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대통령 선거를 얼마 앞두고 김건희가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자신의 학력위조, 허위경력, 주가조작 등이 하도 문제가 되니 사과를 한다는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그날 참 이상했던 건…사과를 하는 자리라고 하는데 정작 당사자는 사과를 한다기보다는 뭔가 그 자리를 즐기는듯한 분위기였습니다. 말하는 내용을 글자로만 보면 사과인 것도 같기는 한데, 표정이나 말투가 전혀 다른 거지요.
만약 제가 똑같은 상황에 처했으면 정말 쪽팔리고 제 자신이 싫어서 죽고 싶었을 거에요. 말도 잘 안 나왔을 것 같은데..
오히려 김건희는 말도 여유롭게 하고 적잖게 웃음도 보이더라구요.
관종?
범죄자들의 심리를 다루는 <마인드헌터> 시즌 2 9화의 이야기에요. 흑인 아이 수십 명이 실종, 살인되는 거에요. 오랫동안 잡히지 않던 용의자 한 명을 찾게 되지요.
그런데 어떻게 된 건지 경찰이 발표도 하지 않은 용의자 웨인의 신원이 흘러나가서, 그의 집 앞에 온갖 언론사들이 모여드는 거에요.
만약 우리가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온 세상에 내가 살인자라는 게 알려지게 되었으니 어디 지하로 숨거나 기자들을 피해 몰래 어디론가 도망을 가겠지요.
그런데 웨인의 반응은 정말 뜻밖이에요. 자기가 직접 걸어 나와서 집 앞에 죽치고 있던 기자들에게 자신의 이력서라며 종이를 나눠줘요. 그러곤 안으로 들어가서 인터뷰를 하자고 해요.
한 경찰이 이런 말을 해요.
다재다능한 예술가가 1면에 실리는 방법을 아네요.
심지어는 자신이 움직이면 온갖 기자와 경찰이 따라 움직일 거라는 걸 뻔히 알면서 일부러 시장 집 앞에 찾아가서 시장한테 큰 소리를 치지요. 물론 기자들은 이 과정을 촬영해서 방송하구요.
관심, 어떤 것이든
우리로서는 참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에요. 왜냐하면 내가 정말 살인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용의자로 이름과 얼굴이 알려지는 게 정말 싫을 거잖아요.
나를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모두 나를 살인자라고 할 거구요.
그런데 왜 웨인은 자기가 나서 수많은 기자 앞에 얼굴을 보여주는 걸까요?
관심받고 싶어서?
우리 같으면 아무리 관심도 좋지만 그런 식의 관심은 싫을 거에요. 기자들이 몰려올 테니 광화문 네거리에서 한 시간 동안 엉덩이로 이름 쓰기를 하라고 하면 하겠어요?
보통 우리가 바라는 관심은 그래도 뭔가 따뜻하고 편안하고 즐거운 어떤 긍정적인 관심 뭐 그런 거잖아요.
인도의 성폭행 사건을 다룬 <델리 크라임>에 보면 한 용의자가 경찰을 피해 도망을 가는 장면이 나와요.
그러자 경찰이 큰 소리를 말해요. 지금 도망가면 너네 엄마와 동네 사람들한테 니가 강간범이라는 걸 다 말해버리겠다고.
그러니 그놈이 순순히 경찰 시키는 대로 하지요. 제발 엄마와 동네 사람들한테 말하지 말라고.
그렇게 우리는 누군가 우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그런데 세상에는 우리와 다른 정신의 세계를 가진 사람도 있을 거에요.
‘관심’이라는 것에만 꽂혀서 그것이 부정적인 것이든 긍정적인 것이든 중요한 게 아니에요. 관심만 받으면 좋은 거지요.
그리고 관심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게 남들이 좋아할 만한 일이든 아니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기분 좋은 경험
윤석열과 김건희의 공통점은 힘과 권력을 추구하다는 데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이들의 차이점은 윤석열은 술을 갈망하는데 비해 김건희는 사랑을 갈망하고 있는 건 아닐지…정확한 거야 알 수 없지만…
김건희의 허위경력이 문제가 되자, 김건희는 이에 대해 ‘돋보이려 그랬다’라고 했지요.
우리도 누군가에게 돋보이기 위해서 자신을 과장해서 말할 때가 있어요. 잘 알지도 못하는 것을 아는 것처럼 하기도 하고, 잠깐 경험해본 것을 아주 오랫동안 한 것처럼 말을 하기도 해요.
그런데 그게 어느 정도가 있어요.
어지간한 사람은 자신을 살짝 과장해서 말하는 정도지 김건희처럼 학력, 경력, 수상 내용 등 여러 수십가지에 대해 거짓말을 하지는 않아요. 게다가 가짜 서류를 만들어서 이용하지도 않구요.
먼저 양심에 걸리기도 하고, 또 처벌이 두려워서라도 그렇게까지 하진 않아요. 도덕적 비난이든 법적 처벌이든 말이에요.
그럼 김건희는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요?
대학강사 자리를 얻기 위해서? 그럼 대학강사 자리는 왜 필요했을까요?
돈이 필요해서? 사실 대학 강사를 해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시간당 강사료가 많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이미 가진 돈이 많아서 대학 때부터 그랜져를 끌고 다녔다는 얘기를 들은 것도 같고요.
학문에 정말 뜻이 있었으면 그런 식으로 학력 및 경력을 조작하지도 않았을 거고, 논문을 표절/복사하지도 않았겠지요. 표절이라는 것이 드러났는데도 학위를 굳이 유지yuji하려 않을 거구요.
그러면 혹시 김건희가 ‘돋보이려’ 했다는 말은 자신이 가진 문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자신의 진심을 드러낸 건 아닐까요.
돋보인다는 것은 관심을 받는다는 것이고,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사랑받는 것과 같은 어떤 느낌을 줄 수도 있으니까요.
예쁜 모델이 화려한 불빛을 받으며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처럼.
어떤 아빠가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하지요.
우리 00이는 줄넘기도 잘하고 시금치도 정말 잘 먹네. 아이 예뻐.
사실 아이는 줄넘기는 좋아하지만 시금치는 싫어했어요. 근데 시금치를 먹으니까 아빠가 자기를 좋아하더라는 거를 알게 되는 거지요. 그래서 다음부터는 아빠 앞에서 일부러라도 시금치를 열심히 먹은 거에요.
혹시 김건희에게도 그런 면이 있었을까요?
예를 들어, 자신이 대학교수가 아니면서도 어디 가서 자신을 대학교수라고 소개했더니 사람들이 ‘우와~’하면서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고 말을 걸고 호의적으로 대하는 거에요. 당연히 본인은 으쓱하거나 신났을 거구요.
그러면 그때부터 알게 되는 거죠.
아하! 내가 대학교수라고 하면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을 갖고 좋아하는구나
아이가 돈까스보다 시금치를 먹을 때 아빠가 나를 더 좋아한다는 거를 우연히 알게 되었던 것과 같이 이것저것 다른 직업을 내세우는 것보다 대학교수를 내세웠을 때 반응(?)이 더 좋다는 것을 경험했을 수도 있구요.
그렇게 해서 내가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이미지들을 만드는 거에요. 반응이 좋았던 걸들로. 예술가, 대학교수, CEO 등등.
이렇게 창조(?)한 이미지를 내세우면 사람들이 나를 무시하고 외면하기보다 내 앞에서 방긋방긋 웃고 다정하게 말을 하고 또 만나고 싶다고 하고…정말 기분 좋은 경험이 계속되는 거에요.
자 그러면 여기서 또 하나.
이미 예술가가 되고 대학교수가 되고 CEO가 되고, 심지어 자기 남편을 검찰총장까지 만들었는데 뭐가 더 필요했을까요.
이미 높은 위치에 오를 만큼 올랐고, 남들이 받지 못하는 관심이나 떠받듬도 많이 받았을 건데 말이에요. 왜 자기 남편을 대통령으로까지 만들었을까요.
물론 자기가 될 수만 있다면 자기 스스로가 대통령이 되려고 했겠지요. 아무튼.
갈망과 반복
윤석열은 살면서 술을 엄청 먹었을 거에요. 제가 추측하고 말 것도 없이 자기가 틈만 나면 술 먹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기회만 되면 술 얘기를 꺼내고 있어요.
저는 술을 먹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왜 그렇게 술을 많이 먹을까요?
어떤 육체적/심리적 갈망이 있는 게 아닐까요?
이런 상상을 해봤어요.
윤석열이 술을 마실 때 표정을 보면 아주 기분이 좋아 보여요. 어찌 보면 세상 온갖 근심 걱정 다 잊은 듯 하지요. 술이 이 사람의 기분이나 정신 상태를 크게 바꿔주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그렇기 때문에 늘 입에 술을 달고 사는 거겠지요. 술을 먹기 전과 술을 먹고 난 후에 큰 변화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한 번 그렇게 실컷 술을 먹고 나면 그 갈망이 사라지느냐는 거예요.
술을 잔뜩 먹고 나면 기분도 좋아지고 긴장도 풀리고 마치 딴 세상에 있는 것 같겠지요. 그러다 술이 깨고 나면 숙취와 피로가 몰려올 거에요. 그렇게 또 몇 시간이 지나고 나면 또 슬슬 술 생각이 떠오르는 건 아닌가 몰라요.
자신이 의식을 하든 아니든 윤석열이라는 한 인간 개체가 일정량의 술을 흡입하고 나면 정서나 감정의 상태가 바뀐다는 것을 학습/프로그램화 했어요.
그래서 혈중 알콜 농도가 어느 정도 이하로 떨어지면 다시 채워넣으라고 또 마시라고 뇌에 신호를 보내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요.
처음 술을 마셨을 때에야 소주 한잔, 맥주 500ml 정도였다가 점점 마시는 양이 늘어나고, 나중에는 어느 정도 혈중 알콜 농도가 채워지지 않으면 ‘한 잔 더, 한 잔 더’를 노래하게 되었던 건 아닌지 물어보고 싶네요.
아무튼 갈망은 계속되고 점점 커져요. 술 때문에 남들한테 비난을 받고 망신을 당해도 멈추기가 쉽지 않지요.
그냥 그렇게 사는 거지요. 한잔 더 한잔 더 하면서 말이에요.
멈추려고 해도 멈춰지지 않는 갈망의 반복? 점점 더 커져만 가는.
강렬하고 흥분된
살인범을 다룬 드라마 <더 폴>에서 체포된 폴이 자신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요.
폴 : 내가 경험하는 생각과 감정들은 당신이 환상이라고 부르는 그 이상의 것들이야. the thoughts, the feelings that i experience are way beyond anything that you could call fantasies.
소리도 색깔도 훨씬 더 선명하고 냄새도 훨씬 더 강하거든. sounds and colors are more vivid, odors more intense.
...
나를 둘러싼 세계는 사라지고 온전히 나만 존재하게 돼. the outside world means nothing, only the interior world is real.
상상할 수 없을만큼 강렬하고 흥분되지.it is utterly compelling, compulsive.
한번 이 느낌을 알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어. nothing can pull you back from the edge.
법, 규범, 도덕이나 종교적 가치에 어긋나고 죽음을 감수해야 하더라도 말이야.not laws or threats of punishment, morality, religion, fear of death.
무언가에 푹 빠지고 중독되면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요? 그것이 술이든 뭐든 중독이 되면 이 세계에서 저 세계로 오갈 수 있는 문이 열리는 걸까요?
그리고 저 세계는 나를 강하게 만들기도 하고 흥분되게도 하고 들뜨게도 하고 뭔가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주기도 하는.
그렇게 강렬하고 흥분되기 때문에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또 찾고 또 찾게 되는 걸까요?
남들이 보면 이미 충분한 정도도 아니고 차고 넘치는 것 같은데도 또 또 또.
경찰 깁슨이 말합니다.
깁슨 : 그 기분은 중독이야 다른 중독과 다를 바 없어.it's an addiction like every other.
중독은 그 행위를 끊임없이 유지해야 하지. it's an addition that needs to be fed.
중독은 당신을 노예로 만드는 거야. it's an addiction that enslaves you.
더 높이, 더 많이
가스라이터들에게 버림받는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없다. 그들에게 이것은 ‘자기애 손상’이다. 가스라이터에게는 결코 채워지지 않는 욕구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관심 욕구다. - 스테파니 몰턴 사카스, <가스라이팅>, 수오서재, 2021
내가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사회적으로 중요한 인물이 될수록 기자들은 나의 말하나 행동 하나 심지어 옷차림이나 장신구에 대해서도 사진을 찍고 기사를 쓸 거에요. 그리고 그걸 수십만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볼 거에요.
얼마나 즐겁고 떨리고 흥분되는 일이에요. 내가 그토록 바랬던 일들이 이제 드디어 비로소 이루어지는 거에요.
언론은 물론이고 세상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는 거에요. 그리고 나에게 대해서 말을 해요.
여사님은 정말 예뻐요
역시 커리어 우먼이라 패션 감각이 남다르시네요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으시다니 정말 마음씨도 고우시네요
드라마에서 직접 보여주지는 않지만 <마인드헌터>의 웨인은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저 봐 도대체 몇 명이야…방송기자 신문기자 할 것 없이 모두 왔네. 어~ 역시 CNN까지.
내가 텔레비전에까지 나왔네. 지금이 저녁 시간이니까 온 나라에서 수백 명이 내 얘기를 듣고 있는지도 몰라
내일은 뭘 해서 기자들을 끌고 다녀볼까. 그래 시장을 직접 찾아가서 따지는 장면을 만들어보자. 근데 옷을 뭘 입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보여요.
마치 알콜 중독인 사람이 ‘한 잔 더 딱 한 잔만 더’ ‘2차 가자, 3차는 기본이지, 4차 정도는 달려줘야지’ ‘오늘은 맥주 내일은 소주 모레는 보드카’ 하듯이.
사람이 술을 먹는 건지 술이 사람을 먹는 건지 알 수 없는 것처럼.
https://www.nocutnews.co.kr/news/5761936
관심과 주목을 받는데도 왜 채워지지 않을까요? 어쩌면 그 이유를 당사자가 더 잘 알고 있을지도 몰라요. 아니 알지는 못한다고 해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게 진짜 사랑이 아니라 사랑을 닮은 그 어떤 것일 뿐이라는 거. 그리 따뜻하지도 않고 깊지도 않고 쉽게 사라져 버릴 수도 있고 다른 목적을 위해 꾸며낸 것일지도 모른다는 느낌.
간절히 바래서 힘들게 얻었는데 그게 진짜가 아니라 가짜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래서 또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진짜 사랑을 찾고 찾고 또 찾아 나서는 건 아닐지.
사랑을 찾아서
관심과 사랑은 인간에게 쉽게 사라지지 않은 바램일 거에요. 크고 강하고 지속되는 갈망인 셈이지요.
그걸 얻기 위해서 누군가는 편안한 대화를 하고 서로를 쓰다듬기도 하고 상대를 보살피기도 해요. 편지를 쓰기도 하고 생일 선물을 준비하기도 하지요.
또 누군가는 그걸 얻기 위해 남들보다 높은 자리에 올라서고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바라볼 기회를 만들지요. 자신이 가진 권력을 좋지 않은 방향으로 사용하면서까지.
권력자가 자신의 채워지지 않는 사랑의 갈망을 채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순간에 사회적으로는 큰 위험/손해가 발생할 수 있을 거구요.
서로가 바라는 건 같은 건지도 몰라요. 다만 어떤 저떤 이유로 그걸 추구하는 방법이 달라진 거구요.
시지프스는 욕심이 많고 남을 잘 속였다지요. 그리고 신에게 벌을 받았대요. 무거운 돌을 산 정상으로 올리면 돌이 다시 굴러 떨어지고, 그러면 또 계속해서 돌을 올려야 하는.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이런 저런 것 다 떠난다면…관심과 사랑을 얻기 위해 권력을 추구하고...권력을 이용해 관심과 사랑을 추구하는 인간은…어쩌면 참 불쌍한 인간인지도 몰라요.
채워지지 않는 갈망 때문에 온갖 고생을 하지만 결국 이룰 수 없는 것을 쫓고 있는 셈이니까요.
콩 심은 데 콩이 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나지요
사랑이 깃듯 마음에서
사랑이 깃든 관심이 생길테구요
그리고 사랑이 깃든 관심은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고 그윽하게 채워갈 겁니다
그날 새벽 산 위에서 맞았던
새로운 빛처럼.
'지배.착취.폭력 > 지배.착취.폭력-여러가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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