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보건 기구의 보다 포괄적인 정신건강에 대한 정의에 따르면, “개인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일상의 스트레스에 대처할 수 있으며,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고,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웰빙 상태”다. 이 정의는 정신건강이 정신 질환의 부재가 아니라, 긍정적인 무엇이 있는 상태라는 긍정심리학자의 신념을 지지한다.
- Shane J, Lopez 편, <긍정심리학4-인간의 번영 추구하기>, 학지사, 2011
긍정적인 무엇이 있는 상태라...
간절히 바라는 것
<시크릿 슈퍼스타>의 인시아는 노래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해요. 그런데 괴팍한 아빠가 가만 두질 않지요. 그래서 인시아는 얼굴을 가리고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기도 해요.
<와즈다>의 와즈다는 자전거를 타고 싶어해요. 그런데 문제는 이 놈의 세상이 여자는 자전거를 타지 못하도록 해놨네요. 웃기죠?
<스케이터 걸>의 프레르나도 마찬가지에요. 여자가 스케이트보드를 탄다고 난리에요. 심지어 아빠는 스케이트보드를 불태워버리기도 해요.
인시아, 와즈다, 프레르나의 공통점이 있어요. 여자라는 거, 남자가 아닌 여자에게는 하지 말아야 하고 지켜야 할 것들이 아주 아주 많다는 거 등등
그리고 이들의 공통점은 하고 싶은 게 있다는 거에요. 그것도 아주 간절히 하고 싶은 거.
주변 사람들이 윽박지르고, 세상이 손가락질을 하고, 커다란 두려움을 이겨내야 하는데도 꼭 하고 싶은 거요.
우린 지금 어떤 것에 간절할까요?
예술과 이해
예술 작품을 통해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위안을 얻기도 해요. 그리고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는 기회를 얻기도 하지요.
<스케이터 걸>에서 프레르나가 아버지를 도와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동안 동생 안쿠쉬는 학교에 다녀요. 왜 반대이지 않거나 둘 다 학교를 다니지 않을까요. 아마도 프레르나가 여자이고 안쿠쉬가 남자이기 때문이겠지요.
프레르나가 엄마에게 제시카가 런던에서 왔다고 해요. 그러자 엄마는 런던이 어디 있는 마을이냐고 해요.
tv도 없고 인터넷도 없고 책도 없고, 학교 다녀본 일도 없고 바깥 세상의 사람을 만나본 적도 없는 엄마에게는 런던이 그저 처음 들어본 인도의 마을 이름으로 여겨질 수도 있을 거에요.
엄마가 프레르나를 낳을 때 건강이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의사가 임신이 위험할 수 있다고 했겠지요. 그래도 엄마는 또 임신을 했어요. 아들을 낳기 위해서.
하루는 엄마가 아빠에게 아주 아주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요. 집안 형편도 어렵고 빚만 자꾸 쌓여가니 돈벌이 일을 하러가겠다고. 그러자 아빠가 밥그릇을 집어던지며 난리를 피우지요.
니가 일을 나가면 동네 사람들이 날 보고 뭐라고 하겠냐고. 식구들도 먹여 살리지 못하는 못난 놈이라고 하지 않겠냐고.
엄마와 안쿠쉬가 사원에서 기도를 할 때 프레르나는 밖에 있었어요. 안퀴쉬가 물어요. 누나는 왜 안 들어왔냐고. 그러자 프레르나가 말해요.
배가 아파서
정확한 설명은 없었지만 아마도 생리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겠지요. 그런데 왜 생리하는 인간은 사원에 들어가면 안되는 걸까요. 생리는 더럽다거나 불결하다고 여기기 때문이겠지요.
이런 이상한 규칙을 만든 건 아마도 생리를 하지 않는 남성일 가능성이 높지 않았을까요? 오줌 누는 인간은 되는데 생리하는 인간은 안 된다는 이상한 규칙.
프레르나는 자신의 정확한 나이를 몰라요. 대충 10대 중반쯤으로 보여요. 그리고 아버지는 프레르나를 결혼 시켜요. 프레르나의 친구 가운데는 이미 아기를 가진 경우도 있구요.
10대에 부모가 바라는대로, 부모가 정해준 사람과 결혼을 하는 거지요.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는데도 말입니다. 엄마가 그랬듯이.
프레르나가 하루는 들판을 헤매고 있는 염소를 집으로 데려와요. 그리고 제가 순돌이를 좋아하듯 염소를 아주 아주 예뻐해서 끌어안고 그래요. 그런데 어느날 집에 와 보니 염소가 없어요. 팔았는지 먹었는지 모르지요.
여자애 따위기 뭔가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아무런 관심도 상관도 없다는 거에요.
함께 하는 사람들
그래도 프레나르에게는 그녀의 꿈과 인생을 응원하고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요. 한밤중에 함께 스케이트보드를 타러 나가는 안쿠쉬가 그렇지요.
<시크릿 슈퍼스타>에서는 엄마와 샤크티가 그런 사람이에요. <와즈다>에서는 엄마와 압둘라가 그런 사람이구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에게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 있듯이 말이에요.
세상 모든 일 혼자 다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기 쉽지 않잖아요.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 꼭 나약하다거나 무능력하다는 걸 말하는 것도 아니구요.
안쿠쉬 같으면, 다른 것 다 필요 없고 그냥 어릴 때부터 함께 놀고 웃으며 살아왔던 누나가 좋으니까 뭐든 도우려 했을 거에요.
<시크릿 슈퍼스타> <와즈다>의 경우 엄마는 딸을 사랑할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하지 못했던 것을 딸이 할 수 있으면 싶을지도 모르지요.
꿈을 꾸고, 하고 싶은 것을 찾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고, 크게 웃기도 하는 그런 삶을.
우리도 마찬가지겠지요. 우리가 뭔가 꿈을 찾고 간절히 바라는 것을 향해 나아가려 하면 그런 우리를 응원해주고 격려해주고 도와주려는 사람이 있을 거에요.
꿈을 이루는 것도 소중하고, 또한 그 과정이 중요한 것은 이런 사람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일테구요.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우리에겐 얼마나 큰 위안하고 안심일까 싶어요
한 사람의 마음이 또다른 세상을
제시카의 할아버지는 갑자기 아버지를 잃은 제시카의 아버지를 도와줬어요. 그래서 엄마도 만나고 제시카도 낳았지요.
제시카는 아빠가 어릴 적 살았던 마을로 여행을 왔어요. 그리고 프레르나를 만나 스케이트보드를 탈 수 있도록,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줬어요. 영국에서 날라온 좋은 제안조차 거절하면서까지.
프레르나는 물론 다른 아이들에게도 새로운 즐거움이 생겼어요. 마을 한켠에 스케이트보드 공원도 생겼구요. 아이들이, 여자 아이들까지 깔깔대며 웃고 떠들고 놀아요. 카스트가 다르다는 이유로 함께 놀지 못하던 아이들도 함께 놀게 되었구요.
학교 교사도 동네 경찰도 처음에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뭔 이런 일이 있나 싶었겠지만, 또 금방 새로운 것들에 적응을 했을 거에요. 오랜 세월 늘 그대로일 것만 같았던 마을에 새로움이 생겨난 겁니다.
프레르나가 쉽게 포기했더라면 어땠을까요. 아빠가 하지 말라고 한다고, 가파른 경사를 타고 내려가기가 무섭다고 말이에요. 그랬으면 영국에서 온 이상한 여자가 잠깐 일으켰던 별난 사건쯤으로 끝났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한 사람의 의지와 용기가 자신의 삶은 물론이고, 주변의 친구들과 동네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주었어요. 있던 것들이 바뀌고, 없던 것들이 생겨난 거지요.
하루아침에 천국이 펼쳐지진 않더라도, 그렇게 작은 변화들이 쌓여서 사람도 변하고 세상도 변하는 거겠지요.
저는 어릴 때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는 거 아니다'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얘기가 아주 고리타분하고 어이없는 말이 되어버렸어요.
이 또한 누군가의 한 마음에서 변화가 시작되었고, 그것이 오래 널리 퍼진 결과겠지요.
하루 또 하루 새롭게 한다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는 말이 있어요. 가운데 또 우又를 써서 말이에요.
한 사람이 새롭게 하고, 또 한 사람이 새롭게 한다는 뜻으로 일신우일신一新又一新을 말하고 싶네요.
또又 또 又 또又...계속...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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