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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부아르. 아델. 감정

순돌이 아빠^.^ 2023. 7. 30. 10:09

처음부터 사르트르와의 우정은 견줄 대상이 없었다. 둘이 철학을 논할 때 사르트르는 보부아르와 똑같이 진리의 발견에만 전념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왜 보부아르의 감정에 대해서는 진실을 알려 하지 않는단 말인가? - 147

결국 사르트르는 보부아르의 감정을 경멸했다. 그는 정념을 다스려야 한다고, 정념에 휘둘리면 자유가 위협당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관점에서 감정은 군색한 변명거리에 불과했다. 보부아르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를 스스로 선택해야 했다.

보부아르는 질투를 버리려 했지만 때로는 처절하게 몸부림쳤다. 자신의 질투를 마주하는 것은 물론이고, 민감한 사람이었던 만큼 자기를 질투하는 타인들 때문에 괴로워할 수밖에 없었다. - 157

- 케이트 커크패트릭,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 교양인, 2021

https://youtu.be/hLQl3WQQoQ0

Adele - Someone Like You

어제 아델의 노래를 들으며 '진솔한 감정'이란 말이 떠올랐습니다.

아델이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제가 모르니 아델 개인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구요.

제게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는 겁니다. ^^

 

아무튼

- 어떤 감정이 생겼고

-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말이나 음악으로 표현하는 겁니다.

 

상황에 대한 이해나 판단, 분석이나 추리가 아니라 감정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뇌 속에 감정이나 정서가 일어난다고 해서 우리 모두가 그것을 인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마 대부분의 감정/정서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생겼다 사라지기도 하겠지요.

mbc

우리가 알거나 느끼는 그 감정을 누군가는 되레 거부하기도 합니다.

'내가 이런 것을 느끼면 안돼', '이 딴 것은 필요 없어'라고도 하지요.

 

물론 처음부터 아예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감정이란 것 자체가 잘 발생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특정한 감정이 잘 일어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요.

예를 들어 분노는 잘 하는데 슬픔은 잘 안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요.

sbs

그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아프다거나 슬프다거나 해도 그게 뭔지 잘 모릅니다.

일부러 모른척 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그것이 뭔지 도대체 감이 안 잡히는 거지요.

 

위 사진에서 윤석열과 김건희의 표정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윤석열은 슬프거나 안타깝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뭔가 큰 일이 일어났나보다 싶어 일단은 움츠러들고 조심하는 표정입니다. 아빠한테 고무호스로 두들겨 맞기 직전과도 비슷하겠지요.

그런데 김건희의 표정은 아주 많이 다릅니다. 슬프거나 안타깝지 않은데, 슬픔을 연기하려는 것 같습니다. 이런 표정을 짓는 것이 슬픔을 표현하는 거라 생각하고 따라하려는 거지요. 슬픈 표정이 아니라 슬픔을 표현/연기하려는 표정인 거지요.

문제는 그 연기조차 잘 안된다는 겁니다. 

배우가 영화에서 연기를 하는데 자신은 평소에 잘 느끼지 않는 감정을 표현하려 한다면 참 어렵겠지요. 그 배우의 연기력이 부족하냐 아니냐 이전에 그런 감정을 잘 느끼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표현하려면 남을 흉내내는 것 밖에는 할 수 없는 겁니다. 

미칠 것 같은 이별의 아픔을 표현해야 하는데 한번도 불타오르는 사랑을 해본 적이 없는 것과도 같지요.

https://youtu.be/U3ASj1L6_sY

Adele - Easy On Me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감정을 느끼지 않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참 힘듭니다.

내가 기쁨이나 슬픔을 표현하는데 상대방이 멍하게 있거나 다른 소리를 하면 참 화가 나지요.

내가 행복이나 좌절감을 표현하는데 상대방이 그딴 거 뭐가 중요하냐고 비아냥거리면 정말 막 욕이 튀어나옵니다. 

 

우리가 느끼는 대부분의 감정이 그만큼 우리에게는 중요한 겁니다.

중요하지 않다면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감정이란 것은 없어지거나 아주 작은 위치를 차지했겠지요.

 

감정을 잘 못 느낀다고 해서 그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거나 나쁜 일은 절대 아닙니다.

제가 축구나 농구를 못한다고 해서 제가 나쁜 놈은 아니잖아요 ^^

ytn

다만 그런 사람과 함께 있으면 일단 답답합니다.

왜냐하면 내가 무슨 감정을 표현해도 소통이 되거나 공감한다는 느낌이 없기 때문입니다. 

내가 원하는 게 있는 데 그게 안되니까 답답한 거지요.

 

그러다가 말이 몇 마디 오가면서 상대가 엉뚱한 소리를 하거나 나를 부정적으로 자극하면 화가 납니다.

게다가 그 사람이 내게 중요한 사람일수록,

그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내가 겪은 일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일수록

감정을 교류하지 못했을 때 더 큰 실망감을 느낄 수 있겠지요.

https://youtu.be/zzF0Nsm3nE0

신촌블루스 - 아쉬움

 

노래를 들으면 눈물이 나고

그림을 보면 마음이 뭉클해지고

강아지를 보면 웃음이 절로 나는 사람이

 

노래를 그냥 의미 없는 소리로만 여기고

그림을 유명하냐 아니냐로만 생각하고

강아지를 보면 저거 얼마짜리인지가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누군가 감정을 느끼는 것에 대해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하고

그럴 것까지 있느냐고 하고

그럴 시간에 다른 것을 하라고 한다면

얼마나 마음이 무너지고 어처구니 없고 당황스럽겠습니까.

한 하늘 아래 살며 같은 공기로 숨쉬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싫어지겠지요

시각이나 청각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기능이자 능력이듯

감정이나 정서가 발생하는 것

그것을 느끼고 인지하는 것

그것을 누군가에게 표현하는 것

또한 그 감정과 정서를 다른 사람과 교류하고 공감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인간이 가진 중요한 기능이자 능력일 겁니다. 

 

비슷한 감정이나 정서를 느끼고

그것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나 존재가 있다면

우리는 편안해지고 안심이 되고 즐거워지겠지요.

 

누군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안심되게 하고 싶다면

그 사람의 감정이나 정서를 함께 느끼고 나누면 될 거구요.

저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보다는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우리집 강아지 순돌이가 더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