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을 배우고 있어요.
샘 : 연습은 어떠셨어요?
순돌이아빠 : 아...(악보를 가리키며) 제 젊은 시절, 20대 30대 때 제가 세상을 이렇게 느꼈던 것 같아요.
샘: 그렇죠...
순돌이아빠 : 이 소리들을 듣고 있으면 눈물이 자꾸 나요.
샘 : 아…
순돌이아빠 : 제 젊은 시절 가졌던 우울과 불안과 혼란, 분노 같은 것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샘 :아…
순돌이아빠 : (7개의 건반을 동시에 누르며) 이 첫음만 들어도 벌써…
샘 : 정말 그렇죠…
연습을 하며 일부러 첫 음을 듣기 위해 귀를 건반 가까이 대기도 해요. 특별한 건 없어요. 도미솔도미솔도. 다만 미에 ♭이 붙었다는 것 정도?
어쨌거나 그 한 음만으로도 제 마음에 떠올랐던 많은 우울들이 되살아하는 것 같아요. <동방불패> 같은 영화에서 피리를 불면 뱀들이 우루루 나타나듯이 말이에요 ^^;;
특히 4마디에서 ff로 파파~파파~파파~치는 부분에서 여러 음들 가운데 속에 들어 있는 시도레만 살짝 살짝 움직이면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마음들이 더 떠올라요.
겉은 어쨌거나 파에요. 시작과 끝이 파인 거지요. 토스트 속에 뭐가 들어가든 어쨌거나 겉은 식빵인 것처럼요.
라 소리가 주는 느낌이 있듯이 파 소리가 주는 느낌이 있어요. 게다가 그 속이 조금씩 변하면서 더욱 사람 마음을 일렁이게 해요. 건반을 누르거나 소리를 듣지 않고, 그 음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속이 울렁울렁 ㅋㅋㅋ
순돌이아빠 : 이 곡이 주는 치유의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샘 : 그래요?
순돌이아빠 : 이 곡을 치고 있으면 어둡고 힘들었던 순간들이 떠오르기도 하지만…또 그러면서 뭔가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기도 해요.
샘 : 맞아요…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에요. 요즘 나무들이 한창 잎들을 짙게 키우고 있어요. 걷는 길을 감싸는 커다란 터널이 생긴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나무의 터널이 소리들로 보이기도 해요. 왼편부터 오른편까지 둥글게 도미솔도미솔도~~~
미에 ♭은 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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