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는 홀몸으로 멀리 유배되어 있다고 느끼지 않았다. 그에게 말 건네고 있는 소악절이 낮은 목소리로 오데트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므로…그 악절은 그들이 서로 사랑하고 있는 기쁨을 그토록 자주 목격했던 거다! - 416
이 야회 뒤로 스완은, 오데트가 자기에게 품었던 정은 영영 되살아나지 않을 것이며 행복에 대한 자기 희망도 도저히 이뤄지지 않으리라는 걸 이해했다. 그리고 우연히 그녀가 또다시 상냥하고 다정하게 대해주는 날이 있어서 그에게 뭔가 친절을 베풀어주더라도, 스완에게 잠깐 돌아왔다는, 뻔한 그녀의 거짓 거동을 알아차리고는, 감동하는 한편 계속 의심하면서 이미 희망이 사라진 기쁨을 느꼈다. - 422
그의 온갖 유리한 조건을 꼽아보았다. 첫째로 그의 신분, 다음으로 그의 재산…마지막으로 그의 지성이었다. 그는 날마다 지성을 총동원해서, 그의 존재가 그녀 처지에서 유쾌하진 않더라도 적어도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되도록 새 줄거리를 꾸며냈다. 그는 만일 이 모든 것이 없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생각해보았다. - 423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모두, 그가 가슴에 손을 가져가 한숨 돌리고는 고통을 감추려고 억지 미소를 띠기까지의 아주 짧은 시간밖에 이어지지 않았다. 벌써 그녀에게 다시 물으려고 했다. 왜냐하면 그의 질투는 지금껏 그 어느 때보다 수고하여 그에게 그처럼 심한 타격을 가해 그가 아는 한 가장 잔혹한 고통을 맛보게 하고서도, 그걸로는 모자랐는지 그에게 더더욱 깊은 상처를 입히려고 했기 때문이다. 마치 사악한 신처럼 질투는 스완을 부추겨 파멸에까지 밀고 나갔다. - 434
게다가 스완에게 탄로난 게 아닌가 하는 추측에서 오데트가 제 잘못을 털어놓으면, 스완으로서는 그 고백 자체가 오래된 의심에 마침표를 찍는 게 아니라 도리어 새 의혹의 출발점이 되었다.
….
부차적인 곳에 스완이 미처 떠올리지 못했던 그 무엇이 남아 있어, 그것이 그를 압박하고 질투의 문제를 더욱 길게 만드는 것이었다. - 440
-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동서문화사, 2014
사랑 받고 싶어 합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다른 사람은 말고 나를.
사랑 받는다 싶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안심이 됩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이 사랑이 진짜일까
혹시 거짓은 아닐까 묻습니다.
나만을 사랑한다고 하더니
혹시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합니다.
내가 받고 싶은 사랑을
다른 사람이 받고 있는 건 아닌지 질투합니다.
잠깐의 기쁨
이어지는 의심
멈출 줄 모르는 질투
그래서 다시 묻습니다
나를 사랑하느냐고.
직접 묻기는 민망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니
다른 방식으로 모습을 보이고 행동을 하면서
그들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합니다
사랑한다 직접 말을 하지는 않을 것 같아
눈빛이든 말투든 행동이든 사랑의 흔적을 찾습니다
나를 사랑한다고 믿을만한 단서를 찾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것 같으면 기쁘기는 합니다
기분이 좋아 죽을 것 같은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쁘기는 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이 사랑이 얼마나 오래갈까 싶은 의심도 생겨납니다
희망이 사라진 기쁨 같기도 하고
목마른 사람 앞에 나타난 메마른 물줄기 같기도 합니다.
나를 사랑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나만 바라보라고 고개를 붙들어 매어둘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좋아할만한 것을 보여줍니다
나의 외모가 이정도 되면 사랑해 줄래요?
나의 학벌이 이정도 되면 사랑해 줄래요?
나의 재산이 이정도 되면 사랑해 줄래요?
나의 지위가 이정도 되면 사랑해 줄래요?
나의 외모나 학벌이나 재산이나 지위 때문에
그들이 나를 사랑한다고 하면 그건 싫습니다
하지만 나를 사랑하지 않게 되느니
그렇게라도 나를 사랑하게 만들고 싶지만
그런 사랑은 싫습니다
간절히 그리 되기를 바라지만
또 그렇게 되지 않기도 바랍니다
영원히 다다를 수 없는
욕망의 끝을 향해
오늘도 부지런히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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