be my own woman...남편에게 종속되거나 곁다리처럼 여겨지는...그러니까 다이애나의 엄마 같은 여성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는 자기 자신의 여성이 되겠다는 것이지 싶어요.  

 

그런 앤을 조세핀은 이해하고 응원해요. 전생에 나라를 구했는지...앤은 정말 운도 좋아요. 마릴라도 매슈도 조세핀도 앤의 생각과 선택을 지지하고 있고 격려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는 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것 자체가 낯설고 힘겨운 숙제처럼 여겨질 수도 있어요. 그렇게 살아온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는 사람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구요.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했다가 크게 욕을 먹거나 낭패를 본 사람은 두려움 때문에 그것들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려고 할 수도 있구요. 그렇게 살아온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려는 사람을 불안한 눈초리로 뜯어 말릴 수도 있구요. 

 

많은 부모와 교사, 목사와 정치인이 그렇게 하는 건...자기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해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맛있는 것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잖아요. 좋은 것도 좋았던 경험이 있어야 또 찾게 될 거구요. 

 

빛과 물이

나무의 성장을 돕기는 하지만

 

흙과 바람이

나무가 될 수는 없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