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레닌의 제국주의론을 다시 읽었다. 제국주의에 관해 계속 공부를 할 생각이니 앞으로 부지런히 글을 읽어야겠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무언가라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생각하고 공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읽어야 한다.
지 금까지 내가 본 레닌의 주장은 대체로 명쾌하다. 이리 저리 에두르지도 않고, 적당히 봉합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쉽게 말하면 단칼이다. 단칼이 가지는 장점은 상황을 단순하게 함으로써 뚜렷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반면에 단점은 단칼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급한 성격에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레닌의 제국주의론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자 유경쟁이 지배적이었던 독점 이전의 자본주의가 최고도에 달한 시기는 1860년대와 1970년대였다. 지금 우리는 이 시기 바로 직후에 식민지 정복이 엄청나게 ‘확대’되고 세계 영토적 분할을 위한 투쟁이 극도로 격화되고 있음을 본다. 그러므로 자본주의가 독점자본주의 단계로, 금융자본으로 이행한 것이 세계분할을 위한 투쟁의 격화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 111쪽
제국주의가 무엇인가를 설명하기 위해 예를 들어 누군가 ‘제국주의는 강대국이 약소국을 꿀꺽 하는 것이다’라고 하자. 그러면 문제는 ‘왜’이다. 왜 강대국은 약소국을 꿀꺽 하냐는 것이다. 인구를 늘리기 위해서?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
레 닌의 제국주의론은 이를 자본의 세계적 팽창으로 봤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제국주의 전쟁(1, 2차 세계대전) 과정에서 유럽 제국들이 벌였던 식민지 쟁탈전이나 지금 미국이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이고 있는 일을 봐도 제국주의는 더 많은 이윤을 위해 존재한다.
팽창 과정에서 국가가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제국주의 발생의 주된 원인이 자본에 있다는 것이다. 현상은 원인을 드러내지만 현상이 원인은 아니다. 자본이 총은 아니지만 자본은 총으로 자신이 누구인지를 드러낸다.
미 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것이 석유와 군사 기업의 이윤 때문이라고 해 놓고서는 해결 방법으로 우리 모두 평화로운 마음을 가지자고만 한다면 어딘가 많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드러나는 것은 사람이 사람을 때리는 일이지만 그 원인이 이윤의 생산에 있다면 더 이상 이윤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 평화라는 말이 자본주의와 한 하늘 아래 살 수 없는 이유이고, 평화를 꿈꾸는 자들이 세상을 변혁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제 국주의의 가장 본질적인 경제적 토대 가운데 하나는 자본수출은 금리생활자를 생산으로부터 한층 더 완벽하게 분리시키고, 몇몇 해외 나라와 식민지의 노동자를 착취함으로써 먹고 사는 나라 전체에 기생성의 딱지를 붙이는 것이다. - 134쪽
록히드 마틴의 주식을 가지고 수익률 올리는데만 열심인 사람들에게는 이라크의 주검이 보이지 않는다. 스포츠 용품 회사의 주식을 가진 사람에게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축구공 만드느라 시력을 잃어가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타인의 죽음과 착취된 노동에 기생하는 것이 자랑인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기생하는 것이 자랑꺼리인 제국주의와 자본주의.
자본주의 하면 우리가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이 한 국가 또는 한 지역 안의 노동자와 자본가의 관계이다. 그런데 레닌의 제국주의론은 한 국가를 넘어서 자본이 세계적으로 운동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제국주의가 생긴 것일까, 제국주의가 지금의 자본주의를 만든 것일까.
우리는 제국주의를 이행기의 자본주의, 혹은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사멸해 가는 자본주의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 154쪽
난, 레닌이 예언가가 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레닌의 시대에서는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지난 100여년의 과정은 레닌의 주장이 틀렸음을 말해 준다. 물론 짧은 시간을 놓고 보지 말고 아~~~~주 장기적인 과정으로 보자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레닌의 제국주의론이 설명하는 자본주의 역사의 시간도 그리 길지 않다.
레 닌이 죽고, 또 한번의 세계대전이 벌어지고, 냉전이라는 것이 생겼다가 사라지고, 민족해방운동의 영향으로 식민지들이 독립을 하는 과정에서 제국주의도 스스로를 조절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과 독일처럼 한 때는 적으로 싸웠던 국가들도 지금은 다정히 손을 잡고 아프가니스탄을 두들기고 있다.
레닌의 제국주의론을 놓고 하자면 제국주의가 자본주의의 최후의 단계가 아니라 제국주의가 자본주의의 최근 단계였던 셈이다.
제국주의는 프롤레타리아 사회혁명의 전야이다. - 39쪽
레 닌이 우려했던 것처럼 제국주의는 높은 독점이윤으로 노동자 계급의 일부를 포섭할 수 있었다. 그런데 레닌이 우려했던 것보다 지금 보면 그 힘이 훨씬 강한 것 같다. 또 제국주의간 대투쟁의 시기를 노동자들은 변혁을 위한 기회로 삼기보다 자국, 자민족의 영광(?)을 지키기 위해 나서는 힘이 너무 강했다. 레닌이 아주 중요한 지적을 했는데 그게 우려 했던 것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 거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레닌이 죽고 나서 어느 제국주의 국가에서도 프롤레타리아 사회혁명은 일어나지 않았다.
레닌이 하지 못했던 일들은 다음 사람들이 하면 된다.
암튼 그렇다. 20세기에 여러 인간이 영웅 대접 받다가 열라 욕먹었는데 그 가운데 한명이 레닌일게다. 인생살이 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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