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이스라엘/06년·09년 팔레스타인

03_하나이면서 둘인 예루살렘

순돌이 아빠^.^ 2010. 1. 20. 00:29

(2009년 팔레스타인 갔던 이야기를 늦게나마 쓰기도 하고 고치고도 있는 글)

 

살람 알레이쿰 팔레스타인 - 팔레스타인에서 띄우는 00통의 편지



03_ 하나이면서 둘인 예루살렘


 

드디어 팔레스타인 아니면 이스라엘

 

비행기를 타고 이스라엘 공항에 내렸어요.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살짝 기대(?) 되더라구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줄을 서서 기다리다 여권을 내밀면서 ‘노 스탬프(No Stamp)’라고 했어요. 도장 찍지 말라는 얘기지요. 여권에 이스라엘에 들어갔다는 도장이 있으면 나중에 시리아나 레바논을 가기 어려워지거든요. 시리아나 레바논을 여행할 계획이 있으신 분은 ‘노 스탬프’라고 하면 도장을 여권에 찍지 않고 별도의 종이에 찍어줘서 그걸 가지고 다니면 된답니다. 거꾸로 이란이나 시리아 등지를 다녀온 도장이 여권에 있으면 이스라엘로 들어갈 때 괜히 귀찮아 질 수 있으니 한국에서 아예 새로 여권을 발급 받아 오는 것도 방법이에요.


문제는 여기서부터 벌어졌어요. 공항 직원이 ‘이스라엘에는 왜 왔느냐’ ‘왜 노 스탬프를 원하느냐’ 등등을 물어서 예루살렘에 가려고 한다, 나중에 다른 나라로 여행을 할 수도 있다고 했지요. 그랬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 어쩌고 저쩌고 하더니 다른 사람들은 간단하게 여권에 도장만 찍고 잘도 나가는데 저희 보고는 따라 오래요. 조그만 방으로 가서 별도로 인터뷰를 하는 거지요. ‘왜 왔냐’ ‘어디 가냐’ ‘어디서 머물 거냐’ ‘얼마나 있을 거냐’ 등등을 꼬치꼬치 캐물어요. 이미 예상한 상황이라 미리 어떻게 대답할지를 준비를 해 와서 당황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지만 기분이 나쁘긴 나쁘더라구요. 남이야 어디 가서 누구를 만나든 지들이 무슨 상관이라고... 게다가 신용카드가 있는 지는 왜 묻는 건지...


여기서 중요한 건 그들이 무슨 질문을 하더라도 절대 팔레스타인이니 가자지구니 서안지구니 이런 말은 하면 안 돼요. 왜냐하면 그런 말들을 입에 올리는 순간부터 엄청 피곤해 질 수 있으니깐요. 기다리고 인터뷰하고 또 기다리고 그렇게 30분 넘게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보내 주더라구요. 짐 검색이 까다로울 것 같았는데 이번에는 어쩐 일인지 별다른 짐 검색을 하지 않더라구요. 짐 검색 까다롭기로 유명한 이스라엘인데 요즘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싶었어요. 아무튼 귀찮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끝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드디어, 드디어 출국장 문을 나설 수 있었답니다.


‘휴~’하면서 출국장을 나와 일단 쉬기로 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화장실도 다녀오고 노트북을 꺼내 팔연대 홈페이지에 도착했다는 글도 남겼지요. 벤 구리온 공항에는 무선 인터넷이 되거든요. 그 다음 예루살렘으로 가기 위해 교통편을 알아 봤습니다. 한국과 똑같아요. 택시 타고 갈 수도 있고, 승합차를 탈 수도 있고, 큰 버스를 탈 수도 있지요. 물론 우리가 선택한 것은 무거운 짐을 들고 차를 한 번 갈아타야 하지만 비용이 적게 드는 버스입니다. 버스를 탈려면 돈이 있어야겠지요. 공항에 있는 환전소에서 달러를 셰켈로 조금 바꿨습니다. 공항 환전소가 환율이 제일 안 좋기 때문에 일단 예루살렘으로 갈 비용만큼만 바꿨답니다.

 

동과 서 예루살렘

 

늘 있는 일인데, M16 소총을 들고 차에 오르는 사람들과 함께1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서西예루살렘에 있는 버스 터미널에 내렸습니다. 거기서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동東예루살렘으로 왔지요. 예루살렘이면 예루살렘이지 동예루살렘은 뭐고, 서예루살렘은 뭐냐구요? 예루살렘이 두 개냐구요? 예루살렘은 하나이기도 하고 둘이기도 합니다. 사연은 이렇네요. 1948년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예루살렘의 서쪽을 먹으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많이 죽이고 내쫓았지요. 그리고 1967년 전쟁에서 예루살렘의 동쪽을 먹었지요. 예루살렘 올드시티(구시가지)에 있는 성벽을 자세히 보면 여전히 전쟁 때의 총탄 자국이 남아 있어요.


예루살렘 올드시티 성벽에 남아 있는 총탄 자국


그러면 서예루살렘과 동예루살렘을 어떻게 구별 하냐구요? 무슨 철조망이라도 있냐구요? 일단 이스라엘이 만들어 놓은 행정구역으로 보면 예루살렘은 하나에요.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을 자신들의 수도라도 하고 있거든요. 처음 예루살렘에 가 보는 외국인은 쉽게 서예루살렘과 동예루살렘을 구분하기가 어렵겠지만, 자세히 보면 뜻밖으로 쉽게 구별 할 수 있어요. 서예루살렘과 동예루살렘 사이에는 로드 넘버 원이라는 도로가 하나 있어요. 48년 전쟁의 결과로 생긴 휴전선이 있던 곳이죠. 이 길을 기준으로 서쪽으로 가면 한국의 도시처럼 도로가 넓게 만들어져 있고, 큰 시내버스가 다닐 거에요. 간판에 히브리어가 많이 적혀 있고, 히잡을 쓴 여성보다는 쓰지 않은 여성이 많을 거에요. 반대로 도로를 하나 건너 동쪽으로 가면 간판이 아랍어로 된 것이 많고 도로가 좁고 버스도 작아지지요. 히잡을 쓴 여성들도 많이 만나게 되구요.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이 생기기 전부터 팔레스타인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였어요. 종교적으로 예루살렘은 유대, 기독, 이슬람 모두의 성지이구요. 어떤 유대인들은 심판의 날에 하느님이 예루살렘에서 천국으로 갈 사람들을 데리고 간다고 믿고 비싼 돈을 주고 예루살렘에 묘지를 만들려고 해요. 이슬람에서는 무함마드가 예루살렘에서 천국을 다녀왔다고 믿기 때문에 예루살렘이 메카와 메디나에 이은 이슬람 3대 성지구요. 예수가 어디서 태어났나요? 바로 팔레스타인이지요. 예수가 머리에 면류관을 쓰고 십자가를 메고 힘겹게 길을 걸었던 곳도 팔레스타인의 예루살렘이구요. 십자군 전쟁과 영화 [킹덤 오브 헤븐]의 주요 배경이었던 곳도 예루살렘이구요. 그런데 이런 역사적·종교적 유적이나 주요 시설들이 동예루살렘 그것도 올드시티 안에 많이 있어요. 그런 만큼 여러 가지 문제나 사건들도 많이 벌어지고 있구요. 모르고 보면 그냥 하나의 큰 도시 정도로 생각되는 예루살렘이 알고 보면 참 여러 가지 이야기와 사연을 담고 있답니다.

 

먹고 자고 마시고

 

동예루살렘을 거쳐 우리들의 다음 목적지는 서안지구에 있는 라말라라고 하는 곳입니다. 라말라에 가기 전에 한 이틀 정도 일단 현지 적응 겸, 휴식 겸 해서 예루살렘에 머물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먼저 숙소를 찾아야겠지요. 저희는 한 게스트 하우스(여행자용 여관이라고 하면 될까요?)에 들어가 도미토리에 짐을 풀었습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따로 방을 구할 수도 있지만 돈을 아끼기 위해서 여러 명이 함께 쓰는 도미토리에서 머물기로 한 거지요. 예루살렘은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이기 때문에 좋은 방에서 지내고 싶으신 분은 여행 안내 책에 나와 있는 데로 호텔에 가시면 됩니다.


물론 여기의 호텔 시설은 한국의 모텔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속편할 겁니다. 특히 일이나 연애 때문에 모텔을 많이 다니셨던 분들은 한국의 모텔은 머리속에서 지워 버리세요. 싼 방을 구하시고 싶으시면 올드시티 안에 있는 여러 게스트하우스를 다니시면서 값을 물어 보셔도 될 거구요. 제가 머무른 게스트하우스에서 재미 있었던 일 하나는 처음에 집 주인에게 방 값을 내려고 하니깐 ‘나는 니를 믿는다. 나중에 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틀 뒤에 게스트하우스를 떠날 때 돈을 냈습니다.



예루살렘과 올드시티 풍경. 가운데 보이는 것이 바위돔 사원


자, 방도 구했고 짐도 풀었으니 뭘 먹어야겠지요.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곤란한 문제 가운데 하나가 낯선 곳에 가서 무얼, 어떻게 먹어야 싸고 맛있게 먹을 거냐입니다. 특히 말이 안 통하니 뭘 어찌해야 할지 당황스러울 수도 있구요. 예루살렘이 처음이신 분이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큰 길에 있는, 큰 식당에 가는 겁니다. 예루살렘의 식당이나 상점에는 워낙 외국인이 많이 오니 간단한 영어와 손짓 발짓으로 소통을 할 수 있는 집이 여럿 있을 거에요. 사실 밥 시켜 먹는데 많은 말이 필요한 것도 아니구요.


어떤 식당에는 아예 음식 별로 사진과 금액을 적어 걸어 놓은 집이 있어요. 이런 집을 찾는다면 그야 말로 행운이지요. 사진을 봐도 뭘 먹어야 할이지 모르겠다 싶으신 분께는 필라펠이나 홈무스를 권합니다. 둘 다 콩으로 만든 음식이니 채식을 하는 분들에게도 아마 가장 무난할 거에요. 식당 안에서 먹는 것과 싸서 들고 나가는 것이 가격이 다를 때가 있어요. 물론 들고 나가는 것이 싸지요. 식당에 앉았는데 물을 안 준다구요? 한국 식당과는 달라요. 어떤 식당에는 탁자 위에 물이 놓여 있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식당에서는 물을 사 먹어야 한답니다. 한국의 생수병과 똑같이 생겼어요. 물 값도 식당 안에서 사는 것과 식당 밖에 있는 가게에서 사는 것이 달라요. 가장 싸고 간단하게 먹고 싶으시다면 식당에서 필라펠 샌드위치와 가게에서 음료수를 사서 길이나 게스트하우스에서 먹는 거지요.



올드시티 무슬림 구역 앞에 있는 다마스커스 게이트


게스트하우스에서 음식을 해 먹을 수도 있냐구요? 그게 게스트하우스의 장점입니다. 여행자들이 많이 오는 곳이기 때문에 게스트하우스 안에 인터넷과 차(타는 차 말고 마시는 차)는 물론 주방을 이용할 수도 있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빵과 야채와 홈무스 같은 것을 사서 주방에 있는 그릇에 담아 소파에 앉아 편하게 먹을 수도 있지요. 다 먹고 난 생수병에 게스트하우스에 있는 물을 담아 다니시는 것도 요령이구요.


일단 예루살렘까지 왔으니 한국으로 잘 도착했다는 전화를 하고 싶으시다구요? 방법 하나는 인터넷과 컴퓨터가 있는 곳에서 스카이프를 이용하는 거에요. 스카이프가 뭐냐구요? 쉽게 말해서 인터넷을 이용해 전화를 거는 프로그램이에요. 아주 싸고 통화 품질도 괜찮은 편이에요. 인터넷 검색창에 스카이프라고 쳐 보면 관련 내용이 나올 거에요. 한국에서 미리 연습을 해 보고 오셔도 좋구요. 그게 여의치 않으면 가게에 가서 국제전화카드를 사세요. 그리고 게스트하우스의 전화기를 빌려서 국제전화카드 뒷면에 나와 있는데로 전화를 걸면 된답니다. 카드에 설명이 영어로 되어 있어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시겠다구요? 그건 저도 어떻게 도와 드릴 수가 없네요. 전화 거는 방법이 간단하긴 한데...

선물 3. 미리 책을 좀 읽고 갈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팔레스타인에 오실 때 미리 한 두 권의 책을 읽고 오시면 다니시는데 도움이 되실 거에요. 추천하는 책이 있냐구요?

 

팔레스타인평화연대에서 썼고 메이데이라는 출판사에서 펴낸 [라피끄-팔레스타인과 나]라는 책이 있어요. 팔레스타인의 역사와 현실에 대해서 쉽게 적었답니다. 라피끄는 아랍어로 친구나 동지 쯤 되는 말이구요. 궁금한 것이 있으면 팔연대 홈페이지에 글을 남겨 보셔도 좋을 거에요. [아나의 아이들]이라는 영화도 있는데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아주 잘 볼 수 있는 영화랍니다.

 

기왕 예루살렘 얘기가 나왔으니 예루살렘의 종교와 역사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으시다구요? 토마스 이디노풀로스라는 사람이 썼고 그린비라는 출판사에서 펴낸 [예루살렘]이라는 책이 있어요. 유대, 기독, 이슬람 세 종교의 입장에서 예루살렘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랍니다. 참, 아랍어로는 예루살렘을 ‘알 쿠즈(al-Quds)’라고 하지요.