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독재자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권력을 손에 넣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히틀러에게는 권력을 잡는 것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니었다. 히틀러는 두 가지 이념적 목표가 있었다. 하나는 독일의 철천지원수인 유대인을 일망타진하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유대인을 제거한 여세를 몰아 유럽 대륙을 집어삼키고 그것을 발판으로 삼아 세계를 정복하는 것이었다. 두 가지 목표는 서로 맞물려 있었다. 1920년대부터 히틀러는 인류 역사를 좌우한 것은 인종 투쟁과 적자생존이라는 세계관에 푹 젖어 있었는데, 바로 그런 세계관을 배경으로 나온 목표였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길이 아무리 기존의 지도에는 안 나타났다 하더라도, 한번 정한 목표는 좀처럼 히틀러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히틀러가 독일과 유럽, 온 세상을 재난으로 몰아넣는 데 남다른 역할을 한 것도 결국 이런 목표에 악착같이 매달렸던 특유의 고집과 집착이 아니고는 설명이 안 된다. 그렇지만 나치가 정권을 잡을 때까지 지지를 아끼지 않았던 수백만 명의 독일인 중에서도 세상을 히틀러처럼 보았던 사람은 많지 않았고 히틀러처럼 광적으로 자기만의 세계관에 집착하는 사람도 드물었다. - 28
“유대인은 독일에서 사라져야 한다. 아니, 유럽 전체에서 사라져야 한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그렇게 될 것이고 또 반드시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지도자의 생각은 그 점에 대해서는 확고부동하다.”
- 괴벨스가 1936년 11월 15일과 1937년 11월 30일에 히틀러의 생각을 대변하여 쓴 내용
친위대 지도자들은 독일이 추구하는 이념의 적을 사정없이 괴멸하는 것이 자신들의 임무라고 믿었다. - 184
1920년대 이후로 히틀러는 독일의 구원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적수이며 어쩌면 제3제국보다도 더 막강한 힘을 지닌 국제 유대인 세력과 유럽의 패권을 놓고, 나아가서는 세계의 패권을 놓고 겨루어서 이겨야만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었다…히틀러가 보기에 그것은 피할 수 없는 도박이었다. 그리고 유대인의 운명은 그런 도박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고 히틀러는 생각했다. - 185
- 이언 커쇼, <히틀러 2>, 교양인
그런 사상이나 세계관을 갖는 것도 문제이고
그런 사상이나 세계관을 현실의 세계에서 실현하겠다고
자신의 죽는 한이 있어도 악착같이 매달리고 집착하는 것도 문제
- 어떤 사상이나 세계관을 가졌는지
- 왜 그런 사상이나 세계관을 가지게 되었는지
- 왜 그렇게 악착같이 매달리고 집착하게 되었는지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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