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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주입한 고아에 대한 편견들>을 읽고

순돌이 아빠^.^ 2022. 12. 6. 21:47

며칠 전에 A가 이런 말을 하더라구요.

A : 00씨처럼 글을 잘 쓸 수 있다면...

순돌이 아빠 : 엥?

저의 대답은 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지는 모르겠고, 제가 좋아하는 글은 있습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70324.html

 

드라마가 주입한 고아에 대한 편견들

[숨&결] 손자영 | 자립준비청년 사춘기가 심하게 왔던 중학생 시절, 주말이면 대부분의 시간을 텔레비전 앞에서 보냈다....

www.hani.co.kr

최근에 읽은 글 가운데 이 글이 제게는 참 좋은 글이었습니다. 

이런 글을 좋아하는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자신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뉴스나 정치인들의 얘기는 많은 경우 자신들이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모든 글이 자기 경험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자기 경험이 바탕이 되었을 때 그 글에는 더 큰 힘과 생명력이 담기는 것 같습니다. 

이 사진을 보면 우리는 비가 온다는 것을 생각하거나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 비를 직접 맞는 것은 아닙니다.

이 비가 시원한지 차가운지, 축축하지 끈적거리는 지는 오직 저 아이만이 경험하고 알 수 있는 것들입니다. 

내가 생각하고 안다고 해서 그것들이 모두 내가 경험한 것은 아닙니다. 

이 아이가 만약 이 순간의 느낌을 글로 쓴다면 그건 정말 자신이 직접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고 코로 냄새 맡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 되겠지요.

황재형

화가 황재형은 탄광 광부들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직접 탄광 속으로 들어갔다고 하지요. 자신이 보고 듣고 냄새 맡은 것을 그림으로 그렸다고 합니다.

둘째, 이 글에는 자신이 경험한 것을 감각의 경험에 그치지 않고 그속에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무엇을 느꼈는지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것을 감각으로 경험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그냥 감각의 경험으로 끝나지, 그것을 가지고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꼈는지를 말로 글로 정리하고 표현하지는 않지요.  

제가 좋아하는 글은 자신의 경험, 그 경험에서 생겼던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표현한 겁니다. 

남의 이야기를 그저 옮기거나 이럴 거라 저럴 거라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것이지요.

https://youtu.be/oLhfuLtqZPs

최백호의 <책>이라는 노래에 이런 노랫말이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 머리카락 몇 올이 돋아나는 것 같아

아주 큰 무엇은 아니고 딱 그만큼만 아주 작은 그만큼만

그래도 옷에 묻은 흙을 털고

신발 끈을 조여매는 힘은 생기지

글이고 노랫말인데 이것을 읽고 듣고 있으면 마치 그림이나 영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최백호라는 사람이 지금 제 앞에서 읽던 책장을 덮고 무슨 생각을 하며 산책을 하러 신발을 싣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평범해보이고 특별할 것 없는 그 말들이 살아 숨쉬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 말들이 살아 숨쉬는 것 같기에 이 글을 쓴 사람도 나와 같이 지금 살아 숨쉬고 있을 거라는 느낌이 듭니다. 

셋째, 다른 사람이나 세상과의 대화입니다.

이 글에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담겨 있습니다. 티비 드라마도 있고 보육원 친구들도 있고, 세상 사람들도 있지요.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들도 있었고, 도움과 위안을 주는 일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에는 다른 사람에도 자신의 당부 또는 바램도 담겨 있습니다. 

제인 에어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있습니다. 아니면 드라마 <빨간머리 앤>이나 소설 <제인 에어>도 있습니다.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제가 좋아하는 작품들이라는 것과, 주인공이 여성이고 보육원에서 생활했다는 겁니다. 

동백, 앤, 제인 에어의 삶에는 온갖 일들이 있습니다. 기쁨도 있고 슬픔도 있고 희망도 있고 좌절도 있지요. 우리가 그렇듯이 그들도 그렇습니다.

빨간머리 앤

때로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해요 - <빨간머리 앤> 가운데

너무 당연해서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는 말 같지만, 누군가에게는 이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일 수 있습니다.

간절히 사랑을 원하지만,

사랑이란 것 자체가 낯설고 두려운 것일 수도 있구요. 

동백꽃 필 무렵

동백이 향미를 도와주기도 하고 용식이가 동백이를 도와주기도하지요. 앤은 보육원을 나와 온갖 우역곡절을 겪기도 하고, 깊은 사랑에 빠지기도 하지요. 제인 에어도 그렇구요.

그렇게 다른 사람과 관계 맺으며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나와 비슷한 아픔이나 곤란을 겪는 사람을 보면 뭐라도 힘이 되어주려고 하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바꾸려도 하지요. 

동백이 바라고 앤이 바라듯 그리 되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깨진 조각들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용기로,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 마음으로 빛날 것이다. - 위의 글 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