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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식민주의와 아프리카 문학

순돌이 아빠^.^ 2009. 12. 5. 20:32

탈식민주의와 아프리카 문학 / 응구기 와 씨옹오 / 인간사랑

 
오디션과 리허설이 모두 공개로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빈 공간” 때문에 벌어지는 일종의 강요라 생각했다. 그러나 나중에야 이것이 예술적인 문제를 푸는 데 관객일반의 민주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매우 합리적인 방법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 131쪽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아프리카에서 연극을 하던 한 전통에 관한 것입니다. 빈 터가 있으면 거기서 연극을 하는 거죠. 그런데 여기는 무대가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라 배우의 모집과 연습 과정을 그냥 그대로 드러내 놓고 진행하는 겁니다. 그러니깐 관객의 역할이 어느 날 짜잔하고 나타난 배우들의 모습을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연극이 준비되는 과정에서부터 이래라 저래라 훈수도 두고 참여도 하는 거죠.
 
인민의 극 공간 개념인 “빈 자리”를 해체하기 위해 식민행정부와 선교사들은 학교체제를 동원했다. 다시 말해 연극공연을 위해 무대가 제대로 완비된 극장은 물론 정부감독하의 구청․학교체육관․교회 등과 같은 건물을 연극공연장으로 국한시키기 시작했던 것이다. - 98쪽
 
연극뿐만 아니라 정치나 경제도 마찬가지겠죠. 굳게 닫힌 채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국회가 정치의 현장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이, 직장 동료들이 모일 수 있는 빈 공간이 있으면 그곳이 바로 정치의 공간이 되겠지요. 하지만 지배 권력은 연극이든 뭐든 특정 공간에서, 몇몇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로 바꿔버리는 거죠. 자꾸 그런 일이 반복되면 민중들도 ‘저건 그들의 일’로 생각하게 되구요.
 
식민주의가 부의 사회적 생산을 통제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군사적 정복과 그에 이은 정치적 독재를 통해서이다. 그러나 식민주의자가 염두에 두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지배대상은 피지배인의 정신세계이다. 피지배인들이 그들 자신을 감지하는 방법과 세계와의 관계를 구축하는 방법 등을 문화를 통해서 통제하려는 것이다. 정신세계에 대한 지배 없이 정치․경제적 지배의 완성은 허구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 51쪽
 
물리적 폭력에 의한 지배보다 정신을 지배당하게 되면 무서운 것은 스스로 지배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모르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을 지배하는 그 언어와 행동을 따라하는 거죠. ‘흑인들은 무식해’ ‘아프리카는 유럽의 도움 없이는 변화할 수 없어’ 등등의 생각입니다.
 
이 책은 아프리카를 놓고 벌어지는 식민주의 담론과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지에 대한 생각을 담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