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참 좋은 작품이었어요.
먼저 화면에 펼쳐지는 영상이 참 좋았어요. 바람부는 바닷가에서 주인공인 플로렌스가 책 속의 이야기에 잠겨 있는 모습부터 마을 풍경과 책방의 모습 등등.
뭐랄까 색감이라고 할까요, 아니면 분위기라고 할까요.
플로렌스의 모습이나 표정과도 닮은 그런 풍경이 참 좋더라구요.
얼마전에 오랜만에 영화관에 가서 탑건을 봤어요. 재미 있었어요. 큰 화면에 비행기가 슈웅 슈웅 날아다니고 소리가 제 귓가에서 울리는 게 정말 실감 나더라구요.
기회가 된다면 이 영화도 영화관에서 보면 좋겠어요. 바람 소리, 파도 소리, 빗방울 소리 그리고 플로렌스의 목소리까지 다시 느껴보고 싶어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저는 책 읽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것도 좋아하구요.
저도 플로렌스와 비슷한 꿈을 꾼 적이 있어요. 조용한 마을에서 작은 책방을 하며, 책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며 살고 싶다는…아마 저만 그런 건 아니지 싶어요 ^^
그렇게 책을 읽어서 뭐할 거냐구요? 뭘 하긴요. 그냥 좋은 걸요 ^^
플로렌스가 바닷가 작은 마을에 책방을 연다고 하니 여러 사람들이 조언이나 충고 같은 걸 하지요. 그 ‘사업’이 잘 되겠냐구요.
물론 사업이긴 해요. 그런데 플로렌스에겐 사업이기도 하고,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기도 해요.
돈도 안 되는 일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돈이 되진 않아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는 거지요 ^^
용기
플로렌스는 혼자 살아요. 오래된 낡은 집에서요. 책을 통해 만난 남편이 있었는데 여러해 전에 죽었어요.
혼자 사는 여자가 시골 마을에서 사업을 한다? 동네 사람들의 반응이 썩 호의적이진 않아요. ‘너 같은 게 뭘 한다고?’인 거겠지요.
게다가 혼자 살고 있는 브런디쉬의 집을 방문한다고 하니까 벌써 좋지 않은 이야기들이 돌기 시작해요.
다른 건 없어요. 그냥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만나는 데도 말입니다.
거기에 더해 힘 있고 돈 많은 귀부인 가맛은 플로렌스의 일을 방해해요. 책방 자리에 문화 센터를 만들겠다면서요.
참으로 웃기는 일이에요. 문화 센터art center를 만들겠다며 책방을 없애버리다니.
영화에 art라는 대사가 몇 번 나오는데…참 언짢더라구요.
뭐랄까요…있는 것들이 내세우기 좋아해서 문화니 예술이니 문학이니 떠들어대는 것 같아서요.
화려함과 거들먹거림 속에 감춰진 허세와 공허함이랄까…
아무튼 그런 수근거림과 비아냥과 깐죽거림과 괴롭힘 속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플로렌스의 용기가 대단한 거지요.
‘미망인widow’이라는 명찰을 등짝에 크게 붙이고 다니는 사람이 말입니다.
교감과 공감, 떨림과 끌림
이 영화에서 제게 가장 큰 인상을 남긴 것은 플로렌스와 브런디쉬의 관계에요.
플로렌스가 책방을 열기 전에는 거의 교류할 일이 없는 두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책을 통해 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지요.
큰 바다에 떠 있던 2개의 섬이 서로 만났다고 해야 할지…책을 읽고 생각하는 걸 좋아하지만 그걸 나눌 사람이 없던 그들에게 드디어 교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긴 거지요.
그 반가움이나 기쁨, 설렘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서로에게 떨리고 끌리는 느낌을 뭐라고 할 수 있을지…
저라도 그랬을 것 같아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함께 느끼고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눈이 번쩍 뜨이고 귀가 솔깃하며 가슴이 쿵쾅거리지 싶어요.
그러니까 거의 집 밖을 나서지 않던 브런디쉬가 플로렌스를 위해 길을 나서게 되었을 거구요.
성공과 실패
누군가 보면 플로렌스는 결국 실패한 거에요. 가맛의 큰 공헌(?)으로 책방이 문을 닫았으니까요.
그런데 또 누군가 보면 플로렌스는 큰 것을 얻었어요.
가맛이 그토록 브런디쉬의 인정을 받고 싶어 했지만, 인정은 커녕 욕만 쳐먹었어요. 플로렌스를 소중히 여겼던 브런디쉬가 가맛의 행동거지에 크게 화가 났으니까요.
플로렌스는 책방을 잃었지만 브런디쉬라는 훌륭한 한 인간과의 소중한 인연이 마음에 남게 되었어요.
또 누군가에게는 그냥 동네 꼬마일뿐인 크리스틴도 떠나는 플로렌스를 위해 선물(?)을 남겨요. 오랜 세월동안 플로렌스를 기억하고 생각했던 것도 크리스틴이구요.
그러고보니 굳이 뭐가 성공이고 실패냐 말하고 싶지 않네요.
우리 삶의 한 모습인 거겠지요.
큰 것을 잃었지만
또한 큰 것을 얻게 되는
큰 것을 놓쳤지만
또한 큰 것을 남기게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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