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당 지도자들은 사실은 나치당 하부에서 뛰는 급진파 당원들의 압력에 부응하여 움직였을 뿐이었다. 룀 사태 이후로 돌격대 내부에서는 불만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는데 유대인을 상대로 폭력을 휘두르는 데 앞장선 것도 이 불만분자들이었다. 이들은 나치당이 정권을 잡으면 자기들 세상이 오는 줄로만 알았다가 기대가 어긋나면서 배신감에 떨면서 사기가 말이 아니었는데 돌격대원 중에서도 특히 젊은 급진파에게는 새로운 적이 필요했다. 돌격대 내부 보고서에서도 지적한 사실이지만 이 급진파들은 이념적으로 적수였던 유대인, 가톨릭 신자, 자본가와 싸우고 싶어서 몸이 달았다. - 777
폭력과 소요의 효용 가치는 라인란트 지방의 쾰른-아헨 관구장 그로헤가 작성한 보고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로헤는 1935년 3월과 4월월에 유대인을 제재하고 공격하는 것이 ‘서민들의 다소 침체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유대인 문제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그로헤는 유대인을 다시 공격하기 시작하니까 당에 활력이 감돌고 서민층도 생기를 되찾게 되었다고 자화자찬했다.
새로운 반유대주의의 물결은 나치 운동의 목표와 혁명적 열정을 잃고 방황하는 활동가들에게 일종의 분출구 역할을 했고 그 피해는 혐오의 대상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잔인한 탄압을 받았던 소수 민족 집단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 778
- 이언 커쇼, <히틀러 1>, 교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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