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인 로버트 잭슨은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의 개회사에서 일관되게 “두 정부-진정한 정부와 허울뿐인 정부의 공존”을 논거로 하여 나치 독일의 정치적 구조를 서술했다. “독일 공화국의 형태는 당분간 그대로 유지되었고 그것은 외면상 가시적인 정부였다. 그러나 국가의 진정한 권위는 법의 밖에 그리고 그 위에 존재했고 나치당의 수뇌부에 자리잡고 있었다”
…
나치 독일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국가가 단지 표면상의 권위만을 가졌다는 데 합의한다. - 155
내무부 장관 프릭은 나치 친위대 지도자인 힘러가 더 큰 권력을 가졌다는 사실에 분개 - 156
표면상의 정부와 진정한 정부의 공존 - 158
-한나 아렌트, <전체주의의 기원 2>, 한길사
우리는 흔히 국가의 위계질서와 권력의 양이 일치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대통령으로부터 총리와 장관을 거쳐 각 청장까지 그 위계에 따라 권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거지요.
법적으로는 어쩌면 그럴지 모릅니다.
하지만 현실의 권력은 다르게 움직일 수도 있지요.
감사원 조직도를 보면 감사원장 아래 사무총장이 있습니다. 이렇게 그려져 있으면 마치 감사원장이 사무총장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실세로 불리는 유병호 사무총장이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요?
국가의 위계질서에는 최재해 감사원장이 더 위에 있지만, 권력의 양으로 보면 유병호 사무총장이 더 많이 쥐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면 중요한 결정은 누가 할까요?
문서에야 당연히 최종 결정을 감사원장이 했다고 되겠지요. 하지만 감사원장에게 최종 결정을 할만한 권력이 있을까요?
권력이 있어야 결정을 할 건데, 권력이 없으면 결정을 하지 못하겠지요.
총리요?
정부조직도 상으로는 총리가 넘버2쯤 되지만, 법무부장관 한동훈이나 행정안전부장관 이상민에 비하면 그가 가진 권력이란 게 하찮은 건 아닐까요.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야 가진 힘이 크지만, 김건희+윤석열 패거리의 뜻에 거스르는 결정을 했다가는 나경원 꼴 되기 쉬운 걸 뻔히 알고 있으니 법적, 제도적 권한이란 게 별 의미가 없는 거지요.
시키는대로, 아니면 눈치봐서 적당히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한덕수 총리의 권력보다 감사원 사무총장의 권력이 더 클 수도 있지요. 검찰총장의 권력은 말할 것도 없구요.
나경원이 결국에는 국민의 힘 당대표 선거 출마를 포기했습니다. 누가 봐도 외부의 압력, 특히 대통령실의 압력이 크게 작용한 거겠지요.
그런데 대통령실은 왜 그렇게 움직였을까요?
누가 결정을 했기에 대통령실이 그렇게 움직인 걸까요?
정부조직도로 보면 대통령이 제일 우두머리이니, 대통령실의 결정도 대통령이 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과연 대통령이 한 결정일까요?
명목상의 결정권자와 실질적인 결정권자가 따로 있는 건 아닐까요?
떠도는 소문처럼 나경원을 날리라고 한 건 김건희가 아닐까요?
정부조직도를 보면 김건희는 어떤 위계질서에도 속해 있지 않습니다. 아무런 공식적인 지위도 없지요.
그런데 국가 위계질서에 속하지 않는 그가 권력을 엄청 가지고 있는 겁니다.
대통령실을 움직여서 여당 당대표 선거도 좌지우지 할 정도인 거지요.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국가 위계질서의 가장 맨 꼭대기에 있는 대통령이 권력의 맨 꼭대기는 아닌 거지요.
아무런 공적 지위도 없는 김건희가 총리나 국방부장관보다 더 큰 권력을 쥐고 있는 겁니다.
수십만의 군대를 움직일 수 있는 국방부장관이지만, 그 국방부장관을 하루 아침에 갈아치울 수 있는 게 김건희일지도 모르지요.
정부에 무언가 바라는 게 있으면 그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는, 정부조직도 상의 위계질서를 보면서 장관이나 각 부처에 의견도 보내고 주장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한민국 정부보다는 김건희한테 의견을 전달하는 게 더 나은 방법일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중요한 결정을 하려면 그만한 권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니까요.
명목상의 우두머리가 아니라 실질적인 우두머리를 찾는 겁니다.
바지가 아니라 실세.
북한의 김여정이 가진 권력은 어느정도일까요?
국가 위계질서 속에는 그렇지 않겠지만, 실제 가진 권력은 김정은 다음으로 넘버2 아닐까요.
국가 위계질서 속에서 김여정 위에 있다고 해서 누가 감히 김여정을 맞상대 할 수 있을까요?
중요한 것은 정부조직도 속의 위치가 아니라 실제로 가진 권력의 양이나 크기이겠지요.
그런면으로보면 김여정과 김건희는 많이 닮았네요.
김여정의 권력은 그가 우두머리 김정은의 동생이라는 점에서 나왔겠지요.
김건희의 권력은 그가 우두머리 윤석열을 조종하고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나왔을 거구요.
국가가 최고의 권력 기구인 것 같지만, 그 국가를 움직이는 또다른 존재가 있는 거지요.
나중에 둘이 만나면 할 얘기가 많을 것 같아요
어떻게 권력을 쥐게 되었고, 어떻게 국가 정책에 영향을 미쳤으며
관료이나 정치인이 자신들에게 어떻게 굽신거렸는지 등등.
국가의 위계질서와 권력의 위계질서가 불일치할 때
권력의 위계질서에 따른 결정과 집행.
나중에 책임과 처벌의 문제가 제기될 때도
명목상 국가의 위계질서가 아닌
실질적인 권력의 위계질서에 따른
책임과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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