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태 수난곡
피아노 수업 시간이에요.
샘 : 자 그 다음 부분 볼까요
순돌이 아빠 : (우당탕탕 쿵쾅)
샘 : 음…다 좋았는데…(악보의 한 부분을 가리키며)여기가 템포가 좀 빨라져요. 그리고 음악적 표현이 부족한 것 같아요.
수업을 시작한지 30분 넘게 지났을 때라 벌써 정신이 흐릿해지기 시작하고 손목은 달달 떨리고 ㅋㅋㅋ
순돌이 아빠 : (벌떡 일어나며)잠깐만요. 물 한모금 먹고 할게요.
대체로 수업을 하다 중간쯤 되면 잠깐 한숨 돌리고 다시 해요. 안 그래도 정신 몽롱해지는데 그렇게라고 하지 않으면 나는 누구… 피아노는 어디에…상태가 되거든요 ^^
순돌이 아빠 : (다시 앉으며) 제가 지난주에 바흐 마태 수난곡 연주회를 갔었거든요.
샘 : 아 맞아요. 어땠어요?
순돌이 아빠 : 정말 좋았어요. 눈물도 나고…합창을 할 때는 이게 천상의 소리인가 싶기도 하고…다음날 순돌이와 산책을 하는데 성당에 있는 십자가를 보는데 정말 마음이 뭉클해지더라구요.
샘 : 아…맞아요
순돌이 아빠 : 이게 음악의 힘인가 봐요. 제가 기독교인도 아니고 마태 복음이 뭔지 예수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되는 걸 보면…
샘 : 정말 맞아요. 저도 교회 합창단 반주 연습을 하다보면, 혼자서 연습을 하는데도 눈물이 나고 그래요.
그런 얘길 잠깐 나누며 한숨 돌리고 다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순돌이 아빠 : (우당탕탕 우르르쾅쾅)
샘 : 어머 정말 좋아요. 바로 이거에요. 금방 마태 수난곡 얘길 해서 그래요. 그 얘길 하니깐 그런 마음이 연주에 담겨서 이런 소리가 나는 거에요. 바로 음악적 표현이 달라지잖아요.
순돌이 아빠 : 헤헤…그런 것 같아요 ^^
2.또모 - 뛰는 국내 탑 예고생들위에 나는 프로연주자 등
https://youtu.be/uf9EOcjHG4U?list=LL
3.베토벤 교향곡 5번
<차이나는 클라스>에 나왔던 어떤 분이 그랬죠. 베토벤 교향곡 5번의 시작 부분을 두고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4음이라고.
밤밤밤 바~~~
이 소리를 ‘운명’이라는 것과 빗대어 생각해보면 정말 운명과 같은 어떤 고난이나 시련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
태풍이 오는 날 높은 바닷가에 서 있는데 저기서 맹렬히 달려온 파도가 절벽에 팍! 하고 부딪히는 거지요.
짧은 세음이 밤밤밤 하고 나서 다른 긴 음이 조금 낮아지며 바~~~ 하니 더 그런 것 같아요.
근데 3악장으로 가서 밤밤밤 바~ 하면 다른 느낌이 들어요.
1악장의 시작과 같은 4개의 음인데 그 느낌이..뭐랄까…
https://www.youtube.com/watch?v=YL9aJbFq_ww&t=1137s
이것도 운명이란 것에 빗대어 생각해 보면, 1악장의 ‘밤밤밤 바~’가 고난이나 시련이었다면, 3악장의 ‘밤밤밤 바~’는 거인의 걸음 같은 느낌이 들어요.
거인이라고 해서 키가 크다거나 덩키가 산만 하다는 것이 아니라 고난이나 시련을 앞에 둔 사람의 정신이 크고 강하다는 거지요.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 進一步, 백척 높이의 장대 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그런 의지나 용기라고 해도 좋을까 싶네요.
‘밤밤밤 바~’에 나아갈 진進과 걸음 보步가 담겨지 있는 거지요.
4.정신의 하루
존재하는 모든 인간은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살아 있는 인간 속에는 모두 각자의 정신이 들어 있습니다.
그 정신의 모습대로 오늘도 살아가겠지요.
깨어 있는 인간은 보고 듣고 느낄 것입니다.
숨이 찬듯 달려오는 새봄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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