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aljazeera.com/news/2022/9/10/afghan-girls-protest-school-closure-in-eastern-city
아프가니스탄 탈리반이 여학생 다니는 학교는 문을 닫으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여성들이 시위를 하기도 하구요.
한국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국가가 여성은 학교에 다닐 수 없게 한다거나, 여성들이 학교에 갈 수 있게 해달라고 시위를 하다니.
학교에 간다는 것은 단순히 수업에 들어간다는 것 이상을 말할 겁니다.
집에서 배우지 못하던 스포츠나 미술을 배울 수도 있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들어볼 수도 있고, 경제나 환경이 왜 중요한지를 배울 수도 있을 겁니다.
학교 교사나 다른 학생을 보면서 '아하 저런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 '아하 여자가 저렇게 살 수도 있구나'라는 걸 느낄 수도 있구요.
저는 중학교에 들어가서 처음 a b c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지금 아주 작게나마 영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세상을 좀 더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중학교 때 처음 음악 선생님이 방학 숙제로 클래식 음악 듣기 숙제를 내주셨지요.
그게 인생에서 처음 제 손으로 라디오 주파수를 돌려 클래식 음악을 들어본 계기가 되었구요.
이 여성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 보내게 될 겁니다.
동반하는 남성이 없으면 외출조차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니까요.
그러니까 학교에 간다는 것은 친구뿐만 아니라 가족 아닌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됩니다.
만약 이 여성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다면 배움, 만남, 경험 등등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집 밖을 나서는 게 불가능하거나 편치 않은 상황인데 학원이나 스포츠센터에 갈 수도 없을 거구요.
학교라는 것이 세상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곳이어서가 아니라
현재 상황에서 학교라는 곳이 그나마 집이나 가족 밖의 세상을 만나는 큰걸음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저는 하루종일 집에서만 지내는 여성들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특별한 날 남편과 함께 친척집을 방문하는 거 아니면 장보는 것조차 아들에게 시키는 여성들입니다.
많은 한국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그렇다고 그 여성들이 집에서 가만히 앉아 숨만 쉬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그만큼 외출이나 사회적 활동에 제약이 많다는 거지요.
글과 책을 읽을 수 있고, 덧셈과 뺄셈을 할 수 있고, 지도를 볼 줄 알고,
기계 작동이나 자연 현상, 인체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모르고는 살아가는 데 아주 큰 차이를 만듭니다.
또 학교에 가서 무언가를 배우고 자신이 좋아할만한 것을 찾아 삶의 새로운 길을 열 수도 있지요.
더 배우기 위해 진학을 할 수도 있고 직업을 가질 수도 있구요.
누구집 딸로 자라 어느집 마누라와 며느리로 살다 죽는 것이 세상의 전부가 아닐 수도 있는 거구요.
여자는 남자 교사가 아닌 여자 교사한테만 배워야 한다는 게 현재 아프가니스탄 탈리반의 정책입니다.
그러면서 여자는 초등학교까지만 다닐 수 있다고 합니다.
결국 여자는 대학에 갈 수 없으니 교사가 될 수 없고, 여성 교사가 없으니 여성은 학교에서 배울 수 없게 되는 거지요.
왜 이렇게 여성들에게 적대적입니까? 그들의 심리 상태가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집단적으로 이상 심리 상태에 빠져 있는 게 아닐까요.
여성은 여자 의자에게만 진료를 받으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자는 대학에 갈 수 없으니 의사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여성은 어떻게 진료와 치료를 받습니까?
여성이 학교에 가고 직업을 가질 수 있느냐 없느냐는 그들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거지요.
책이나 자료를 찾아보면 20세기의 많은 시간동안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직업을 가지고 대학을 다니고 청바지를 입고 여성들끼리 거리를 걸어다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996년 탈리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탈리반이 여성들에게는 유독 강한 억압 정책을 펼쳤지요. 머리부터 발까지 온 몸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고 다니라고 했구요.
2001년 미국을 비롯한 연합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자 또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여성들의 사회 활동이나 교육 등의 기회가 많이 넓어졌지요. 여성이 학교를 갈수도 있었고 직업을 가질 수도 있었고, 국회나 정부에 진출해서 일을 하기도 했지요.
그러다 2021년 다시 탈리반이 권력을 장악하면서 여성들의 삶은 또 급변했습니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누가 권력을 잡느냐에 따라 이렇게 상황이 바뀌는 분야가 또 있을까 싶을정도입니다.
여성 혼자서 또는 여성들끼리 길을 걸어간다는 것이 중요하게 얘기된다는 것 자체가...
1996-2001년 탈리반 집권기가 최악이었다면, 2021년 다시 그 시간 속으로 들어간 셈이지요. 여자는 학교니 직업이니 뭐니 할 것 없고 그저 집안일 하고 섹스하고 애 키우는 역할만 해야 된다고 강요하는 시간입니다.
또다시 변화의 시간이 올 수 있을까요? 또다시 예전처럼 보다 자유롭고 보다 많은 삶의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올까요?
예전에도 그랬다면 앞으로 또다시 그 시간이 오지 말라는 법은 없겠지요.
다만 언제 어떤 모습으로 그 시간이 찾아올지 지금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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