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철저한 자의성과 독단성은 어떤 압제정치가 할 수 있었던 것보다 더 효과적으로 인간의 자유를 부정한다. 압제정치의 처벌을 받으려면 적어도 압제정치의 적이 되어야 한다. 의견의 자유는 자기 목숨을 걸 만큼 용감한 자들에게는 폐지될 수 없었다. 이론적으로 전체주의 정권에서도 반대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자발적인 행위가 단지 그밖의 모든 사람이 어떤 식으로든 견뎌야 하는 그런 ‘형벌’만을 초래한다면 그런 자유는 무효가 된다. 이 체제에서 자유란 자유의 파괴할 수 없는 마지막 담보물, 즉 자살의 가능성으로 축쇠되었을 뿐 아니라 그 뚜렷한 특징도 상실했다. 자유를 실행한 결과를 완전히 무고한 사람들도 공유하기 때문이다. - 211
-한나 아렌트, <전체주의의 기원 2>, 한길사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가로막고 부정하는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가족 안에서는 아이들에게 입 닫으라고 하거나 이런 저런 것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지요.
아이가 무슨 구체적인 잘못을 한 경우도 아니고, 그저 보다 힘이 센 부모의 기분이나 선택에 따라 그렇게 되는 겁니다.
한국에서는 윤석열차 사건이 있었지요. 지배자/지배집단을 조롱하거나 풍자하는 그림을 그렸다고 해서 정부와 국회의원들까지 나서서 난리를 피웠습니다.
지배자들이 듣기 싫어할만한 얘기를 자꾸하는 언론이나 기자에 대해서는 압수수색과 구속 등의 방법으로 입을 막으려고 하지요.
자유를 부정하는 방법들입니다.
중국이나 홍콩에서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일들이 벌어집니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갑자기 나타나서는 과거에 자신이 했던 말이나 행동을 부정하지요.
그리고 시진핑이나 중국 공산당에게 충성을 맹세합니다. 있었던 일도 없었다고 하구요.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020363.html
사라졌던 그 기간동안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지배자를 비판할 자유도, 자신의 고통을 말할 자유도 사라진 건 아닐까요.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에는 오랜 세월 아버지의 성폭력에 시달렸던 한 여성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자유를 부정하는 사례입니다.
<더 라스트 걸>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ISIS에게 붙잡혀 노예처럼 살아야 했던 이라크 여성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예 한 인간 전체를 지배하고 학대했던 거지요.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ISIS로부터 도망쳐야 했습니다.
https://youtu.be/Pi72Ft48ZvY?list=LL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지배하는 방법 하나가 집단처벌collective punishment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활동을 했다고 하면, 물론 이스라엘은 그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지요
아무튼 그 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족이나 친척, 이웃들까지 공격합니다.
잡아가두기도 하고 집들을 때려부수기도 합니다.
한동안 특정 지역의 사람 전체를 이동하지 못하도록 막기도 합니다.
저항이 자유의 제한으로 이어지는 과정이기도 하고,
저항은 자유의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학습 시키는 과정이기도 하지요.
https://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1200000&pDate=20160324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 많이 벌어졌습니다. 흔히 말하는 연좌제지요.
민주화 운동이나 노동 운동을 했다고 하면 당사자는 물론이고 그 가족이나 친척들까지 잡혀가서 고문을 받고 그랬지요. 취업이나 이동을 제한당하기도 했구요.
얼마전까지만 해도 사회운동을 하면 집안이 망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곳곳에 가득 했습니다. 일명 '빨간줄' 그이면 끝장이라는 거지요.
그 시절을 기억하시는 분들에게는 평생 사라지지 않는 공포로 남아 있을 겁니다.
저희 아버지가 저에게 자주 했던 말이 있지요.
앞에 나서지도 말고, 뒤로 처지지도 말고 늘 가운데에 있어라.
21세기가 되어서야 그런 일이 줄어들었지요. 줄어들었다는 거지 사라진 건 아닙니다.
대한민국 검찰이 자주하는 게 가족들까지 탈탈 털어서 수사하고 압박하는 거지요.
니가 우리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싶으면 가족들까지 망가질 각오를 하라는 거지요.
이게 곧 이스라엘의 집단처벌collective punishment이고, 독재정권의 연좌제지요.
당사자는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전하는 메세지는 분명합니다.
자유? 자유롭게 우리를 비판하시겠다? 그럼 우린 너는 물론이고 니네 가족들까지 모두 조질거야.
옛 소련에서는 만약 누군가 반체제 활동에 가담했다는 의심을 받기라도 하면 당사자가 잡혀가는 것은 물론이고, 그 가족이나 친구들까지 총살될 수도 있고 강제 수용소에 갇힐 수도 있습니다.
별다른 건 필요 없습니다. 그저 당국의 의심이나 지도자의 지시나 지나가던 사람의 고발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죽음을 각오하고 용기를 내어 자신의 의견을 말하려 하더라도, 문제는 아무 관련도 없고 잘못도 없는 사람들의 죽음까지 각오해야 한다는 겁니다.
말 한마디만으로도 자신을 포함해 주변 사람들까지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혹시라도 옆집 사람이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집안에서조차 편하게 말을 해서도 안되는.
가족이나 친구라도 언제든지 나를 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속마음을 드러내서는 안되는.
자살할 자유만 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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