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음악의 기쁨 - 하나
제가 한번씩 농담 삼아 이런 말을 합니다.
내가 담배를 피냐, 술을 먹냐, 노래방을 가냐, 옷을 사냐, 어디 놀러를 댕기냐 ㅋㅋㅋ
그런 제게 음악은 큰 위로이고 휴식이고 기쁨입니다.
https://youtu.be/SKJxK1Ue2Jk
오늘 순돌이와 산책을 하는데 라디오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9번 "Hammerklavier"가 나오더라구요. 특히 2악장이 나오니까 그렇게 좋더라구요.
몸과 마음은 살짝 무거운 상태이고, 날은 흐려서 어두웠습니다.
저도 모르게 걸으면서도 눈을 잠깐 잠깐 감게 되더라구요. 제가 무언가에 집중할 때 잘 하는 게 눈을 감는 거거든요.
잠깐 눈을 감고 있으면 정말 딴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2.음악의 기쁨 - 둘
며칠 전에 피아노 샘이 그런 말을 하더라구요.
학원 하고 애들 키우고 하다보니 저는 음악회를 갈 시간이 잘 없더라구요. 그런데 지난주에 아는 사람이 연주를 한다고 해서 갔었어요. 그리고 그 사람이 무얼 연주하든 잘하든 못하든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게 좋더라구요. 내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그 마음 저도 잘 알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가 그렇거든요. 음악회에 가면 5분 정도 미리 앉아서 시작하길 기다리잖아요.
그날 연주에 대한 안내장을 보기도 하고 잠깐 책을 읽기도 해요. 그리고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지고, 연주자들이 무대에 나타나기 시작해요.
잠깐 있으면 지휘자가 박수를 받으며 나타나지요. 이어지는 잠깐의 침묵.
그리고 방~~~~
첫소리가 나면 바로 그 순간 저는 딴 세상으로 가는 것 같아요. 무슨 곡을 누가 어떻게 연주하든 일단은 제가 그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게 좋아요. 마음이 부웅 떠오르기도 하구요.
3. DMZ 오픈 국제음악제
DMZ 오픈 국제 음악제에 다녀왔어요. 올해가 제1회더라구요. 음악회 안내문에 보면 이런 말이 적혀 있어요.
2023 DMZ 오픈 국제음악제는 DMZ가 상징하는 평화에 대한 소망을, 음악을 통한 인류애로 확산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윤석열 정권은 어떻게든 북한과의 긴장 상태를 더 높이려고 하는 것 같아요. 다만 자신이 없기도 하고 쫄기도 하고, 또한 지들이 땅과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아주 강하게 나가진 않더라구요.
입으로 떠드는 것처럼 실제 행동으로 옮겼으면 벌써 전쟁이 나고 난리가 났겠지요. 전쟁이 나고 사람들이 죽어나간다고 해서 저놈들이 그 점을 우려하지는 않을 거에요. 시민들이 죽든 말든 상관 않겠지요.
그보다는 지들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 가격이나 주식 가격 떨어지는 것이 더 걱정이겠지요.
따라서 지들 재산 가치가 하락하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남북한의 긴장 관계를 만들어서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선에서 행동에 나서는 거지요.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는 6.25를 겪은 한반도가 너무나 잘 알고 있겠지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폭격을 봐서도 알 수 있구요.
DMZ 오픈 국제음악제 안내문에 이런 말도 있습니다.
2022년 세계국제콩쿨연맹이, 음악계에서 가장 유서깊은 콩쿨 중 하나인 차이코프스키 콩쿨을 연맹에서 퇴출시켰습니다.
…
더불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키에프에서 열리던 호로비츠 콩쿨이 2023년 4월 세계국제콩쿨 연맹의 도움으로 제네바에서 개최되었고, 우승자인 로만 페데리코가 이번 <디엠지 국제음악제> 개막공연의 연주자로 초대되었습니다.
음악이 당장에 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도, 우리에게 평화를 향해 마음을 여는 작은 순간이라도 되면 좋겠네요.
그게 아니어도 적어도 탐욕을 부채질하고 폭력을 휘두르려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또다른 삶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도 좋겠구요.
4.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
음악제의 첫날 저는 다녀왔어요.
로만 페데리코Roman Fediurko가 연주하는 슈만이 피아노 협주곡을 들었습니다. 연주도 정말 좋았고, 특히 이날은 피아노라는 악기가 더욱 멋져 보이더라구요.
어쩜 저렇게 멋진 소리를 낼 수 있는지…
관악기와 피아노가 서로 선율을 주고 받는 것도 참 좋았구요.
https://youtu.be/sqonngfKK6U
저는 작곡가하면 베토벤을 제일 좋아하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 정서는 슈만과도 닮았다 싶은.
그러니까 베토벤의 곡이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라면 슈만의 곡은 지금 저의 모습을 닮았달까...
5. 드보르작 교향곡 9번
임헌정이 지휘하고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드보르작 교향곡 9번도 들었어요. 정말 정말 좋았어요.
뭐랄까 이런 연주를 자주 듣기는 어렵겠다 싶더라구요. 노장의 원숙미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했구요.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또 듣고 싶어요 ^^
https://youtu.be/U8_qTqO5VJU
저는 드보르작도 좋아요. 뭐랄까 그의 색채감 같은 게 참 좋아요. 교향곡 9번을 듣고 있으면 이곡이 인간의 삶이나 자연 가까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느 골방에 박혀 있는 것도 아니고, 나 잘 났다고 뒷짐지고 거들먹거리며 눈을 아래로 깔아 보는 것도 아니에요. 저 먼 곳에서 위대하신 분이 내려다보는 것도 아니고 우리 삶 가까이에 있는 거지요.
곧 죠스가 튀어나올 것 같은 4악장도 좋은데...2악장에 넣은 Going Home 같은 선율은 뭐랄까…클래식 음악하면 귀족이나 부르주아의 음악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이런 선율을 이렇게 멋지게 넣어 곡을 만든 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짝짝짝!!!
https://youtu.be/AAw78FOkhZs
평화도 평화로움도 저 먼 곳의 꿈이 아니라
오늘 살아있는 우리들의 현실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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