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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리어왕>을 읽고

순돌이 아빠^.^ 2022. 4. 9. 20:57

https://youtu.be/DPegnyLDBXI

<리어 왕>은 셰익스피어의 비극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인공들이 죽었으니 비극이라고 하겠지만…그냥 기쁘다 슬프다 뭐 그런 것보다는…

 

다 읽고 나면 절로 ‘하~~~’ 하는 탄식 같은 것이 나옵니다. 

 

인간의 삶이란 게 정말 이런 건가 싶고…그렇습니다. 

비극(悲劇)이니 슬프고 안타까운 사건에 관한 것이겠거니와, 

비悲자가 마음 心자를 뿌리에 두고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비극인 것은 우리의 마음이 아프고 고통스럽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부와 권력의 상실이 아니라 소중한 것을 읽고 슬피울다 쓰러지는 것이지요

 

리어의 슬픔과 눈물은

저 맑게 비어 있는 봄날의 하늘을 다 채우고 남을 것 같습니다

셰익스피어, <리어왕>, 동서문화사

 

리어 왕

대체 너희들 중 누가 제일 이 아비를 사랑하고 있는지 말해 봐라. 나에 대한 사랑과 효성이 제일 큰 딸에게 나는 제일 큰 몫을 주겠다. - 246

 

코델리아

아버님, 아버님은 저를 낳으시고 기르시고, 그리고 사랑해 주셨습니다. 그 은혜의 보답으로 저는 당연히 할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아버님께 복종하고, 아버님을 사랑하며 그 누구보다도 공경합니다. 언니들은 오직 아버님만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왜 시집을 갔을까요? 아마 저는 결혼한다면, 저의 맹세를 받아줄 남편을 위해 저의 애정과 심로와 의무의 절반을 바치게 될 것입니다. 언니들처럼 오직 아버님만을 사랑하려면 저는 결혼 같은 건 하지 않겠어요.

리어 왕

어린 나이로 어찌 그렇게 냉정할 수가?

 

코델리아

어리가 때문에 이렇게 정직한 것입니다.

 

리어 왕

좋다. 그러면 그 정직을 네 지참금으로 삼아라!

너는 정직이라는 자만심을 지참금 대신으로 가지고 시집을 가려무나. 

리어 왕

활은 당겨졌으니, 화살에 맞지 않게 하라

 

켄트

차라리 쏘십시오. 그 활에 제 심장이 뚫리는 한이 있더라도 저는 물러서지 않겠습니다….왜 이러십니까? 국왕이 아부에 국복할 때 충신이 간언하기를 두려워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임금이 어리석은 행동을 하면, 명예를 존중하는 신하라면 진언을 아니할 수 없습니다

제 판단이 틀렸다면 목숨을 내놓겠습니다만, 막내따님은 절대로 효심이 뒤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목소리가 낮아 쩡쩡울려 대지 않는다고 해서 진심이 비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 248-250

 

코델리아

(리어 왕에게) 폐하께 부탁드립니다…제가 마음에 없는 말을 술술 잘 꺼내지 못하는 것이 흠일지 모르지만, 저는 마음에 생각한 것은 반드시 실행을 합니다...제가 아버님의 총애를 상실한 것은 결코 악덕의 오명, 살인 또는 망측한 과오 때문이거나 음탕한 짓, 혹은 불명예스런 행동 때문이 아니라, 그저 남의 안색을 살피는 눈이나 아첨하는 혓바닥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이 없어서 아버님의 역정을 샀을지라도 그런 것은 없는 편이 오히려 인간으로서 훌륭하다고 생각됩니다.

프랑스 왕

단지 그런 이유입니까? 마음먹은 것을 말하지 않고 실천하는, 말수가 적은 천성 때문에? 버건디 공작, 공작은 이 공주께 뭐라고 답변하시겠습니까? 사랑이 본질과 떠나 타산적이면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닙니다. 결혼을 하시겠습니까? 공주님의 지참금은 오직 훌륭한 인품뿐입니다. 

코델리아

안심하세요, 버건디 공작! 재산을 노리는 혼담이라면 저 역시 거절하겠어요.

 

프랑스 왕

아름다운 코델리아 공주, 당신은 가진 것이 없어도 가장 부유하고, 버림받았어도 가장 소중하며, 멸시를 받았어도 가장 사랑스러운 분입니다. - 252

 

코델리아

가면은 때가 되면 벗겨지게 마련이에요. 나쁜 일은 아무리 감추어도 언젠가는 반드시 드러나고 마는 법이니까요. - 253

 

글로스터

기품이 있고 충실한 켄트가 추방당하다니. 그의 죄는 단지 정직함이란다! - 259

 

에드먼드

형은 자기가 남에게 나쁜 짓을 안 하니, 남을 의심하지 않거든. 그의 고지식함을 이용하면 내 계략은 쉽게 진행되어 간다! 일은 다 된 셈이지. 혈통으로 안 된다면 꾀라도 부려 영지를 차지해야겠다. 목적을 위해서 수단을 가릴까보냐. - 260

 

광대

진리는 개와 같으니 정직한 개는 개집으로 쫓겨 가 매만 맞아야 하고, 아첨쟁이 암캐는 따뜻한 난롯불 옆에 누워서 방귀만 끼고 있거든요 - 266

 

광대

돈이 탐이 나서 굽실거리며

겉으로만 부하인 척 따르는 놈은,

비라도 내리면 보따리 싸니,

주인만이 혼자 남아 흠뻑 젖는다

그러나 나는, 광대는 이대로 남아 있겠다.

똑똑한 놈은 달아난대도.

달아나는 악당은 바보가 돼도,

광대는 절대로 악당이 안 된다. - 290

 

리어 왕

이렇게 밀어닥치는 폭풍우에 흠뻑 젖은 것이 너에게는 대단한 일로 생각되는가 보군. 네게는 그럴 테지. 하지만 사람이란 큰 병을 앓고 있으면 작은 병은 느껴지지 않는 법이지. 곰을 보면 누구든지 도망치지만, 앞에 파도치는 바다가 가로막고 있으면 으르렁대고 있는 곰에게 대적할 것이다. 마음에 고민이 없을 때는 육체의 고통이 예민하게 느껴지지. 내 가슴속에는 폭풍우가 일고 있기 때문에 육체는 아무 감각도 없다. 이 가슴을 치는 소리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 306

 

리어 왕

헐벗고 불쌍한 가난뱅이들아, 지금 너희들이 어디 있든 간에 이런 무자비한 폭풍우에 시달리며, 머리를 넣을 집도 없이, 굶주린 배를 안고, 구멍 난 누더기를 걸치고 어떻게 험한 날씨를 감당하느냐? 아, 나는 이제까지 너무도 무심했다. 영화를 누리고 있는 자들이여, 이걸 약으로 삼아라. 폭우에 시달려 보고 가난뱅이들의 처지를 경험해 봐라. 그러면 너희들도 남는 것을 그들에게 나눠 주고, 하늘의 정의를 보여주게 될 것이다. - 306

 

에드거

지체 높은 어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고통을 당하는 것을 보니, 나의 불행 따위는 원망할 수도 없는 것 같구나. 남들이 안락하게 지낼 때, 자기 혼자만 고통을 받는 것이 제일 고통스럽지. 허나 슬픔에도 동료가 있고 고통에도 친구가 생기면 마음의 고통도 한결 수월해지지. 지금은 내 고통도 가벼워져서 견디기 쉽게 된 것 같구나. 나를 굽히게 하는 것이 국왕의 고개도 수그리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국왕은 딸들 때문에! 나는 아버지 때문에! - 316

 

에드거

차라리 이렇게 경멸당하고 있는 것이 입으로만 간사하게 아첨을 받고 속으로는 항상 조소당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곤궁에 빠지고 운명에 버림받아 천한 역경에 처하면, 항상 희망은 있어도 두려운 것은 없어. 슬퍼할 것은 가장 좋은 처지에서 몰락하는 경우다. 역경의 밑바닥에 떨어지면 다시 웃음이 돌아오는 법이지. 바람아 불어라. 너는 내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데 내 몸에는 느껴지는구나. 너로 인해 불운의 구렁으로 떨어진 불쌍한 몸이지만, 네가 아무리 불어와도 이젠 하나도 무섭지 않다. - 322

 

글로스터

얘, 이 돈주머니를 받아라. 너는 하늘의 재앙을 달갑게 여기고 모든 불운을 잘 참아 견디고 있구나. 

예전에는 잘 몰랐었는데, 내가 불행해지고 보니 그만큼 너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졌구나. 하늘이시여, 언제나 그렇게 공평하게 처리해 주십시오!

한껏 쓰고도 남을 만큼 가지고 있고 게다가 포식을 하고, 신의 뜻을 자기의 노예인 양 생각하고, 자기가 느끼지 않는다 하여 남의 가난을 돌보지 않는 자에게는 당장에 당신의 위력을 보여주십시오! 그러면 분배는 과잉이 없이 골고루 돌아갈게 되고, 그렇게 되면 모두가 풍족하게 될 것이니까요. - 324

 

리어 왕

농부의 개가 거지를 보고 짖는 것을 본 일이 있지?

 

글로스터

네 본 일이 있습니다

 

리어 왕

그런데 그 거지는 개를 보고 달아났지? 거기에 권력이라는 것의 위대한 모습이 있는 거야. 개라도 직책이랍시고 짖으면 사람이 복종한다. 

되지 못한 순찰꾼, 그 잔학한 손을 가만 두거라. 왜 그 창녀를 매질하는 거야? 네 등을 치려무나. 창녀라 해서 매질하고 있지만, 너 자신이야말로 계집을 사고 싶어 흥분하고 있지 않느냐. 

고리대금업자가 사기꾼을 교수형에 처하는군. 

누더기의 뚫어진 구멍으로는 조그만 죄악도 들여다 보이지만, 법복이나 털가죽 외투면 모든 것이 다 감춰진다. 죄악에 금으로 만든 갑옷을 입혀 봐, 법의 날카로운 창도 들어가지 못하고 부러진다. - 339

 

글로스터

너는 누구냐?

 

에드거

보잘 것 없는 사람입니다. 운명의 매질에 갖가지 뼈아픈 슬픔을 경험해 왔기 때문에 남의 불행에도 동정을 잘 합니다. 손을 주십시오. 쉬실 곳에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 342

 

에드거

나는 너를 잘 안다…악당이었으나 충성을 다한 놈이었지. 네 주인아씨의 나쁜 짓을 위해서는 충실하기 이를 데 없는 놈이었지. - 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