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을 대중에게 설파하는 전문가들은 워낙 다양하고도 맥락이 없어서 정치적 혹은 사회적 일반화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마이크 앞에 섰을 때 개인적인 응어리를 풀어놓는다는 공통점이 있긴 했다. 여성의 지위에 대한 이들의 관심은 진실되고 지적 호기심은 충분히 강렬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을 움직인 것은 본인이 채 인지하거나 이해하지 못했던 사적인 갈망과 반감, 자만심이기도 했다. 뉴라이트 남녀, 그리고 레이건 진영과 마찬가지로 이들 역시 가정과 직장에서 지난 20년간 일어난 고통스러운 사회 변화와 씨름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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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글과 말에서 ‘여성’은 그 많은 사적인 불안과 망령을 투사할 수 있는 전천후 스크린이 되었다.
이런 반격 사상가들의 치렁치렁한 학자복 아래에는 별로 학자답지 못한 충동이 감춰져 있었다. 이 중에는 페미니스트들 때문에 자신의 승진이, 종신 재직권이, 명예가 희생되었다고 믿는 학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여성학의 탄생을 직업이라는 면뿐만 아니라 개인적 차원에서도 불안감을 조성하는 침략으로, 교정 잔디를 짓밟는 무단 침입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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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지도자에게서 받은 실제 혹은 상상해 낸 모욕을 곱씹는 정치 전략가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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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여성운동과 싸우는 이유는 복잡하게 뒤얽힌 하나의 집합과 같고, 사적인 정황은 그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핵심은 반격의 이론가들은 심리학 사례 연구 대상으로 몰아가는 게 아니라, 별로 인지되지는 않았지만 이 사상가들의 페미니즘에 대한 태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요인들(직업적인 고충에서부터 가정 내 역할 긴장까지)로 이들 사상의 고려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 432
레빈의 회상에 따르면 여성운동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기로 처음 마음을 먹은 건, 그가 알고 지내던 일부 페미니스트 성향의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행동거지를 바꾸라고 요구하기 시작하더 수년 전이었다. 그는 특히 한 사건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여성해방의 수혜를 입은 한 친구의 여자 친구가 여성의 권리에 대해 말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날 이런 식으로 보더니 ‘남자들이 변해야 할 거’라고 말하는 거예요. 정말 전체주의적이었어요. 정말 화가 나더라고요” - 452
- 수전 팔루디, <백래시-누가 페미니즘을 두려워하는가?>, 아르테,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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