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년도 넘은 일이네요. 사진작가 최민식의 작품을 담은 열화당 사진문고 <최민식>을 만난 건 제 인생의 큰 충격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의 작품은 우리가 세상을, 인간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면 좋을지를 알려줍니다. 우리가 누구와 함께 살고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구요.
저의 세계관에 영향을 미친 작가라고 하면 밀레나 박수근도 있고, 화가 황재형도 있습니다.
황재형의 작품 전시회를 처음 본 것도 벌써 10년이 넘은 것 같네요. 탄광과 광부들의 모습을 담은 그의 그림은 제게 큰 울림이었습니다.
세상에는 대통령이 오늘은 누구와 술을 퍼 마셨는지, 대통령의 아내가 무슨 옷을 걸치고 나타났는지를 보여주는 이미지들이 넘쳐납니다.
노동자들이 힘들게 일해서 낸 세금으로 흥청망청 하는 모습을 무슨 대단한 일인양 실시간으로 퍼트립니다.
그에 비해 권력도 없고 가진 것도 많지 않고, 하루 하루 부산하게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이상한 것은 대통령도 1명이고 보통 사람들도 1명인데, 수많은 보통 사람의 이야기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거지요.
그런면에서도 한겨레가 오늘 실은 탄광 광부들의 이야기가 좋았습니다.
경호원에 둘러싸여 그들이 보여주고 싶어하는 이미지로만 존재하는 대통령 같은 존재가 아니라, 어쩌면 오며 가며 스쳤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지요.
힘들고 위험한 일을 했던 세월에 대한 소회, 앞으로 직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한 걱정, 그래도 자식들은 키웠다는 뿌듯함을 갖고 사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입니다.
어떤 게 좋은 작품, 좋은 글인지를 말할 능력은 제게 없습니다.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작품, 좋아하는 글은 있습니다.
자갈치 시장에서 들쳐업은 아이에게 음식을 떠먹이는 최민식의 작품
인간의 삶이 담긴 자연의 모습을 보여준 황재형의 작품
어린 저를 데리고 시골 장날을 오갔던 할머니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박수근의 작품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고, 농민이란 어떤 삶을 사는 존재인지를 보여줬던 밀레의 작품 등입니다.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고
우리 이웃의 모습이기도 하고
꾸역 꾸역 삶을 이어나가는 인간의 모습이기도 한
그런 작품들이 저는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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