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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도 경쟁도 하지 않고, 권력을 싫어하는

순돌이 아빠^.^ 2023. 9. 6. 17:28

다그마르는 이렇게 썼다. “어느 날 스베티크는 보육원의 두 사내 녀석들에게 몰려 흠씬 두들겨 맞고 돌아왔다. 어찌나 상처가 심했던지 코피가 줄줄 흐르고 양쪽 눈에 모두 멍이 들어 있었다. 폭행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스베티크는 벽에 등을 바짝 붙인 채로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맞기만 했다고 한다. 울지도 않고 도망치거나 도와달라는 소리도 내지 않고서 말이다”

스베티크에게 왜 맞서 싸우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스베티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스타부슈 양을 올려다보고는 이렇게 대답했다. “프로일라인 스타부슈, 선생님은 아시지 않나요? 저는 싸움을 할 수 없어요. 저는 아주 다른 종류의 아이라구요!”

다그마르에 따르면 스베티크는 단 한번도 전쟁놀이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무기나 사격, 경쟁, 거친 행동이 수반되는 놀이를 싫어했다. - 73

리흐테르가 예술과 정치, 사랑, 일상사 등에 있어서 모든 종류의 경쟁을 평생토록 질시한 것 역시 짐작컨대 아마 이 시기 경험에 뿌리를 두지 않았나 싶다. - 75

리흐테르가 자신은 결코 지휘봉을 잡을 수 없으리라 단언하며 내놓은 해명을 이해하는 열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바로 ‘권력과 분석’에 대한 혐오다. ‘권력’ 부분은 자명하다. 자휘자는 권위를 행사해야 하는데-권위 대신 ‘권력’이라는 말로 대체해도 무방하리라-어릴 때부터 ‘어딘가 다른 소년’이었던 스뱌토슬라프 리흐테르에게 타인을 향해 행사하는 권력은 역겨운 것이었다. - 408

- 카를 오게 라스무센, <스뱌토슬라프 리흐테르 피아니스트>, 풍월당

bbc

우리 사는 세상에 일부는 투쟁이나 경쟁에서 이기는 것 말고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다른 것에 대해서는 시큰둥하거나 무관심하다가 싸우고 소리치고 승리하면 환호를 지르거나 뿌듯해 하지요.

 

그에 비해 누군가와 다투거나 싸우거나 경쟁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약하거나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런 말과 행동, 관계를 좋아하지 않고 피하는 거지요.

 

그리고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위의 뒤 경우 가운데 어디쯤에서

싸우기도 하고 이기려고도 하고 평온과 안정을 얻고 싶기도 하고 그러면서 살겠지요.

 

그리고 리흐테르가 그런 성향의 사람이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그래서 그의 음악이 그런 느낌을 주었구나 싶어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