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물학은 윤리가 집단이라는 맥락에서 발전한 인간의 이성적 사고 형식임을 밝혀주고 있으며, 그러한 사고 형식이 좀더 제한적이며 생물학적 근거를 갖는 이타성의 기초 위에 세워진 것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윤리는 이와 같은 규명을 통하여 신비로운 색채를 벗어던진다. 윤리 원리들은 하늘나라에서 쓰여진 법칙들이 아니다. 그것은 직관을 통해 파악될 수 있는 우주에 대한 절대적 진리도 아니다. 윤리 원리들은 사회적 이성적 존재로서의 우리의 본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편 진화 이론에 근거하여 윤리를 바라본다고 해서 윤리가 단순히 주관적 느낌이나 임의적 선택의 문제로 환원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윤리적 판단이 외적 권위로부터의 명령이 아니라고 해서 그러한 판단이 여타의 판단과 다를 바 없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이성적인 윤리적 입장을 취하고자 할 경우, 우리는 윤리적인 추론을 통해 객관적 관점으로부터 윤리적 판단을 평가하는 방식을 알게 된다. - 288
그런데 이와 같은 주장이 생물학으로부터 윤리적 원리를 곧바로 도출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즉 어떤 행위가 생물학적 기초를 갖는다고 해서 그것이 곧 그와 같은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
생물학적 발견은 행위를 정당화시켜 주기는커녕 오히려 정당화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사람들을 이끌어갈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자명한 도덕이라 생각했던 규칙들을 생물학적으로 설명할 경우, 오히려 그러한 도덕 규칙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 290
- 피터 싱어, <사회생물학과 윤리>, 인간사랑
'사랑.평화.함께 살기 > 삶.사랑.평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투쟁도 경쟁도 하지 않고, 권력을 싫어하는 (0) | 2023.09.06 |
---|---|
윤리와 선의 증진 (0) | 2023.08.27 |
공평무사함과 이익 동등 고려 원리 (0) | 2023.08.27 |
관습이나 윤리에 대한 탐구와 검토 (0) | 2023.08.27 |
윤리적 판단과 사고 능력 (0) | 2023.0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