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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안으로, 내면으로 침잠하고 집중하는

순돌이 아빠^.^ 2023. 9. 6. 17:41

리흐테르는 여행 중 감시의 시선에 차츰 익숙해졌지만,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나는 전적으로 무감한 인간만은 아니다. 나는 지속적인 부담감이 무척 싫다. 그렇지만 나 자신 안으로 침잠함으로써 내가 느끼는 역겨움과 싸울 수 있었다” - 312

피셔디스카우는 이렇게 썼다. “그와 같은 인간을 한두 마디로 묘사하는 건 억지스럽거니와 되지도 않을 불가능한 일이다. 리흐테르는 선뜻 매력을 발산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 안으로 침잠하곤 했다.” - 345 

심리학자 앨런 윌리스는 저서 <사람들은 어떻게 바뀌는가>에서 대중과의 만남이 리흐테르로 하여금 자신의 내부로 침잠하도록 하였다며 이렇게 적고 있다

만약 이를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이런 정도가 될 것이다. ‘나는 중요한 일을 시도하려 한다. 그리고 나는 최대한 진지한 태도로 이 일에 임하려 한다. 나는 아름다움과 의미를 창조하려 작정하고 있지만, 온 세상 모든 것이 이러한 노력을 위협한다. 기침 소리, 지각 관객, 3열에 앉은 수다쟁이 여인들, 그리고 연주 자체에 상존하는 위험들, 즉 집중력과 기억력 상실, 착각, 힘 빠진 손 등 이 모든 것들이 내 시도를 가로막는 장애물들이다. 나는 열정을 동원하여 그들과 맞서고 내 목적을 보호하고자 한다 - 381 

- 카를 오게 라스무센, <스뱌토슬라프 리흐테르 피아니스트>, 풍월당

https://youtu.be/5CXT_hVvz4Y

Tchaikovsky - Piano Concerto No. 1, Sviatoslav Richter, Evgeny Mravinsky)

그의 연주를 들으면 그가 외향적이거나 과시적인 인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3번이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처럼

뭔가 빠르고 힘차고 강한 소리로 왔다갔다 할 때조차 그렇습니다. 

 

리흐테르가 왜 침잠하게 되었는지는 모릅니다.

개인적인 성향일 수도 있고, 소련이라는 사회 상황과도 관련 있을 수 있겠지요.

the new york times

어떤 사람은 외로움과 고독을 나눠 비교하기도 했지요.

외로움이 외부나 다른 사람과의 단절 때문에 오는 말 그대로 외로움이라면

고독은 작가나 예술가들이 자신만의 무언가를 찾고 발견하고 만들기 위해 홀로 집중할 때를 말한다구요.

외톨이가 아니라 홀로서기일 수 있는 거지요.

 

그의 음악을 떠올리고 그가 내면으로 침잠했다는 말을 들으면

아...그래서 이런 연주를 하게 됐구나 싶습니다.

리히터 피아노 독주회. 예술의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