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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과 질병

순돌이 아빠^.^ 2021. 8. 9. 10:45

1597년 마드리드에서 발생한 “비非전염성”이라는 질병은 무엇이었을까? 이 병은 서혜부나 겨드랑이, 목이 붓고, 일단 열이 나면 5-6일 만에 나아서 서서히 회복되든지 아니면 곧 죽든지 했다.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로서 습기 찬 집에 살거나 심지어 맨땅에 누워 지내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대규모 공격 앞에서 잘먹지 못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아무런 저항도 못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내가 자주 인용하는 “말라리아에 대한 최선의 치료는 가득 찬 솥이다”라는 토스카나의 속담은 아주 잘 맞는 이야기인 것 같다. 1921-1923년 러시아에 기근이 심했을 때,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증거에 의하면 러시아 전역에 말라리아가 퍼졌는데, 북극권에 가까운 곳에서조차 마치 열대지방에서와 거의 같은 증상을 띠고 나타났다. 영양 부족은 확실히 질병의 “확산요소”였다. - 98

 

바로 이 1523년 여름에 파리의 페스트는 한 번 더 가난한 사람들에게 타격을 가했다. 앞에서 언급한 바 있는 베르소리는 그의 <이성의 책>에서 이렇게 썼다. “죽음은 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향하고 있어서, 이 불행한 사건 이전에 몇푼의 돈을 받고 짐을 나르던 일꾼들이 팔에 매우 많았는데 이제는 아주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프티 샹 구역을 보면 수없이 많이 살고 있던 가난한 사람들이 깨끗이 청소한 것처럼 사라졌다. 

사르트르가 이렇게 쓴 것이 맞는 것 같다. “페스트는 계급관계를 심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그것은 가난한 사람들을 공격하고 붕한 사람들을 면제해준다.” 사부아에서 질병이 지나갔을 때 부자들은 자기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확실히 소독을 하고 나서도 가난한 여자 한 명을 몇주 동안 그곳에서 살아보게 했다. 이 “실험용 여자”는 목숨을 걸고 과연 모든 위험이 사라졌는지 확인하는 임무를 띠고 있었다. - 107

 

- 페르낭 브로델,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1 : 일상생활의 구조>, 까치글방, 2009

 

다른 나라에서 지내다 저도 말라리아에 걸려본 적이 있어요. 정말 며칠 동안 열이 빠짝 올랐다가 갑자기 덜덜 떨도록 춥다가를 반복하더라구요. 정신은 그야말로 헤롱헤롱 ㅋㅋㅋ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저한테는 돌봐주는 사람도 있었고 약도 있었고 먹을 것도 있었던 거지요. 

요즘 코로나가 한창이에요. 정말 많은 사람이 죽었고 고통을 받고 있지요. 코로나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직장을 잃거나 수입이 없어진 사람도 많아요. 특히나 가난한 사람들일수록 더욱 일자리를 잃거나 수입이 없어질 가능성이 높지요.

 

코로나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비누를 이용해서 30초 이상 물에 손을 씻으라고 해요. 근데 이것 자체가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요. 아마 많은 한국인들이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한국에는 공중화장실에 가도 비누가 있고 물이 콸콸 쏟아지니 말이에요. 심지어는 그런 공중화장실과 비누과 물을 무료로 아무나 사용할 수 있지요.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깨끗한 물을 이용할 수도 없는데다 비누라는 건 부자들이나 쓰는 물건일 수도 있는 거지요. 무슨 향이 나고 천연 재료 들어가고 어떻고 할 것도 없이 그냥 비누라는 게 없는 거지요. 그러니 30초 이상 비누를 이용해 물에 손을 씻으라는 게 참 힘든 일이 되는 거에요. 

이스라엘이나 미국 같이 돈이 많은 나라들은 코로나 백신 3차 접종에 들어간다고 해요. 그리고 아직도 많은 나라들은 1차 접종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구요. 

 

바이러스야 가난한 사람과 가난하지 않은 사람을 가리지 않겠지요. 다만 가난한 사람들이 바이러스의 확산에 보다 취약하고, 발병을 했을 때도 치료 받기가 더 어려운 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