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더울 때는 순돌이와 새벽에 산책을 해요.
게다가 요즘은 날이 많이 시원해져서 조용히 길을 걸으면 기분이 참 좋아요.
산책을 하다 의자에 앉아 책을 읽기도 하구요.
오늘은 순돌이와 산책을 하며 나탈리아 구트만이 연주하는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을 들었어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생각한 연주였어요.
저의 피아노 샘이 맨날 하는 얘기가 있어요.
소리에 알맹이가 있어야 한다고.
소리가 날리지 않고 밀도 있어야 한다고.
f는 f대로 알맹이가 있어야 한다는 거에요.
그냥 냅다 세게 때린다고 소리가 단단해지는 게 아니라는 거에요.
실제로도 힘맨 냅다 주면 그저 쿵쾅거리기만 해요.
p는 p대로 알맹이가 있어야 한대요.
p라고 작게만 치면 너무 힘이 없고 소리가 뭉개진다는 거에요.
게다가 작게만 치려고 하면 아예 소리가 안 날 수 있구요.
저 같은 놈에게야 모든 게 어려워요.
정말 세상 쉬운 게 없더라구요.
그리고 오늘 구트만의 연주를 들으며 아하 이런 게 소리가 단단하고 밀도 있다는 건가 싶더라구요.
소리가 그러니 더 집중해서 듣게 되더라구요.
풍성하면서도 그 소리들이 넓게 퍼지지 않고 한데 모여 있는 느낌이랄까.
저 같은 사람이 연주를 하면 소리가 날카로우면서도 얇거나, 크면서 중심 없이 날리기 쉽겠지요. ^^
그렇지 않으려면 그만큼 집중해야 할 거고 불필요한 곁가지들을 버려야겠지요.
힘을 빼고서도 힘을 한데 모아 쓸 줄 알아야 할 거구요.
그런 저런 것들을 느끼고 생각하며 길을 걷다보니 이런 생각도 들더라구요.
개인이 사는 것이나 사회가 변화하는 것이나 다 비슷하겠다고.
밀도가 있다거나 집약되어 있다고 해서
얇거나 얕거나 납작하거나 옹졸하거나 편협하지 않고
기본이라고 할지 뿌리라고 할지 중심이라고 할지 그 어떤 것을 잘 유지하면서도
그 바탕 위에 풍성하고도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가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새로운 인생을 꿈꾸든
새로운 세상을 만들든
단단한 뿌리 위에
다채로운 잎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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