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새로운 세계를 꿈꿉니다. 모두가 평화롭고 행복한 그런 세계
1.
세상 여러 인간들이 어느 날 한데 모여 으쌰으쌰 후딱후딱 새로운 세계를 만들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요.
남을 힘으로 억누르고 제 욕심만 챙기려는 놈부터 사기를 치든 뭘 하든 제 이익만 챙기면 된다는 놈도 있으니까요.
어디 그뿐입니까.
우리 자신 한 사람의 인생만 봐도 온갖 사건 사고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개인으로 봐도 인간 집단으로 봐도 순탄치 않은 인생이고 세상이지요.
그런 우리가 베토벤 교향곡 5번을 지나고 9번에 다다랐다고 하지요. 그래서 인류의 형제자매들이 다함께 고난과 역경을 딛고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아간다고 하지요.
그곳을 큰 언덕이라고 한다면 그 언덕 너머는 어떤 세계일까요
베토벤 교향곡 9번 이후의 세계
2.
<논어>에서 공자가 이런 말을 합니다.
군자, 화이부동. 소인, 동이불화 君子 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군자는 화합하지만 동일하지 않으며, 소인은 동일하지만 화합하지 않는다.
- 공자, <논어>, 소준섭 옮김, 현대지성
정치로 얘기하자면 군자는 민주적인 인간이 될 가능성이, 소인은 독재를 좋아하는 인간이 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어요.
세상을 혼자 살아간다면 조화도 화합도 필요하지 않겠지요. 혼자 사니까요.
여럿이 사니까 조화도 화합도 필요한 걸 겁니다.
우리와 아주 너무 다른 존재와는 조화를 이루기 어려울 겁니다.
개구리와 인간이 함께 무언가를 하기는 어려운 거겠지요.
그러고 보면 조화도 화합도 대체로는 비슷한 존재들이 서로 다른 점을 가지고 만나서 한데 평화롭게 지내는 일일 겁니다.
3.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바흐의 음악을 들으면 이게 뭔가 했습니다. 그냥 여러 소리가 웅성웅성하는 것 같이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아~~~~주 쬐~~~끔 바흐의 음악을 배우고 나니, 제가 들었던 그 소리들이 그냥 할 일 없어서 여기저기 섞여 있는 게 아니더라구요.
2개 이상의 선율이 각자의 길을 가는 거에요. 각자의 길을 가는데 서로 닮았어요.
어느 것이 중심이고 어느 것이 배경이고 그런 건 없어요.
이것도 저것도 중심이라면 다 중심이에요. 그러니까 연주할 때도 이 선율도 저 선율도 다 또렷이 살려야 하는 거겠지요.
이것도 저것도 다 배경이라면 배경이에요. 다른 선율 없이 하나의 선율만 남는다고 해도 그 자체만으로 멋지겠지만, 기왕 한데 있으니 더 멋지게 들리는 것 같아요.
높은 음도 있고 낮은 음도 있어요. 그렇다고 높은 음이 낮은 음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도 없고, 낮은 음이 높은 음을 향해 네~ 네~ 굽신거릴 필요도 없어요.
먼저 나서는 선율이 있어요. 그렇다고 그 선율이 더 멋지다거나 훌륭한 건 아니에요. 그냥 먼저 나왔을 뿐이에요.
뒤에 나왔다고 해서 못난 것도 아니고 하찮은 것도 아니에요. 그냥 뒤에 나왔을 뿐이에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것도 저것도 없이 한데 어우러져 풍성함과 감동을 더해요.
소리 없는 그곳에
짙은 여운까지
이런 게 조화이고 화합인 건 아닐까 싶어요.
베토벤 교향곡 9번 너머의 세계, 그리고 화이부동의 세계가 이런 느낌은 아닐지.
자동차나 집은 미리 설계도를 다 짜놓고 그에 맞춰서 완성을 해 가지만 인간의 삶도 우리 사는 세상도 그럴 수가 없어요. 너무 많은 변수가 있어서 당장 내일이 어찌 될지 확실히 모르지요.
그저 아주 대략의 느낌만 가지고 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마음에 담은 느낌을 그때 그때 적용해서 만들어가는 거지요.
그런 만큼 우리가 마음에 무엇을 담고 있느냐가 중요할 거구요.
4.
리히터가 바흐의 곡을 연주하면 뭐랄까…뭔가 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로 가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종교적인 느낌은 아니고 세속적이고 인간적인 느낌이에요
인간적이긴한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아닌듯한 느낌이랄까...
베토벤 교향곡 9번에서 신을 찾기는 해요. 그리고 제 귀에는 그 신이 신적이라기보다는 인간적인 느낌이 들어요.
기도조차 신을 향하는 것이 아닌 우리 인간 자신을 향하는 느낌이 들구요.
인간의
인간을 향한 기도
우리가 닿고자 하는 세상은 누구에게 간절히 빌어서 그분이 우리에게 선물로 주는 그런 세상은 아닐 거에요.
다른 누가 대신할 수도 없는 일이지요.
신도
운명도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이 있어야 할 거에요.
순돌이 몸무게를 재려면 저울이 필요하고, 목적지까지 음식 배달을 잘 하려면 내비게이션이 필요하듯이 말이에요.
지배와 폭력이 없고, 서로 평화롭고 행복한 세계
너는 너의 모습대로 살고, 나는 나의 모습대로 살며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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