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순간 아버지가 덥석 나를 잡더니 칸막이 문에서 판자 하나를 뜯어내 그걸로 때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말했다. “넌 여자아이야. 아버지가 뭘 하라고 하면 그대로 해야지” 아버지는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제대로 알 때까지 매질을 계속했다.
…
힘이 센 커다란 남자가 어린 딸을 인정사정없이 때린 이 일에 대한 기억이 여성이라는 성의 위치를 내게 알려주는 역할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 기억은 그 사건을 보았고 기억하는 모든 사람, 내 형제자매, 그리고 성인 여성인 엄마에게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우리 가정의 지배자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이었다. 아버지의 지배에 복종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처벌을 받을 것이며 심지어 벌을 받다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기억해야 했다. 이렇게 우리는 가부장제를 경험으로 익혔다. - 56
- 벨 훅스, <남자다움이 만드는 이상한 거리감>, 2017, 책담
https://www.yna.co.kr/view/AKR2020071412290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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