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동네에는 언덕이라고 하기에는 좀 크고, 산이라고 하기에는 좀 작은 산이 있습니다.
자주 이 산에서 산책도 하고 바람도 쐬고 그러는데
산 한 귀퉁이에 있는 [골목,길]을 한 번씩 찾곤 합니다.
자주 가다보니 [골목,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주머니가 '오셨어요' '춥죠?' '국수 드려야죠?' 하시면서 반겨 주십니다.
제가 늘 먹는 건 잔치 국수입니다.
큰 그릇 한 가득 국수를 담아 주시는 것도 모자라 작은 그릇에 국수를 조금 더 내어주시면서 많이 먹으라고 하십니다.
어떤 날은 정말 국수가 목구멍까지 차 오르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주신 정성을 생각해서 몸 속으로 국수를 밀어 넣습니다.
제가 술을 좋아하면 막걸리도 한 잔 하겠지만 술하고는 인연이 먼 놈이라... ^^;;
얼마전에는 골목,길에 새 식구가 생겼습니다.
원래 이 집에 멍멍이 한 마리가 있는데 누군가 개 집에 어린 멍멍이를 묶어 두고 갔다네요.
그래서 이젠 어린 멍멍이도 한 식구가 되어 살고 있습니다.
제가 가까이 가니깐 팔을 벌려 저를 안으려고 하고 이리 저리 입과 코를 대보기도 하고 그러네요.
어찌나 귀여운지 콱 깨물어 주고 싶습니다.
헐레벌레 하다가 사진 찍자고 하니깐 제법 의젓한 자세까지 잡아 주네요.
어쩐 일인지 저희 동네에 요즘 국수집이 여럿 생겼습니다.
국수가 유행인가 싶기도 하구요.
그래도 제가 국수를 먹고 싶으면 [골목,길]을 꼭 찾는 이유는 사람의 향기가 느껴져서 입니다.
요즘 보기 쉽지 않은 연탄 난로불 쬐며 따뜻한 국수 한 그릇하면 추웠던 몸도 풀리구요.
서울에 제가 단골이라고 할만한 곳이 많지는 않은데 그래도 뭔가 할 것이 있으면 찾아가는 집은
성균관대 앞 책방 [풀무질],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차도 팔고 술도 파는 [한잔의 룰루랄라] 정도입니다.
장사하시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손님을 반기겠지만
손님만을 반기는 것이 아니라 손님과 함께 사람을 반긴다는 생각도 들고,
만나면 반가운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찾아가게 됩니다.
나비가 꽃의 향기를 찾아가듯
사람은 사람의 향기를 찾아가게 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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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컴퓨터를 켜니 친구가 루시드 폴의 [오 사랑]을 선물로 보내 왔습니다.
노래도 좋거니와 사람이 서로가 서로를 기억한다는 게 참 좋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윤도현과 이정렬이 함께 부르는 [나무]를 선물로 보냈습니다.
친구의 마음에도
제 삶에도
용산의 추운 거리에도
마음 따쓰한 겨울의 한 날었으면 좋겠습니다.
<이하나 - 오 사랑>
고요하게 어둠이 찾아오는 이 가을 끝에
봄의 첫 날을 꿈꾸네
만리 넘어 멀리 있는 그대가 볼 수 없어도
나는 꽃밭을 일구네
가을은 저물고 겨울은 찾아들지만
나는 봄볕을 잃지 않으니
눈발은 몰아치고 세상을 삼킬듯이
미약한 햇빛조차 날 버려도
저멀리 봄이 사는 곳 오, 사랑
눈을 감고 그대를 생각하면
날개가 없어도 나는 하늘을 날으네
눈을 감고 그대를 생각하면
돛대가 없어도 나는 바다를 가르네
꽃잎은 말라가고
힘찬 나무들조차 하얗게 앙상하게 변해도
들어줘 이렇게 끈질기게 선명하게
그댈 부르는 이 목소리따라
어디선가 숨쉬고 있을 나를 찾아
네가 틔운 싹을 보렴 오, 사랑
네가 틔운 싹을 보렴 오,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