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 말 어느 때인가 아흐마토바가 나데즈다 만델심탐과 함께 레닌그라드를 걷다가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우리 생애에서 가장 좋았던 시절이 전쟁 동안이었다니! 그때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 갔고, 굶주렸고, 내 아들이 강제 노동을 하고 있었는데!” 아흐마토바처럼 1930년대 공포정치를 겪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전쟁은 일종의 해방으로 다가왔음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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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전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이 허용되었다. 상황탓에 어쩔 수 없이 자발적으로 움직여야 했다. 사람들은 정치적 위험을 생각하지 않으면서 대화하고 서로 도왔다. 이 자발적인 활동으로부터 새로운 시민 의식이 싹텄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전쟁 시절을 향수에 젖어 회상하곤 했다. 그 시절은 파스테르나크의 말을 빌리면 “활력이 넘치던 시기”이며 “타인과 나누는 공동체 의식이 자유롭고 즐겁게 부활한” 시기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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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항상 좋았던 세월로 기억되는 젊의 시절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때 우리가 가장 진정한 의미에서 ‘시민’임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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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나타난 개인적, 집단적 책임감...이 기간은 스탈린 체제의 하부 구조가 독일군의 침략 결과 사실상 붕괴해 사람들이 자체 자원에 의존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스스로 결정해야 했던 시기다. - 192
사람들 사이에서 신뢰와 상호작용이 확대됨에 따라 시민 정신과 국민 의식이 부흥했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가치관의 근본적 변화가 있었다. 전쟁 전에는 사람들이 서로 불신하는 분위기가 일반적이어서 당의 지시 없이 어떤 공동체도 자발적으로 구성될 수 없을 정도였다. 모든 시민적 의무들은 국가의 명령으로 수행되었다. 그러나 전쟁을 치르는 동안 시민적 의무는 나라의 방어라는 실제적 문제를 제기했고, 이 문제는 국가의 통제와는 무관하게 사람들을 단합시켰으며 새로운 공적 태도를 낳았다.
많은 사람들이 변화를 언급했다. 작가 프리시빈은 1941년 일기에 적었듯이, “사람들이 전쟁이 개시된 이래 더욱
- 올랜도 파이지스, <속삭이는 사회2>, 교양인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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