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편입니다. ‘전혀’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집에 거울이 있기는한데 자주 보지는 않습니다. 잇몸에서 피가 나는 것 같거나 입술이 부르튼 것 같을 때 확인하려 보는 정도입니다.
머리를 감기는 하는데 잘 빗지는 않습니다. 1년에 한 두 번정도. 빗이 우리집에 있다는 걸 확인하는 정도? ㅋㅋㅋ
옷은 대체로 추리닝입니다. 차이라면…기온이 올라가면 좀 얇은 걸로 입고, 기온이 내려가면 좀 두꺼운 것을 입는 정도?
그러다 가끔 제 손이 예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냥 문득 문득.
피아노 건반 위에서 제 손이 움직일 때입니다.
어쩌다 제 마음에 드는 소리를 만들어냈다 싶으면 그렇게 손이 기특해 보일 수가 없습니다.
제게 만약 아이가 있다면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가장 큰 선물은 아름다운 것을 느끼고 아름다움 것을 창조해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는 겁니다.
문학이어도 좋고 미술이어도 좋고 음악이어도 좋습니다.
아름다움을 창조한다고 해서 꼭 대단한 예술가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들이 스케치북에 그리는, 남들이 보면 이게 도대체 뭔지 싶은 그 장면 하나 하나가 창조의 순간이라 생각합니다.
가수가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것도 창조이고, 아이들이 놀이터에 모여 놀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부르는 그 순간도 창조의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악기를 연주해도 마찬가지일 거에요. 다같은 악보를 보고 연주를 하지만 각자의 느낌과 방법이 있기 때문에 그 연주의 순간만큼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창조의 순간인 겁니다.
자기효능감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내가 노력해서 무언가 해낼 수 있다는 거겠지요.
강한 효능감을 구축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숙달 경험이다. 성공을 통해서 굳건한 효능감을 형성한다….탄력적인 효능감은 불굴의 노력으로 장애를 극복함으로써 길러진다. 실패에서 배움으로써 성공할 수 있다. 탄력성은 실패를 다루는 방법을 연습함으로써 생겨나기 때문에, 실패는 사기를 떨어뜨리기보다 유익하다.
…
그들은 다른 사람을 이긴 것으로 성공을 평가하기보다는 자기개선으로 성공을 평가하도록 장려한다.
- shane j. lopez, <긍정심리학 1 - 인간의 강점 발견하기>, 학지사, 2013
배드민턴을 배운 적이 있습니다. 스텝이고 스윙이고 반복 반복 또 반복해야 합니다. 그러다 게임에서 내가 연습한대로 공을 날렸을 때의 그 성취감은 사람을 정말 기분 좋게 합니다.
심지어 게임에서 져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목표로 했던 게 있고, 그것이 이루어졌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배우고 연습을 하면 나중에 결과를 놓고 봐도 꽤나 성공적입니다. 왜냐하면 게임에서 지는 횟수보다 이기는 횟수가 늘어나니까요.
빈센트 반 고흐는 아름다운 작품을 많이 남겼습니다. 인생사 우여곡절도 참 많았구요.그가 그림을 배우기 위해 많이 한 것 가운데 하나가 다른 사람의 그림을 보고 따라 그리는 겁니다. 밀레의 그림도 많이 따라 그렸죠.
제가 보지 않아 모르지만, 참 실패도 실망도 많이 했을 겁니다. 그래도 또 하고 또 했겠지요.
피아노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피아노를 배운다고 해서 어디 남들 앞에 연주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걸 가지고 어디 학교를 들어가기 위해 시험을 칠 일도 없습니다.
그저 제가 좋아하는 할 뿐이고, 그 결과를 듣는 것도 저와 샘 둘 밖에 없습니다.
제가 샘한테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거 안 해 본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하는지 정말 모를 거에요.
샘은 옆에서 자꾸 격려와 칭찬을 합니다. 제가 포기할까봐 그렇겠지요 ^^
정말 포기한 적도 있었고, 내가 이짓을 왜 하나 회의감이 들 때도 많습니다.
레슨비 낼 돈으로 연주회를 가면 훨씬 좋은 연주를 들을 수 있고, 인터넷 연결만 하면 온갖 음악 들을 수 있는데 굳이 내가 이짓을 힘들게 왜 하나 싶은 거지요.
그런데 이런게 있더라구요.
인터넷으로 듣는 것보다는 연주회에서 듣는 게 좋고, 연주회에서 듣는 것보다 내가 직접 피아노 건반을 눌러서 듣는 게 더 좋더라구요.
정말 힘들게 연습하고 또 연습해서 멋진 소리가 났을 때의 그 기분은 정말 뭐라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한번 그 소리가 났다고 해서 다음에 또 난다는 보장은 절대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 한번의 소리, 그 소리를 들었을 때 마음의 울림을 잊지 못하는 거지요. 그 울림을 또 느끼고 싶어 아직은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배드민턴이 그렇듯이 피아노에도 성취감 같은 게 있어요. 샘이 이렇게 해보라 저렇게 해보라고 하면 처음에는 당연히 안 됩니다.
샘이 말하는대로 잘 된다면 제가 벌써 피아니스트가 됐겠지요. ㅋㅋ
10번 50번 100번 200번 연습을 하다보면 결국 되는 순간이 와요. 그야 말로 제 노력으로 무언가를 이뤄낸 순간이지요.
무거운 배낭을 메고 지리산 꼭대기에 올라 구름 아래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과도 비슷해요.
한번 두번 그런 순간을 겪고 나면 다음에 또 그런 일이 있을 때 마음이 달라져요.
샘 : 이렇게 저렇게 해보세요. 안된다고 너무 실망하지 마시구요. 어차피 피아니스트 될 것도 아니니까 ^^;;
순돌이아빠 : 괜찮아요. 실망 안해요. 다른게 그랬듯이 이번에도 하고 또 하다 보면 언젠가 되겠지요
샘 : 맞아요. 제가 이렇게 말씀 드리는 건 하실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에 해보시라고 하는 거에요.
순돌이아빠 : 제가 피아노를 배우면서 느낀 것 하나는 노력하면 언젠가 된다는 거에요. 지금 이곡에서 안되잖아요. 그러면 나중에 다른 곡을 한창 하다보면 ‘어! 이제 되네’ 싶은 순간이 오더라구요.
내가 해냈구나 싶은 순간이고, 뭔가 가슴에 뿌뜻함 같은 게 차오르는 순간이지요.
제가 아이에게 주고 싶은 선물이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 이유는 아름다움을 느낄 때의 그 감동과 기쁨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 이유는 무언가를 창조하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렇게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참 많기 때문입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내가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용기나 자신감, 자기효능감 같은 게 생기는 거구요.
남들보다 잘났다거나 못났다거나 할 것도 없습니다. 내 일이고 내 인생이니까요. 산을 오르는 이유가 남들보다 더 빨리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한 것은 아니니까요.
고흐가 다른 사람의 작품을 따라 그리기는 했지만, 남들과의 비교에만 매어 있어서는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낼 수 없었겠지요.
세상을 살다보면 온갖 어려움과 고통이 따라옵니다. 그 매순간을 부모가 따라다니면서 해결 줄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겠지요.
만약 아이가 어려움이나 고통을 겪는다면 이런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 난 할 수 있어
저번에 그 일도 극복했는데 이런 일정도야 까짓거
계란 하나로 바위를 치면 안 깨지겠지. 하지만 열 개 백 개 천 개 만 개로 치면 언젠가는 깨지지 않을까
어차리 빗방울 하나 하나가 모여 호수도 되고 바다도 되는 거잖아.
그렇게 힘겨운 순간을 이겨내면 아이는 자신이 더 좋아질지도 모릅니다. 자기가 자신을 기특하게 여길지도 모르구요.
제 손이 예쁘다고 느꼈을 때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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