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식 관료 지배와 최신식 전체주의 정권 간의 두드러진 차이점 가운데 하나는 러시아와 오스트리아의 전쟁 전 지배자들이 권력의 헛된 광채만으로 만족했고 권력의 외적인 운명을 통제하는 것으로 흡족해했으며 영혼의 내면 생활을 그대로 내버려두었다는 점이다. 절대권력력의 의미를 좀더 잘 이해한 전체주의 관료제는 사적인 개인과 그의 내면 생활에 마찬가지로 잔인하게 개입했다. 이 극단적인 효율성의 결과, 그 통치 아래에서 국민의 내적 자발성은 소멸하고 그들의 사회적 정치적 활동도 전면 중단된다. - 467
- 한나 아렌트, <전체주의의 기원>, 한길사
지배자들이 어떤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도 되고 어떤 것은 생각하지 말라고 합니다
생각은 하되 A의 길로는 가지 말고 B의 길로 가라고 합니다.
감정이나 정도도 얼마든지 만들고 관리합니다.
한국으로 치며 조선시대와 비교해 보면 어떨까요?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보면 정약용이 왕이 있는 곳을 향해 인사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때 정약용에게 왕은 그저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인물일 뿐입니다.
높은 지위에 있는 관리에게도 왕은 그저 마음에 속에 있을뿐 오늘 왕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정약용 같은 사람도 그런데 일반 민중에게 왕은 그저 소문으로만 존재한다고 들어본 인물은 아니었을까요?
설령이 왕의 명령을 글로 써서 읍내에 붙여 놓는다고 해도, 읍내에 사는 사람이 몇 되지 않을 뿐더러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도 얼마 되지 않았으니 왕의 말이 그대로 전달될 가능성은 낮았겠지요.
그런만큼 조선의 왕과 국가는 민중의 생활이나 마음에 일일이 세세히 개입하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관료가 있다 해도 민중들의 삶 곳곳에까지 파고 들어갈만큼은 되지 않았을 거니까요
그런데 관료제가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발달하고 관료의 숫자도 엄청 들어나고 각종 미디어까지 발달하면서 하루 하루 그날 그날의 사건이나 일들에 대해서 느낄 것과 말 것,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느낄 것인지도 또한 제시합니다.
미디어는 보여주고 들려주며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경찰이나 검찰 같은 공권력을 동원해서 억압하는 거지요.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07401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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