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이제는 더이상 아무도 에티엔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돌들이 계속해서 빗발쳤다. 그는 자신이 행동하라고 부추겼던 이들이 거친 야수처럼 변한 것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처음에는 억눌린 감정을 표출하는 데 시간이 한참 걸렸지만, 일단 감정을 드러내기 시작한 뒤로는 광포한 폭도로 돌변해 줄기차게 분노를 쏟아내고 있었다. - 105
하지만 그녀의 목에서는 거친 소리만이 희미하게 새어나왔다. 누군가가 차가운 두 손으로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기 때문이다. 그는 본모르 영감이었다.
…
그는 오래도록 비참한 삶을 이어온 끝에 얼이 빠지고 굶주림에 취한 듯 보였다. 그런데 어떤 해묵은 원한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불현듯 반세기 동안의 체념 상태에서 깨어난 듯했다. 그는 오랜 세월 광부로 살아오는 동안 갱내 가스와 붕괴 사고의 위험 속에서 열 두 명의 동료를 죽음에서 구해냈다. 그리고 이 순간,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강력한 충동에 이끌려 젊은 여인의 새하얀 목덜미에 홀린 듯 그녀의 목을 졸랐던 것이다. 그는 오늘 또다시 말문을 닫고 불구의 늙은 짐승 같은 얼굴로 손끝에 힘을 주면서 아득한 시절의 추억을 반추하는 듯했다. - 113
운 나쁘게도 하필 그 시각에 그곳에 있게 된 카트린은 몇 발짝 떨어진 눈앞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폭력 행위를 지켜보며 망연자실했다. 그동안 고통받은 것으로는 부족한가? 대체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불행이 이토록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걸까? 그 전날까지만 해도 카트린은 파업을 하는 사람들의 분노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처럼 이미 충분히 불행한 사람은 더이상의 불행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증오를 쏟아내고 싶은 욕구에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 213
- 에밀 졸라, <제르미날 2>, 문학동네
감정이 없어서도 아니고
생각이 없어서도 아니고
살려고
그냥 새끼들 건사하며 살려고
억울해도 말하지 못하고
슬퍼도 참아야만 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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