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팔레스타인 갔던 이야기를 늦게나마 쓰기도 하고 고치고도 있는 글)
살람 알레이쿰 팔레스타인 - 팔레스타인에서 띄우는 00통의 편지
01. 팔레스타인? 그거 어디 있는 나라야?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계셨어요?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한국은 경제 위기다, 전직 대통령의 죽음이다 뭐 이런 저런 일로 많이 시끄럽죠? 한국이 시끄러운 것은 맞는데 넌 누구며 갑자기 웬 인사냐구요? 제 이름은 영민이에요. 지금은 팔레스타인에 와 있구요. 팔레스타인에서 도대체 뭐하고 있으며, 팔레스타인이라는 말을 들어는 본 것 같은데 그게 어디 있냐구요?
제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지 궁금하신 분은 오늘 띄우는 첫 편지를 시작으로 앞으로 저의 편지를 쭈욱 읽어 보시면 아시게 될 거에요. 팔레스타인이 어디에 있냐구요? 여러분 혹시 세계지도 가지고 계세요? 집에 보면 사회과부도나 지구본 같은 것이 하나씩 있을 거에요. 아니면 인터넷에서 ‘세계지도’라고 검색을 해 보세요.
한국은 어디 있는지 아시죠? 한국부터 시작해서 왼쪽으로 가 볼게요. 바로 왼쪽에 중국이 있고, 그 옆에 인도와 아프가니스탄이 보이죠? 그러고 보면 중국이 정말 크긴 큰 가 봐요. 인도라는 나라가 참 멀리 있는데 중국만 건너면 바로 옆에 있으니 말이에요. 2010년에 한국 군대가 가기로 예정되어 있는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도 멀게만 느껴졌었는데 사실 지도로 보면 그리 먼 것만은 아닐 거에요.
아프가니스탄 왼쪽에 이란 보여요? 거기서부터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중동이에요. 영국을 기준으로 봤을 때 이란, 이라크, 요르단 이런 나라들은 중동이 되고 한국은 극동이 되는 거지요. 이란, 이라크, 요르단 지나면 무슨 나라가 있어요? 이스라엘이 보이죠. 이스라엘까지가 흔히 말하는 아시아이고, 중동이에요. 그 왼쪽에 있는 이집트부터는 아프리카지요.
팔레스타인이 중동 어디에 있다고 들었는데 지도에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안 보인다구요? 웬만한 세계 지도에는 팔레스타인이라는 말이 없을 거에요. 그러면 팔레스타인은 지도에는 없는 상상의 나라냐구요? 어떻게 된 사연인지 제가 잠깐 말씀 드릴게요.
여기서 문제 하나! 대한민국은 언제 건국되었을까요?
1)1945년 2)1948년 3)1950년 4)1953년
정답은 2번 1948년입니다. 그러면 이스라엘은 언제 건국되었을까요? 이스라엘이라는 말이 왠지 아주 익숙한 느낌이 드니깐 몇 백 년은 된 것 같다구요? 성경을 생각하니 몇 천 년은 된 것 같다구요? 아니지요, 아니에요. 이스라엘과 대한민국은 동갑이에요. 이제 환갑을 조금 넘은 나이이지요. 그러면 이스라엘도 한국처럼 식민지였다가 독립한 거냐구요? 아니지요, 아니에요. 오히려 거꾸로에요.
한국은 일본 식민지로부터 해방되어 만든 나라이지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식민지로 만들어서 생긴 나라랍니다. 여전히 지금도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의 식민지구요. 그래서 대부분의 지도에 보면 팔레스타인이라는 말은 없고 이스라엘이라는 말만 남은 거에요. 한국이 일본 식민지였을 때 세계지도에는 조선이라는 말 대신 일본이라는 두 글자가 적혀 있었던 건 아닐까요? 참, 예전에 요르단에 있는 요르단 대학에 간 적이 있었어요. 거기 도서관에 가서 지도를 펴니깐 역시나 이스라엘이라는 말은 없고 팔레스타인이라고 적혀 있더라구요. 그저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세계지도라는 것이 알고 보면 누군가의 입장이나 의견에 따라 만들어진 게 맞는 가 봐요.
갑자기 역사 얘기하고 정치 얘기하니깐 머리 아프다구요? 걱정 마세요. 앞의 이야기는 오늘부터 여러분들에게 보낼 편지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라서 잠깐 해 드렸던 거에요. 여러분들은 다른 것은 기억할 것 없고, 지금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의 식민지라는 것과 과거 일본이 조선인들을 괴롭혔던 것처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만 머릿속에 담아 두시면 될 거에요.
살아 있는 숨소리
팔레스타인은 그렇다 치고, 그럼 넌 뭐하는 놈인데 팔레스타인까지 갔냐구요? 전 팔레스타인평화연대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이름에서 보듯이 저희 단체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의 괴롭힘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기를 바라면서 활동하고 있지요. 이름이 기니깐 앞으로는 그냥 팔연대라고 할게요. 저는 팔연대가 세상에 태어나던 2003년부터 지금까지 활동을 해 왔답니다.
처음에는 정말 아무 것도 몰랐어요. 뉴스에서 팔레스타인 관련 기사를 보고, ‘어? 이거 왜 이래. 이건 좀 아닌데... 내가 뭔가 해 봐야겠어!’라는 마음으로 시작을 하긴 했지만 많은 분들이 그렇듯이 팔레스타인이 도대체 어디에 붙어 있는 건지, 팔레스타인이라는 것이 나라 이름인지 민족 이름인지도 제대로 몰랐지요. 그래서 더듬더듬 이런 저런 자료를 찾아보고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활동을 시작했고, 어영부영하다 보니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네요.
한국에도 팔레스타인과 관련된 단체가 있냐구요? 처음 들으셨다구요? 저희 홈페이지를 방문하시면 저희가 어떤 활동을 어떻게 하는지, 팔레스타인의 역사나 현실에 대해서 좀 더 알 수 있을 겁니다. http://www.pal.or.kr |
팔레스타인에는 처음 간 거냐구요? 아니요. 이번이 두 번째에요. 팔연대에서 활동하면서 늘 닥쳤던 문제 하나는 제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다는 거에요. 인터넷에서 사진도 보고 영상도 보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만족하기 어려웠지요. 노동운동을 하든, 환경운동을 하든, 인권운동을 하든 그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과 관련된 사람들을 가까이서 느끼는 편이에요. 하지만 저에게는 책과 인터넷과 TV 뉴스 밖에는 없었지요.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2006년도에 함께 활동하던 사람들과 팔레스타인을 방문 했었습니다.
3년의 세월이 흐르고 다시 팔레스타인에 왔습니다. 내가 마음을 쏟고 있는 사람들, 내가 하는 일과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 왔다는 것은 2006년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차이라고 하면 2006년에는 어디서 밥을 먹어야 할지, 어떻게 차를 타야 할지조차 몰랐다고 하면 지금은 사람들을 데리고 제가 차를 탈 수 있게 되었다는 정도라고 할까요? 그런 차이보다 더욱 큰 것은 제 마음의 차이입니다. 지금부터는 남들에게 말하기 부끄럽지만 고백 아닌 고백을 해야겠네요.
잘하든 못하든 몇 년 동안 팔레스타인 관련해서 활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08년 12월 말부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있는 가자지구를 또다시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22일 동안 계속된 공격으로 한국의 광주광역시 인구와 비슷한 150여만 명이 살고 있는 가자지구에서 1,400여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죽었습니다. 그야말로 이스라엘이 생지옥을 만든 거지요.
이 때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이스라엘에게 공격을 중단하라는 시위와 집회가 계속되었습니다. 저도 매일 집회를 하고 회의를 하고 강연을 하면서 마음 아프면서 바쁘게 지냈지요. 그리고 2009년 1월10일이었습니다. 무지 추웠던 이날 우리는 서울 보신각 앞과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했습니다. 한국에 와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집회에 참여해서 연설도 하고 그랬지요. 저는 이 집회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준비하고 진행을 했었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 그만 죽이라고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사람들
그런데 집회가 끝나고 나서 제 마음에 ‘도대체 너 뭐하냐?’는 큰 울림이 일었습니다. 팔레스타인에서 많은 사람들이 폭탄과 총알을 맞으며 죽어가고 있고, 우리는 그 아픔을 함께 하자고 집회를 열었고, 많은 분들이 추위에 덜덜 떨면서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집회를 준비한 제 마음 속에는 한국인들의 마음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어떻게 전달 할 수 있을까 하는 것보다는 많은 사람이 모인 집회가 무사히 잘 끝났으면 하는 생각이 크게 자리하고 있었던 겁니다.
매일 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일들 속에서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않냐고 하기에는 제 말과 제 마음의 거리가 너무 멀었던 거지요. 부끄러웠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부끄러웠고, 추운 날 시멘트 바닥에 앉아 함께 집회를 하던 사람들에게 부끄러웠고, 제 자신에게 부끄러웠습니다. 팔레스타인의 해방이니 평화니 하는 것들이 그저 또 한 번 무사히 치러야 할 일이 되어버린 것 같아 부끄러웠습니다.
예전에 한 언론사 국제부에서 한 동안 기사를 쓴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의 일이라는 것이 매일 매일 여기 저기 뉴스를 검색하며 ‘뭐 기사꺼리 없나’하고 눈동자를 굴리고, 쓸 만한 소재를 찾으면 이런 저런 말들과 사진을 적당히 붙이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중요한 일이지만 한국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것들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는 그저 그 날 그 날 무사히 치러야할 일로 변해갔습니다. 또 그 일을 하면서 세상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전쟁과 죽음이 당사자들에게는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제 손을 거치면서 무덤덤한 말들로 변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다시 한 번 팔레스타인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2009년 1월10일의 일을 겪으면서 꼭 다시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가고 싶다’에서 ‘가야 한다’로 바뀐 거지요. 팔레스타인이 내가 진심을 다해 마음을 쏟는 말이 되기보다 그저 또 하나의 일로 제 안에 자리한 이 상황을 치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은 팔레스타인에 가서,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팔레스타인에 와 있는 것입니다. 봄 햇볕이 겨울 언 땅을 녹이듯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살아있는 숨소리가 메마르고 굳어버린 제 마음을 녹일 수 있기를 여러분도 응원해 주세요.
선물1 : 아랍어, 참 쉽죠잉!
여러분이 만약에 인도에 가신다면 ‘나마스떼’라고 인사를 하면 되겠죠. 그러면 만약 팔레스타인 사람을 만난다면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할까요? 한국말에도 ‘안녕하세요’, ‘잘 있었어?’, ‘오랜만이네’ 등등 여러 가지 인사말이 있듯이 팔레스타인에서도 마찬가지에요. 친한 사람이냐 아니냐에 따라서도 달라지구요. 그냥 무난하게 할 수 있는 것은 한국으로 치면 ‘안녕하세요’ 정도 되는 ‘살람 알레이쿰’이에요.
어, 그런데 팔레스타인 사람을 만나 반갑게 ‘살람 알레이쿰’이라고 했더니 그 사람이 다른 말로 인사를 한다구요? 한국에서는 먼저 인사하는 사람이 ‘안녕하세요’라고 하면 그 인사를 받는 사람도 ‘안녕하세요’라고 하지요. 하지만 팔레스타인에서는 먼저 인사하는 사람이 ‘살람 알레이쿰’이라고 하면 받는 사람은 ‘알레이쿰 살람’이라고 한답니다. 무슨 뜻이냐구요? 한국의 인사들이 상대방의 안녕을 묻는 것처럼 팔레스타인에서의 인사말은 ‘당신에게 평화를’이라는 뜻이 가지고 있답니다. 여러분이 길을 가는데 어느 외국인이 ‘헬로우’라고 하는 것보다는 ‘안녕하세요’라고 하면 왠지 더 반갑고 친근하게 느껴지겠지요. 그러니깐 여러분도 혹시 언제 팔레스타인 사람이나 아랍 지역 사람을 만나게 될지 모르니깐 이참에 꼭 연습해 두세요. ‘살람 알레이쿰’ ‘알레이쿰 살람’ |
어느 누구라도 쉽게 얘기할 순 없겠지
삶이란 참 헐리웃의 아름다운 영화처럼
어쩌면 이건 미친 짓 아님 미련한 짓
믿기지 않지 스무살 아랍의 소년과
어느 누구라도 쉽게 얘기할 순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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