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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 하네케, <해피 엔드>를 보고

순돌이 아빠^.^ 2022. 8. 8. 11:48

오랜만에 미카엘 하네케의 영화를 보려고 틀었습니다. 한 번 보고 나니 여운이 깊게 남더라구요. 장면 장면이 계속해서 다시 떠오르고…

 

뭐랄까…정신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고 사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했습니다. 

자극적인 장면은 별로 없는 영화입니다. 그럼에도 장면 장면이 참 묵직합니다. 

 

그 장면 장면에 담긴 의미를 다시 찾아보려고 한 번 더 봤습니다. '역시 이런 의미였구나' 싶은 순간이 여럿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간으로 산다는 게 참…싶었습니다. 

 

그냥 배 부르게 밥 먹고, 누구한테 두들겨 맞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행복하고 평안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왜 우리는 삶의 의미를 찾고, 누군가의 사랑과 인정을 기다리는 걸까요.

 

꼭 누구의 책임이라거나 누구 때문이라고도 하기 어려운 인간의 외로움이나 좌절감, 무기력, 혼란 등등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영화를 소개하는 글에 이런 게 있어요.

 

‘척’하고 사는 게 우리뿐이야? 프랑스 칼레 지역의 부르주아 ‘로랑’ 가문에 어린 소녀 ‘에브’가 다시 일원으로 합류한다. 조용히 가족들을 관찰하던 ‘에브’는 부족할 것 없어 보였던 이들의 비밀을 하나둘 알게 되는데…

 

척하고 산다…어찌보면 그렇게 보일 거에요. 아니 어쩌면 ‘겉으로 보면’일지도 몰라요.

집은 커서 사람을 찾으려면 이 방 저 방 다녀야 해요. 딸은 회사 사장, 아들은 병원 과장이니 사회적 지위는 꽤나 높겠지요. 한마디로 돈 많고 잘나가는 집안인 거에요.

 

집 한 켠에 아랍계 부부가 살면서 집안일과 심부름을 하고 있어요. 프랑스 백인과 모로코계 노동자들이 대비되네요.

근사한 잔치에 아프리카 출신의 흑인들이 나타나요. 하얀 행사장에 하얀 옷을 입고 하얀 식탁에 앉아 고급스런 음식을 먹고 있는 백인들 앞에 갑자기 나타난 흑인들.

 

‘보코하람’을 피해서 왔다고 하니 그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그 흑인들에 비해 이 백인들이 얼마나 안전(?)하게 살고 있는지가 보여지네요. 

할아버지 생일 잔치에 음악 연주도 해요

아무튼 겉으로, 부러운 눈으로 보면 이들의 삶은 완벽(?)해요.

 

그런데 그들의 마음 속으로, 그들의 마음을 공감하며 느껴보면 상황은 겉보기와 많이 달라요. 

 

자살 충동, 우울, 불안, 분노가 넘쳐나지요. 

해피 엔드…어떻게 사는 것이 우리를 행복한 삶의 끝자락으로 이끌어 줄 수 있을까요

 

영화를 보고 라디오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들으며 순돌이와 산책을 했어요. 세상의 모든 음악 방송 시간이 저녁 6시부터 8사이에요. 해가 어눅어눅해질 때지요.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음악을 들으며 순돌이와 산책하는 그 순간이 제게는 삶의 큰 위안이고 기쁨이에요. 때로는 내 삶의 마지막이 이와 같았으면 할 때도 있어요. 

 

고요한 가운데

아름다운 것들에 감동을 느끼며

소중한 존재와 함께 길을 걷는 그 순간.

https://youtu.be/pPAGH0AT-os?list=PLPMuWfmdclp8jIklkAtuZCkNMpPrPZ9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