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가 객관적인 적으로 전환되는 상황은 전체주의 국가 안에서 비밀경찰의 지위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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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비밀 정보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 부서에게 관청의 모든 다른 부서들보다 결정적인 우월성을 부여했고 정부의 구성원들에게 공공연한 위협이 될 수 있었다. - 199
저자들은 소련에서 체포를 불러오는 ‘객관적인 성격’에 관해 말하고 있다…비밀경찰의 전 요원들이 체포와 자백의 객관적 필연성을 주관적으로 가장 잘 인식하고 있었다. 전 NKVD 요원의 말에 따르면 “내 상관은 나와 나의 일을 충분히 잘 알고 있었고, 당과 NKVD가 지금 나에게 그런 일을 자백하라고 요구한다면, 그들은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충실한 소련 시민으로서 나의 의무는 내게 요구된 자백을 거절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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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진 사례는 프랑스의 상황인데, 여기서 장관들은 경찰의 비밀 ‘서류들’을 항상 두려워하면서 살아갔다. - 199
비밀경찰은 전통적으로, 즉 푸셰 이해 희생자들로부터 돈을 뜯어왔으며 도박이나 매춘같이 자신들이 막아야 할 활동에서 오히려 동업자 행세를 함으로써 비합법적인 출처로부터 국가가 공인한 공식적인 예산을 조달해왔다. 뇌물 수수에서부터 공공연한 갈취에 이르기까지 자금을 자체 조달하는 비합법적 방법들은 비밀 부서가 공적 당국으로부터 독립하는 중요한 요소였으며 구가 내의 국가로서의 그들의 위치를 강화했다. - 203
전체주의 정권의 권력 장치 안에서 “조직력과 능률에서 가장 뛰어난” 정부 부서였던 비밀경찰의 정치 기능은 의심스러운 것도 아니고 불필요한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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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미에서 비밀경찰 요원들은 전체주의 국가에서 유일하게 공공연한 지배계급이며, 그들의 가치 기준과 척도가 전체주의 사회의 전체 구조 안으로 침투될 수 있었다. - 206
-한나 아렌트, <전체주의의 기원 2>, 한길사
개인이나 집단이 다른 개인이나 집단을 지배하는 데 강제력은 아주 중요한 수단입니다.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수용소나 감옥에 집어 넣을 수도 있지요.
그리고 강제력뿐만 아니라 정보도 주요한 지배 수단입니다.
독일이나 소련의 비밀 경찰들은 무시무시한 짓거리를 벌였습니다. 지위가 꽤나 높은 사람들은 이들 앞에서는 조심하고 겁을 먹을 수 밖에 없었지요.
왜냐하면 언제 끌려가서 반역자가 되고 간첩이 될지 모르니까요.
실제로 그들이 반역자이거나 간첩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들 비밀경찰이나 정보기관이 그들보고 반역자라고 하면 반역자가 되는 거고, 간첩이라고 하면 간첩이 되는 겁니다.
정보와 강제력을 모두 가진 개인이나 집단이 지배를 하는 방식이지요.
그들은 권력자에게 충성했고, 그들 스스로 권력자가 되어 갔습니다.
부정 했을뿐만 아니라 부패했고, 높은 지위를 차지했을뿐만 아니라 더러운 돈도 꿀껄꿀꺽 했지요.
당연히도 그만한 힘이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부패할 수 있는 거구요.
한국으로 치면 옛날에는 국정원이나 기무사, 경찰이 많이 했던 일입니다. 수많은 간첩 조작이 있었고, 수많은 이들이 빨갱이로 몰려 고문 당하고 죽었지요.
민주화 운동의 과정을 통해 이들의 악행은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정보와 강제력을 이용해 다른 이들을 지배하고 권력을 차지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검사와 검찰이지요.
정부조직도를 보면 검찰은 법무부 산하의 한 기관입니다. 소속된 검사의 수라고 해봐야 다른 기관에 비하면 적은 편이지요.
하지만 이들의 권력은 막강합니다. 대통령이나 장관도 쥐고 흔들 수 있는 정도입니다.
국가 예산도 지 마음대로 쓰고 감사도 받지 않습니다. 다른 정부 기관과는 확연하게 다르지요.
지들끼리의 성을 쌓고 그 안에서 지들끼리 쿵짝쿵짝 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참 많은 악행을 저질렀지요. 그들이 그런 악행을 저지르는 수단이 바로 정보와 강제력입니다.
언론은 정보를 다루지만 강제력은 없지요. 하지만 검사와 검찰은 둘 다 가지고 있습니다.
정보를 수집합니다.
검찰이 잘 하는 게 압수수색이지요. 강제력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얻는 겁니다.
뿐만아니라 평소에도 판사나 정치인, 연예인이나 재벌들의 정보를 모아두는 겁니다.
일명 검찰 캐비넷이지요. 앞의 글에 나왔던 경찰의 비밀 서류들이구요.
검찰이나 경찰이 이런 정보를 모아두었다가 필요할 때 터뜨릴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겁을 먹고 조심할 수 밖에 없겠지요.
별다른 것을 하지 않아도 특정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거나 혹은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느낌만으로도 큰 위협이 되는 겁니다.
정보를 가공합니다.
조각난 정보를 짜맞추기도 하고, 가려져 있던 정보를 찾아내기도 하지요. 있는 것을 없다고 할 수도 있고, 없는 것을 있다고 할 수도 있구요.
김학의 사건을 어떻습니까. 누가봐도 뻔한 동영상을 보고도 검찰은 누군지 알 수 없다고 했지요.
김학의라는 정보는 김학의가 아니라는 정보가 됩니다. 검찰이 정말 이 정보의 진위를 파악하기 어려웠을까요. 아니면 범죄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정보를 관련 없는 정보라고 했을까요.
장자연씨에 대한 성폭력 관련해 검찰은 상당한 양의 정보를 가지고 있겠지요. 하지만 그 정보들을 덮고 뭉갰지요.
범죄 관련 정보가 범죄 관련 정보가 되지 않는 겁니다.
정보를 유포하기도 합니다.
흔히 검찰발 기사나 ‘단독’ ‘속보’ 등을 통해 언론과 짝짝꿍하지요.
특정 정보를 유포해서 대중들이 믿게 만들기도 합니다. 검찰이 정보를 유포해서 대중의 심리를 조종하고 여론을 만들려고 하는 겁니다.
이쯤되면 검찰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보기관이고 선전선동 기관이 되는 거겠지요.
다른 사람이 다룰 수 없는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검찰이라는 지위와 수사 기관이라는 이미지를 이용해서 대중을 선동하는 겁니다.
검찰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바탕으로 검찰발 정보의 신뢰를 높이는 거지요. 신뢰가 높은만큼 선동은 쉬워지는 거구요.
힘센 자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것은 나도 험한 꼴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니, 실제로는 믿지 않더라도 믿는 척이라도 해야겠지요.
언제든지 때릴 수 있고 방에 가둘 수 있고 욕을 할 수 있는 무서운 아빠가 있으면 ‘아빠 거짓말이지?’라고 되묻기조차 어려운 거구요.
정보를 생산하기도 합니다.
없으면 만들면 되는 거지요.
흔한 일이 진술 또는 자백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고문을 하든 협박을 하든, 가족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든 뭐든 합니다.
붙잡혀 있는 사람은 고통스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지치기도 해서 검사와 검찰이 원하는 말을 하는 겁니다.
그러면 진술이나 자백은 어느새 증거가 됩니다.
그 진술이나 자백이 사실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검찰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진술이나 자백이냐 아니냐는 겁니다.
원하지 않는 자백은 없었던 것처럼 만들고, 필요하면 처음에는 없었던 자백을 만들기도 하는 거지요.
자백이라는 정보를 숨기기도 하고 생산하기도 하는 겁니다. 공장에서 젖가락을 생산하듯이 말입니다.
정보와 강제력을 이용해 권력을 누려왔던 기관으로 소련에는 KGB가 있지요. KGB 출신으로 대통령이 된 사람이 푸틴이구요.
정보와 강제력을 이용해 권력을 누려왔던 기관으로 한국에는 검찰이 있지요. 검찰 출신으로 대통령이 된 사람이 윤석열이구요.
악행의 크기나 정도로 보면 KGB가 워낙 어마어마 합니다. 나쁜 짓이라는 온갖 나쁜 짓을 저질렀지요.
그렇다고 지금 대한민국 검찰이 선행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구요.
악행의 크기와 정도는 다르고
그 수법이나 행태에는 닮은 점이 있는 거겠지요.
반면교사 [反面敎師]
본이 되지 않는 남의 말이나 행동이 도리어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경우를 이르는 말
소련의 KGB든 대한민국의 검찰이든
미국의 CIA든 이스라엘의 모사드든
정보를 이용해 지배하는 놈들을 반면교사 삼아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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